2002-02-17 오후 5:01:28 Hit. 1003
플레이스테이션 2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게임기의 다음 작품을 기획하는 것은 보통 어려운 사업이 아니다. 아타리는 2600의 성공을 결코 재현해내지 못했고 세가는 제네시스의 성공 후에 비틀거리게 됐으며 닌텐도는 닌텐도 64로 인해 제왕의 자리에서 미끄러져 버렸다. 그리고 현재 소니가 플레이스테이션 이후에도 정상의 자리에서 버틸 수 있는지에 대한 별로 달갑지 않은 심판대에 올라와 있다.
플레이스테이션 2는 미국의 주류 언론에까지 많은 관심을 받으며 2000년 3월 4일에 일본에서 출시됐다. 게임기 자체의 판매는 대단했지만 정작 게임의 판매량은 실망스러웠다. 게임 관련 매체들은 플레이스테이션 2를 구입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비싼 DVD 플레이어의 대용으로 생각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12개의 동시발매 게임의 수준 역시 기술적으로나 개념적으로나 한 차원 높은 진보를 구현하는데 실패한 실망스러운 것들이었다.
북미 발매일인 2000년 10월 26일이 다가오면서 소니는 폭탄 선언을 했다. 예정 물량의 절반인 50만대만이 발매일에 공급될 예정이라는 발표였다. 이러한 예고는 오히려 발매일 주변에 플레이스테이션 2에 모였던 열렬한 관심에 더욱 불을 붙이는 계기가 되었다. 연말 성수기까지 매주 10만대의 추가공급이 있을 것이라는 소니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이베이(eBay)에서는 플레이스테이션 2의 경매가가 1000달러를 육박할 정도로 플레이스테이션 2의 희소가치는 터무니없이 상승했다(개중에는 엉터리도 있었지만...). 관련 매체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물량 부족이 실제로 뭔가가 부족했기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수요를 높이기 위한 소니의 작전(흡사 닌텐도가 그랬던 것처럼)이었는지 여러 가지 추측이 나돌고 있다. 정답은 아무도 모르지만 이유야 어찌됐든 결론적으로 플레이스테이션 2는 각종 매체에서 2001년 연말 성수기 최고의 상품으로 부각됐다.
사양(북미기준) 가격 : 299달러 북미 발매일 : 2000/10/26 동시 발매 북미 소프트수 : 대략 30개 저장 매체 : CD-ROM(650MB), DVD-ROM(4.7GB) CPU : 128비트 Emotion engine at 294.912MHz 그래픽칩 : Graphics synthesizer at 147.456MHz, 4MB embedded cache VRAM 메모리 : 32MB Direct RDRAM 사운드 : SPU2 with 48 channels plus software, 2MB sound memory 컨트롤러 단자 : 2개 추가 사항 : DVD 무비 재생, 플레이스테이션 호환
장점 하드웨어적인 관점에서만 보면 플레이스테이션 2의 매력 포인트는 두 가지다. DVD 무비 재생과 플레이스테이션 1과의 호환성. 이런 두 가지 요인만으로도 소니는 단기적인 미래에 시장의 1위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플레이스테이션 2의 잠재적 구매자들은 DVD 플레이어에 보너스로 게임도 되는 시스템으로 플레이스테이션 2를 인식하고 있다. 이러한 점들에 더해 편리한 플레이스테이션과의 호환성으로 인해 "난 왜 작년에 플레이스테이션을 산거지!"하고 한탄할 사람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또한 플레이스테이션 2는 미래의 게임기라는 이미지로 인한 이점을 가지고 있다. 최근 포레스터 리서치(Forrester Research)에 따르면 조사한 게임 개발자 중 94%가 2003년에는 플레이스테이션 2가 최고의 게임기가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이미지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데 그 이유는 만약 개발자와 제작자들이 플레이스테이션 2가 성공적일 것이라 믿는다면 가진 자원을 동원하여 더욱 멋들어진 게임을 만들어내려고 하는 경향이 더욱 증가하기 때문이며 그렇게 만들어진 게임들은 플레이스테이션 2를 더욱 성공적인 게임기로 만드는 연료의 역할을 함으로써 자체적으로 성공의 순환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메이저급 써드파티의 참여로 플레이스테이션 2에는 거의 모든 장르를 아우르는 다양한 종류의 게임이 제공될 것이다. 동시 발매 타이틀만 하더라도 격투 게임의 팬에서부터 퍼즐을 좋아하는 사람과 드라이빙에 관심이 많은 게이머들까지 거의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킬 게임들이 준비돼 있다. 발매 예정표를 한번 훑어보더라도 앞으로 기대할 만한 것들이 더욱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플레이스테이션 2는 현재 게임기 시장에서 가장 기술적으로 진보한 게임기다. 닌텐도와 마이크로소프트도 최근 차세대 게임기를 내놓았지만, 보편화 되려면 아직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단점 그렇게도 많은 장점을 가진 플레이스테이션 2에도 역시 몇 가지 단점은 있으며 상황이 좋지 않게 흘러가는 경우에는 커다랗게 부각될 수 있는 여지 또한 존재한다. 얼마전에 출시된 X박스와 게임큐브 때문에 플레이스테이션 2는 상대적으로 게이머의 심장과 머리에 그 존재를 뚜렷하게 각인시킬 여유가 별로 없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작은 실수는 큰 손해로 이어질 수 있다.
