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3-09 오후 10:24:58 Hit. 358
우리반은 통합 학급니다. 청각 장애를 가진 한 녀석이 있어요. 장애를 가졌다는 것을 모를만큼 밝고 명랑한 아이입니다. 한쪽 청력은 기능을 잃었고 한쪽 청력마저 기능이 미미해져 마이크로이어폰을 착용하고 다닙니다. 잘 안들리니 자기 목소리를 조절하지 못합니다. 때때로 목소리가 너무 커서 수업에 방해될 때도 있지만 그런걸로 혼내면 아이의 마음이 얼마나 아플까 하며 손짓과 입모양으로 세세히 충고해주며 넘어갔어요. 오늘은 처음 진단평가가 있는 날이었습니다. 신경이 날카로와져 있었습니다. 5교시 영어 듣기평가 시간이었어요. 그녀석이 주변을 계속 두리번 거렸습니다. 순간적으로 야단을 쳤지요. 시험 자세가 왜이렇게 불량스럽냐고.한참 지나서 생각해 보니 듣기평가가 들릴 리가 없겠지요. 남들 다 듣고 답을 쓰는데 몇번인지조차 모르는 상황이 얼마나 답답했을까요. 몇번 풀고 있는지라도 흉내내려고 두리번거리는 것을 전 냅다 다그치기만 했습니다. 마이크로이어폰을 스피커 앞에 놔두기는 커녕 고개 숙이고 시험지만 보라고 소리친 것이 너무나 미안했습니다. 너무나 미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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