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1-21 오후 10:19:37 Hit. 626
사람이 죽었다. 지극히 정상적으로... 97살의 나이에 심장마비... 이정도면 지극히 정상적이다. 나이 때문에 사망한 것일 테니까...
하지만 유가족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들은 이렇게 말했다. "저희 어머니는 97살로 연로하시기는 했지만, 건강하셨어요. 심장이 약간 약하기는 했지만 병원에서는 심하게 놀라게 하지만 않으면 절대로 돌아가시지는 않을 거라고 했어요. 이건 명백한 살인입니다." 하지만 이 사건을 맡은 뉴욕시 옆, 트렌턴의 조그만 파출소의 서장, 리처드 길슨씨는 귀찮은 듯 얼굴을 찌푸리며 물었다. "혹시 주무시다가 악몽 꾸신 것은 아닐 까요? 그 이유로 심장이 멈출 수도 있을 테니까요." 유가족이 외쳤다. "아니요! 절대 아니에요. 우리 어머님은 점심을 드신 후 늘 성경을 읽으십니다. 절대로 주무시진 않았어요." "그래도 연로하셨으니까, 약간 졸았을 수도...." 반박하는 길슨서장에게 돌아온 것은 흰 눈자위 뿐이었다. 서서 땀을 뻘뻘 흘리며 유가족들을 설득하려는 길슨 서장의 뒤에 서서 시체를 열심히 관찰하며 동시에 어른들의 말을 엿듣고 있는 노라 벨 길슨, 그녀는 희대의 소녀탐정이다. 길슨서장의 첫째 딸로 반짝거리는 갈색 눈동자와 자연스럽게 곱슬거리는 짧은 갈색머리가 조화롭게 어울렸다. 젖살이 아직도 통통하게 남아있어 아직도 아이같은 모습이 남아있었다. 그 모습은 긴 속눈썹과 대조되어 성숙한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아직 9학년(중학교 3학년)인 노라 벨 길슨은 자신에 대한 자부심이 큰 아이었다. 주위 어른들은 그녀를 바라보면서 자부심이 아닌 '잘난척이 심한 것'이라고 표현하곤 했다. 지금 현재 그녀는 열심히 -동그란 갈색 눈을 반짝이며- 시체를 쳐다보며 어른들의 대화를 엿들으면서도 날카로운 눈으로 현장을 찬찬히 살피고 있었다. 문과 평행인 창문, 창문 오른쪽 벽부터 침대, 탁자, 의자... 탁자 위에는 많은 양의 약과 책 등등 잡동사니가 쌓여있었다. 문의 왼쪽에는 조그만 탁자와 옷장, 오른쪽에는 커다란 책상과 의자가 있었다.
침대 위의 시체는 굉장히 조그만했다. 주글주글한 주름살이 난 할머니 시체. 이 지역에서 제일 인자한 할머니로 유명한 심슨부인이었다. 노라는 1주일 전까지만 해도 아이들에게 상냥한 목소리로 말을 건네던 그 할머니를 생각하게 되었다. 그 할머니는 이제 시체로서 여러 경찰들의 관찰대상이 되어 있었다. 시체는 평범했다. 하얗고 쭈글쭈글했으며 그리고....그리고....잔뜩 오만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그 할머니의 배 위에 작은 성경책이 펴진 채로 한 권 놓여 있었다. 그 뿐이었다. 다른 희안한 것은 없었다. 하지만 노라는 그 뒤로 느껴지는 암흑의 세계, 석연치 않은 느낌을 받았다. 무엇인가 끄물끄물 다가오고 있는 것 같았다. 말을 나누는 자신의 아빠와 그리고 유가족들... 그들의 목소리 사이사이 들려오는 정막이 소름끼쳤다. 노라는 리처드 길슨 서장의 팔을 살짝 잡으면서 속삭였다. "아빠, 그냥 수사해요. " 그녀는 자신의 아빠가 놀란 눈으로 자기를 쳐다보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벽을 멍하니 쳐다보다가 다시 고개를 올려 자신의 눈매와 닮은 아빠의 눈을 쳐다보면서 다시 "아빠"하고 불렀다. 