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3-06 오전 9:44:12 Hit. 671
- 갈보 -
요새 젊은 층들은 '갈보'라는 말을 잘 안 쓴다. 숫제 무슨 말인지 모르는 축도 있을 것 같다. 그런 뜻의 말이라면 달리도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인가.
그러나 "내가 갈보짓을 하더라도……"라든지, "저 년이 갈보가 되려고 환장을 했나……" 쯤으로 되면, 여자로서는 막판에 몰린 상황을 설명해 주는 말로 되었다.
'갈보'라는 우리말은 '기생(妓生)' 같은 말과 같이, 일본으로 수출된 말이기도 한데, 그들의 책에 더러 한자로 '蝎甫'라 표기하고, 우리 사람들도 그와 같이 표기했던 일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외상'을 '外上'으로 '마감'을 '磨勘'으로 쓰는 것과 마찬가지로 '갈보'라는 토박이말의 취음(取音)에 지나지 않는다.
그 '갈보'라는 말은 '가르보'라는 여자 배우 이름에서 온 것이 아니냐 하는 말이 있었다. 그는 스웨덴 태생의 미국 여배우 그레타 가르보이다. 1920~30년대 특히 그 미모로 해서 세계 영화 애호가들의 간장을 녹여낸 여배우이다. 그런데 그가 맡은 역 가운데는 갈보 같은 구실도 있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무슨무슨 영화에서의 가르보(갈보) 같은 년……' 어쩌고 하다가 나중에는 아예 웃음과 몸을 파는 여자 일반을 이르게 되었다는 것이 이 어원설 주창자의 해설이다.
그럴 듯해 뵈지만 그렇지는 않다. 소리가 비슷해서 잠간 '피의자'가 되었다는 것뿐이다. 그렇다면 어디서 왔을까. 바꾼다는 뜻의 '갈다'에 뚱뚱보· 털보· 울보… 할 때의 그 뒷가지 '-보'가 붙어서 이루어진 말이나 아닐까 생각해 본다. 사내를 이 사람 저 사람 자꾸 바꾸기 잘하는 사람이란 뜻으로 되겠기에 말이다. 울보는 울기를 잘하듯이 갈보는 갈기(바꾸기)를 잘한다. 그런 출발의 '갈보' 아니었을까 하는 말이다.
빈대의 속어가 갈보라는 것도 덧붙여 두고자 한다. 지금이야 빈대라는 물것을 거의 볼 수가 없다. 그러나 둥글납작하게 생긴 이 물것 성화에 잠 못 이룬 과거를 가진 사람들도 적지가 않다. 눌러 죽였을 때 냄새는 왜 그리 고약했던지. 암수 가릴 것 없이 사람의 피를 빨아먹고 사는 것이 빈대이다. 그러고 보면 사람의 '피'를 빤다는 점에서 '사람 갈보'와 공통된다. 갈보는 사내의 가슴에 빈대처럼 찰싹 달라붙어서 정신의 피, 돈의 피를 빨아댄다. 빈대가 피를 빠는 것과 같다. 사람 갈보는 여자지만 빈대는 '수놈'가지도 그만 '갈보'로 되고 만다.출처 <우리말 유래사전> 박일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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