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2-02 오후 1:17:44 Hit. 667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는 말은 뒤집어 생각하면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질 수도 있다는 소리다. 특히 첫 인상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할 신입사원에게 말실수는 자칫 갚기 힘든 무거운 부채를 안길 수 있다. 따라서 업무와 조직생활, 이런저런 인간관계에 익숙지 않은 사회초년생에게 세치 혀는 무엇보다 '조심 또 조심'해야 할 부분이다. “아차”하는 순간은 이미 자신의 입에서 나와 공기를 탄 음파가 상대의 마음을 후벼 판 후다. 엎질러진 물이요 쏘아 놓은 화살인 셈. 누구나 몇 번은 겪게 되는 말실수는 업무상 실수부터 인간성을 의심 당하게 되는 경우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꿈에 그리던 항공사 승무원이 된 김씨. 입사 후 사내 여러 과정을 거치고 국제선을 타게 됐다. 인천공항을 출발해 뉴욕으로 가는 비행기, 장장 13시간40분의 장거리 여정에 승무원도 손님들도 몹시 피곤한 상태다. 하지만 김씨만은 설레는 마음에 생생한 기운이 넘친다. 뉴욕 JFK 공항에 착륙 전, 입사 후 처음으로 기내 안내방송을 맡게 됐기 때문이다. 비행 내내 첫 안내방송을 준비하며 마음속으로 외우고 또 외운 멘트를 바탕으로 방송을 시작했다. “손님 여러분, 저희 비행기는 잠시 후 뉴욕 ‘KFC’ 국제공항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손님도 웃고 승무원들마저 웃었다. 김씨는 이후로 한동안 그 좋아하던 치킨을 끊었다. 이처럼 단순 실수라면 그나마 다행이다. 배우고 익히면 자연스레 고쳐질 터다. 하지만 무심코 내뱉은 말의 여파가 큰 경우도 많다. #중견 제조업체에 입사한 최씨. ‘사수’인 선배를 따라다니며 한창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협력업체를 상대하는 부서에 있다 보니 외부 손님들과 만남이 잦았다. 한번은 여러 업체들과 동시에 저녁 자리를 가졌다. 임원급도 나온 자리에 막내였던 최씨는 분위기를 맞추려 애썼다. 조심스레 술도 따르며 업체사람들과 말도 나눴다. “저…임신하셨는데 술 하셔도 괜찮겠어요?” 앞자리에 앉은 상대 업체 젊은 여성 임원이 술잔을 내밀자 최씨는 밝은 얼굴에 배려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순간 분위기는 얼어붙었다. 최씨 등골에 식은 땀이 흐르는 순간, 이미 늦었다. 최씨의 뒤늦은 눈치대로 그녀는 단지 통통한 여성일 뿐이었다. 그 임원은 잠시 후 “술 먹어도 괜찮다”며 연거푸 술을 들이켰고 그날 미팅은 엉망이 됐다. #말 한마디에 사상을 의심받기도 한다. IT업체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씨는 화기애애한 팀 분위기 덕분에 금요일 오후 가족동반 나들이에 따라 나섰다. 아직 결혼 전인 이씨는 회사 선배들의 아이들과도 놀아주며 점수를 톡톡히 딸 심산이었다. 일행은 당시 일산 한 전시장에서 개최된 아이들 사이에 최고 인기라는 ‘뽀로로 놀이동산’을 찾았다. 마침 여러 행사가 열리던 때라 놀이동산입구가 쉽게 보이지 않았다. 안내는 자신의 몫이라 생각한 이씨, 잽싸게 진행요원을 붙잡고 씩씩한 소리로 물었다. “아저씨, 여기 뽀르노 동산이 어디에요?” 순간 주위의 시선은 집중됐고 이씨는 자신이 한 말을 자기 귀로 듣고도 어안이 벙벙했다. “엄마, 우리가 가는 데가 뽀르노 동산이야?” 어디선가 들리는 재잘거리는 소리들과 “평소 무슨 생각하고 사니?”라고 묻는 듯한 시선이 이씨 주위를 맴돌았다. #같은 말이라도 서로가 느끼는 어감차이에 인간성이 낙인 찍히기는 경우도 있다. 자동차회사에 취직해 영업지점으로 발령받은 권씨. 모든 영업조직이 그렇듯 권씨의 지점 역시 드러난 실적으로 평가 받는다. 말단 신입이든 베테랑 경력사원이든 한 달의 고생이 마지막 날 마감수치로 판가름 난다. 그도 “숫자가 곧 인격이다”라는 선배의 조언을 가슴에 새기려 노력했다.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어느 마감날. 한 고참 영업사원은 자기 목표에 한대가 부족해 지점장에게 야단맞고 머리를 싸매고 고민에 빠졌다. 권씨는 때마침 운 좋게 계약을 하나 따냈다. 들뜬 마음에 외친 한 마디. “와 쉽다. 이거 계약이 거저 되네!” 숫자가 인격이라지만 말 한마디는 그 인격을 순식간에 무너뜨리는 법이다. 지점 선배들의 따가운 눈초리에 권씨는 몸 둘 바를 몰랐고 ‘싹수’ 없는 신입으로 찍힌 것도 순식간이었다. 권씨는 그 후로 오랫동안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전시장 바닥청소부터 전시차량 닦기 등 온갖 잡일을 도맡아야 했다. 사실 말실수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신입사원이라면 더욱 그렇다. 따라서 눈치껏 부지런히 상황을 살피고 말하기 전 먼저 생각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단 실수를 했을 때 대처요령도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어설픈 변명으로 사태를 무마하기보다 즉시 사과하고 솔직한 태도로 임하라”고 조언한다. 괜히 말실수를 덮으려 했다가 2, 3차 오해만 불러일으킨다는 지적이다. 문혜리 르노삼성 사내 커뮤니케이션 팀장은 “학교에서 편하게 대화하던 습성이 남아있는 신입사원들이 말실수를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며 “선배들도 악의적인 실수가 아닌 이상 현장에서 지적해 고쳐주고 되풀이되는 실수에 대해선 직장 내 멘토나 편한 미팅 자리를 통해 주의를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왠지 이런거 올리는거 재밌네요 -0-!
불량게시글신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