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주말이면 독서 삼매경에 빠져 있습니다.
눈이 잘 보이지 않아 할 수 없이 메틸 페니데이트 27mg 한 알을 먹고 시작하지요.
제 눈은 평소에는 지극히 정상적으로 작동하는데
독서만 시작하면 수정체의 두께를 조절하는 모양근들이 피곤하다고 아우성을 칩니다.
그 결과가 침침한 눈이지요.
어쨌든 10시간 이상 혹사시켜도 잘 견뎌주기 때문에 약을 먹게 됩니다.
미국에서 ‘리탈린’이라는 이름으로 팔리는 이 약은 식욕이 감퇴되고
잠이 오지 않는 부작용이 있어서 독서에는 더 없이 이상적인 동반자가 됩니다.
지난 주말에 9년 전에 읽었던 이 책을 다시 꺼내 읽었습니다.
신선한 충격으로 9년 동안 저에게 좋은 자극제가 되어 주었던 놀라운 책입니다.
9년 만에 그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이 책을 꺼내 들었습니다.
시간을 정복하다니 대체 무슨 소리일까요?
그 어떤 인간이 감히 이렇듯 오만한 주장을 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이 얘기는 모두 사실입니다.
자 이제 놀라실 준비를 하고 제 얘기를 들어보십시오.
이 책은 26세부터 죽기 전인 82세까지 자신이 사용한 시간을
분 단위까지 꼬박 꼬박 기록한 놀라운 인간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그는 곤충학자로 56년 동안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단 1분 1초도 헛되이 쓰지 않고
사용한 시간을 남김없이 일기 형식으로 기록하였습니다.
대개 나약한 인간인 우리는 자신의 계획과 실제로 이룩한 실천내용을 투명하게 들여다 보면
누구나 그 불성실함에 자괴감에 빠지게 마련입니다.
그는 일년 동안 세운 계획에서 총 시간 단위로 약 5시간 정도,
0.1%정도의 오차를 보일 정도로 자신의 시간을 철저하게 계획적으로 사용하였습니다.
그는 차를 타고 이동한 시간은 물론 통계를 계산하는 시간까지도 모두 기록했습니다.
학술 회의를 하면서 회의가 초점을 벗어나 방만해지면
그는 그 시간에 가져온 수학 문제를 풀었습니다.
어찌 보면 오싹하기까지 할 정도로 강철 같은 의지를 가진 인물입니다.
그 누가 감히 이 사람 앞에서 시간이 부족하다는 말을 꺼낼 수 있겠습니까?
그가 행했던 그대로 단 일주일만 실천해 보십시오.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제가 해 본 바로는 사실상 그건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는 평생 70권의 책을 저술 했고 15,000개의 논문을 썼습니다.
일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쉬는 것도 아닌 그런 흐지부지한,
그러면서도 마음 불편한 시간이 얼마나 많았던가?
우리가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흘려버리는……
기억조차도 할 수 없이 낭비된 시간이 얼마나 많을지 우리는 알지 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