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2-02 오후 5:40:02 Hit. 973
포탄 행불 안상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그는 다만하나의 보온병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그는 나에게로 와서포탄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그는 나에게로 와서포탄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그의 포탄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무엇이 되고 싶다.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뻘짓이 되고 싶다.
<작품해설>이 시가 강조하는 것은 '포탄'이라는 사물과 '언어'의 관계이다. 시속의 화자가 말하는 대상은 포탄이다. 그러나 이 시에서 포탄은 감각적 실체가 아니라 관념, 말하자면 개념으로서의 포탄이다. 따라서 이 시가 노리는 것은 '포탄이란 무엇인가' 혹은 '포탄은 어떻게 존재하는가'에 대한 군미필자의 철학적 해명이다.
포탄은 포탄이라고 이름을 불러줄 때 비로소 포탄이 된다고 한다. 즉, 포탄은 인간의 명명 행위 이전에는 단지 '하나의 보온병'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인데, 여기서 유추되는 것은 사물과 언어의 관계이다. 1연은 명명 이전의 단계, 2연은 명명과 동시에 '포탄'이 존대한다는 사실, 3연은 '포탄'에 비유되는 '나'의 존재, 4연은 우리들의 존재를 말하고 있다. 결국 이 시는 모든 사물들이 언어를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다는 인식론적 세계관을 노래하며, 이런 점에 이 시의 시사적 중요성이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김춘수 '꽃'작품의 패러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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