그녀는 그 빛나는 눈으로 무엇인가 말을 했고 그녀를 찬찬히 바라보고 있던 그녀의 아빠도 알아챘는지 고개를 들어서 유가족들을 바라보았다. 길슨 서장은 얼굴을 찌푸리며 유가족에게 말했다. "알겠습니다. 살인인지 한번 조사해 보지요." 두명의 유가족들의 얼굴에는 그제서야 만족스러운 기운이 돌았다. 두명의 유가족, 심스부인의 딸과 아들이었다. 아들의 이름은 조나단 심슨이고, 딸은 그레이스 심슨이었다. 서로 쌍둥이이라도 된 듯 무척 흡사하게 생겼다. 오빠와 동생 나아차가 1살 밖에 나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고 노라는 생각했다. 하지만 말 많은 노라가 그 생각을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 않은 이유는 그녀는 자기가 과학 문외한인 것을 들어내는 것을 싫어했기 때문이었다. 젖은 듯한 청록색 눈동자에 속눈썹이 길었다. 진한 갈색 머리는 마치 진한 커피처럼 물결치고 있었다. 또한 둘다 키도 커서 조나단 심슨은 거의 186정도 되는 듯 했고 그레이스 심슨은 180정도 되는 듯 했다. 조나단 심슨은 약간 어깨가 구부정했지만 대체적으로 균형적인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반면에 그레이스 심슨은 탄탄한 몸매에 늘씬날씬했다. 그녀는 두 눈을 깜박거리면서 말했다. "응접실로 가시지 않으시겠습니까? 그 곳에 저희 가문 변호사가 있거든요." 그 심슨남매의 뒤에 서 있던 가족 주치의인 톰프슨 박사가 말했다. "가시죠. 응접실이 이 답답한 방보다 더 시원할 듯 합니다. 레이? 응접실에 가면 커피 한 잔 타주지 않을래?" 톰프슨 박사가 그레이스 심슨 양에게 친근하게 말을 건넸다. 그레이스 양은 문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가 문을 열고는 사무적인 말투로 말했다. "그러죠. 자 여러분, 가실까요?"
나무로 된 계단을 타닥 거리면서 재빨리 내려가는 그레이스 심슨의 뒤를 노라와 길슨서장은 재빨리 따라가고 있었다. 그들 뒤로 주치의 톰프슨 박사 조나단 심슨이 느릿느릭 걸어오고 있었다. 그들 모두 머릿속으로 무엇인가를 계산하고 있었다. 그 중 노라는 머릿속으로 무엇인가를 열심히 생각하고 있었다. '만일 이렇게 되면 그가 범인이고....아니지 이것은 모순이...앗!' 열심히 생각하던 그녀는 마지막 계단층에서 발을 헛디뎌 넘어졌다. 그 순간 아빠를 밀었고 그녀의 아빠는 재빨리 뒤로 돌아 그녀를 붙잡았다. 그녀는 웃으면서 일어나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 올렸다. 그리고 웃으면서 말했다. "아빠, 누군가가 절 죽이려고 한 것은 아니니까 얼른 응접실로 가요." 잠시 끊어진 응접실로 향한 행렬은 다시 이어졌다. 노라는 다른 때와 달리 느릿느릿 걸어가기 시작했다. 선 채로 발목도 돌려보고 옷자락도 단정하게 매만지며 길슨서장과 주치의, 조나단 씨가 지나가는 것을 지켜보고 한참 후에야 응접실을 향해 걸어갔다. (이 것은 매우 이상한 현상이었다. 노라는 늘 옷차림 따위는 걱정않고 마구 뛰어다니는 천방지축의 아가씨였기 때문이었다.)