무엇보다 먼저 연말 성수기까지 10만대의 추가 물량이 매주 공급된다는 SCEA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엄청나게 쏟아지는 주문을 수요가 감당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소비자는 차세대기에 대한 욕구를 드림캐스트를 통해 해소하려고 할 수도 있으며 이는 세가의 마켓 지분을 높이는 결과를 낳는다. 드림캐스트의 저가 정책과 연말에 출시되는 세가의 수준 높은 게임들을 생각해보면 소니는 플레이스테이션 2를 원하는 사람은 누구든지 곧 그것을 구매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심어주어야만 한다.
다음으로 소니는 플레이스테이션 2를 게임기기만이 아닌 종합 멀티미디어 기기로 홍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비슷한 경우였던 필립스 CDi, 세가 CD, 3DO는 모두 실패작으로 평가되고 있다. 소니라면 자사의 자원과 능력을 동원하여 비디오 게임과 영화, TV, 음악을 통합하는 원대한 목표를 실현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만약 게임기 본연의 기능 즉 게임에 대한 관심을 소홀히 한다면 핵심 지지세력인 골수 게이머들로 인한 기반을 잃음으로써 실패의 길을 걷게 될 수도 있다.
또 다른 잠재된 커다란 재앙은 통신장비와 하드 드라이브를 따로 판매하는 정책으로 네트워크에 대한 지원을 약속한 소니의 결정에서 찾을 수 있다. 소니는 과거의 역사에서 배운 바가 없는 것일까. 돌이켜 보면 중요한 기능을 주변기기로 돌린 경우에는 예외 없이 시장에서 쓰디쓴 실패를 겪어야 했다. 세가 CD, 32X 그리고 닌텐도 64DD는 최근의 예일 뿐이다. 추가 장치는 시장을 쪼개고 소비자를 혼동시키며 개발자들의 자원을 낭비시킨다. 소니가 어떤 혁신적인 방법으로 이를 게임에 번들로 포함하든지 장기 구독의 형태로 공급을 한다고 해도, 이런 추가 장치가 대중적인 지지를 받도록 하기 위해서는 힘든 싸움을 벌여야 할 것이다.
또한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플레이스테이션 2의 게임 개발이 너무 난해하다는 불만이 다소 제기되고 있다. 하드웨어에 대해 제대로 연구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점에서 이런 현상은 일시적일 수도 있지만 닌텐도와 마이크로소프트가 상대적으로 개발이 쉬운 게임기로 개발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여지가 될 수도 있고 차라리 이미 잘 알려져 있고 또 개발이 용이한 드림캐스트 쪽으로 개발자들이 옮겨가는 상황을 만들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플레이스테이션 2의 두 가지 장점은 오히려 단점으로 변할 잠재성을 내포하고 있다. 일본에서의 경우에서 유추해보면 대부분의 구매자는 플레이스테이션 2를 DVD 플레이어로 사용하고 게임을 구입하지 않을 수도 있다. 소니는 소프트웨어로 인한 이익을 바라보며 게임기 판매에서는 손해를 감수해야만 하므로 이런 현상은 문제가 된다. 그리고 어떤 써드파티에서는 게임 제작에 수백만 달러의 비용을 사용하는데 판매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다음 작품의 제작에 차질이 생길 것이다. 또 다른 가능성은 플레이스테이션과의 호환으로 인해 소비자는 새로운 플레이스테이션 2 게임을 사기보다는 플레이스테이션의 전통적이고 유명한 게임을 구입하는 성향을 보임으로써 개발자들을 낙담시킬 수도 있다. 향후 가능성 장밋빛 밝은 전망과 비참한 예언은 접어두더라도 플레이스테이션 2의 미래는 어떤 관점에서 보더라도 꽤 낙관적인 편이다. 조만간 무수히 많은 게임들이 발매될 예정이며 사실 게임기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소프트의 질과 양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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