응접실에는 사람이 한명 더 있었다. 심슨 가족의 변호사였다. 아니 트렌턴의 조그만 마을 전체의 변호사 일을 맡고 있다고 해도 될 사람이었다. 이미 안면이 있는 길슨서장은 유쾌하게 그의 손을 잡으며 인사를 했다. "오랜만이네, 빌" 윌리엄 트레인, 수북한 흰 머리에 수더분한 미소가 늘 입가에 돌고 있었다. 그도 길슨 서장의 손을 마주 잡으며 말했다. "그럼, 그렇지. 리, 이 마을은 너무 평화로와서 거의 만날 일이 없지 않나? 이혼이니 뭐 그런 소송도 일어나지 잘 않으니까..." 그는 유쾌하게 웃으며 "노라! 많이 컸구나. 음, 내가 네가 요만할 때 아마 엘리노어라는 이름으로 지어달라고 너희 부모님께 부탁하던 시절이 어제 같은데 말이지." 그는 깊숙해 보이는 초록색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다행히 이름은 엘리노어가 됐지만 내 뜻대로는 되지 않은 것 같구나, 노라. " 노라도 그의 눈을 바라보면서 미소지었다. "노라라는 애칭이 저한테는 맘에 드는 걸요."
모두 응접실의 의자에 앉았다. 길슨 서장은 다시금 진지하게 사람들을 심문하고 있었고 길슨서장의 심복인 뚱뚱한 존슨 경위는 뒤에 서서 받아 적고 있었다. 길슨서장이 말했다. "제일 먼저 심슨부인이 돌아가신 것을 발견하신 분은 누구죠?" "접니다." 주치의가 말했다. "저는 매주 수요일 점심식사 후 심슨부인을 검진합니다. 오늘도 그렇게 하기 위해 방안으로 들어갔지요. 심슨부인은 성경을 읽고 계시더군요. 전 웃으며 인사하자 그 분도 미소로 답하며 역시 인사하시더군요. 그리고 전 도구를 꺼내기 위해 문 옆 조그만 탁자 -보셨으리라 믿습니다.- 에 제 가방을 올려 놓고 -그 가방은 여기 있습니다. 이 곳에다 두고 돌아가셨다고 말을 했죠. - 청진기나 주사 뭐 그런 것들을 꺼내려 했습니다. 그 순간 심슨 부인이 숨을 헐떡거리며 비명을 질렀습니다. 전 얼른 응급조치를 했죠. 심장마사지를 하고 숨을 못 쉬는 노인에게 인공호흡을 했죠. 하지만 거의 10분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죽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밖으로 나오자 그레이스 양이 문을 두드리고 있더군요. 전 그녀에게 사실대로 말을 했죠. 그녀는 안으로 들어갔다 나온 뒤 바로 경찰에 신고를 했습니다." 그의 말에 이어서 그레이스 심슨이 말했다. "저는 식탁을 치우고 설거지 중이었지요. 갑자기 비명소리가 들리더군요. 전 모든것을 다 집어 치우고 어머니 방으로 달려갔습니다. 하지만 문은 잠겨있었고요.... 제가 들어 갔을 때는 이미 어머니는 돌아가셨더군요." 적막. 적막 속에 그레이스 양은 오빠의 어깨에 기대고 흐느꼈다. 일이분쯤 지났을 까? 그녀는 다시 고개를 들고 눈물을 털어버리더니 길슨 서장을 똑바로 쳐다봤다. "전 느꼈습니다. 그 방에서... 무엇인가 이상한 느낌을요. 저를 누르는 듯한 느낌을, 마치 기압이 더 커져서 저를 누르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노라는 그녀를 찬찬히 살펴보았다. 자신과 똑같은 느낌을 받은 그 여자를... 노라는 천천히 막대사탕을 주머니에서 꺼내 한참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버릇대로 그것을 까서 입에 물었다. 그녀는 주위사람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그냥 살펴본 것이 아니라 관찰을 했다. 그녀는 살짝 미소를 짓더니 무엇인가를 찬찬히 생각을 해보고 있었다. 길슨 서장이 입을 열러는 순간, 노라가 갑작스럽게 벌떡 몸을 반듯하게 일으켜 앉았다. 그녀는 막대사탕을 입에 물고 천장을 찬찬히 바라보며 던지듯이 물었다. "톰프슨 박사님, 박사님은 늘 그렇게 문을 잠그시나요?" 주치의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네. 그 망할 버릇 때문에 딸이 어머니의 마지막 모습을 보는 것을 막아버렸네요.." 또다시 흐느낌. 길슨서장은 그 분위기 속에서 미칠 듯한 심정을 앉아있었다. 그는 이래서 가족을 심문하는 것을 싫어했다. 특히 실종자의 가족이나 죽은이의 가족은 더더욱 싫었다.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유산은 어떻게 돌아가죠?" 트레인씨가 대답했다. "숨길 일도 아니니까 그냥 말해 드리지. 거의 모든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 사실이야. 모르면 간첩이지. 심지어 우리 아들도 아는 사실이네... 심슨부인은 그런 일을 아주 '사소한' 일이라고 생각한 나머지 많은 사람에게 얘기를 한 모양이야. 우선 아들에게 재산의 반이 넘어가. 지금 현재 조나단은 현재 생활이 매우 어려워. 그렇지? 이 돈이 생기면 사랑하는 여인과 결혼할 수 있는 돈이 생길거야. 그러니 그 얼굴 주름 좀 펴게나." 변호사가 조나단 심슨을 바라보며 웃었다. 조나단 심슨, 그는 변호사를 바라보며 겸연쩍은 듯 살짝 웃기만 했다. 변호사가 계속해서 말했다. "그 다음 그레이스 양이 남은 반절의 삼분의 이를 가지게 되지. 그녀는 이 집과 그리고 그 돈으로 좀 더 좋은 일을 하게 될거야. 예를 들자면 어서 남자친구를 사귀어서 결혼도 하고 이 집을 고치고 평생토록 사는 거지. 대대손손 평생 행복하게... 그리고 남은 돈은 주치의에게 맞겨져 병원 설립 및 가난한 이들을 위해 쓰도록 되. 그는 그 돈을 가지고 무료 의료 봉사를 하게 되는 거야. " 길슨씨가 물었다. "빌, 그러면 그 돈을 전부 네가 처리하니?" 트레인 씨가 웃으며 말했다. "아니, 난 나눠주기말 할 뿐이야. 그들에게 돈을 나눠준 후 그들은 다 갈 길 가고, 나는 그에 대한 돈을 받고. 이 집의 변호사로서 매달 월급처럼 돈을 받게 될 거야."
이 와중에도 노라는 멍하니 생각에 잠겨서 뭐라고 중얼 거리고 있었다. 그녀의 머릿속은 이제 완전하게 정리가 되어 있었다. 그녀는 정확한 증거를 몇가지 획득했고 이제 잔뜩 떠들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때 길슨 서장이 슬쩍 노라에게 속삭였다. "이것은 분명히 자연사인데 말이야. 가족들이 너무 억지를 부리는 듯 허다. 안 그러냐?" 노라는 아빠를 곁눈으로 보더니 중얼거렸다. "살인이 정확한데, 널린 것이 증건데, 그런데 왜 나한테 물어보지? 살인인데, 살인인데, 살인인데..."
길슨씨는 노라를 불쾌한 눈빛으로 쏘아보더니 일어섰다. 그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며 말했다. "존슨! 이정도로 마치도록 하지. 여러분, 우선 첫번째 조사는 이정도로 끝내기로 하지요.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노라는 갑자기 두 눈에 이상한 -장난스러우면서도 위엄스러운- 빛을 내며 벌떡 일어났다. 그러고는 노라도 꾸벅 인사하더니 말했다. "죄송합니다만, 전 이렇게 갈 수가 없네요. 살인자가 이 동네를 계속해서 돌아다니는 것을 볼 수는 없으니까요. 친애하는 길슨서장님 그리고 존슨경위님, 저 지금 일어서 있는 도망가려고 시도할 인간을 붙잡아야 하지 않을까요?"
범인은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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