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플루에 대해 알려진 정보는 거의 없다. 이른바 오해와 진실이 뒤엉킨 어떤 현상이 지금 '신종 플루'라는 기표를 따라 소용돌이치고 있다. 광우병과 달리 신종 플루는 더욱 구체적으로 한국 사회에 공포를 제공한다.
수전 손택의 말처럼, 신종 플루는 정확하게 '은유로서 작동하는 질병'이다. 질병이라는 '자연적 재해'는 은유의 작용을 거쳐 문화적 현상으로 안착한다. 신종 플루는 단순한 '독감 바이러스의 종류'를 넘어서서, '나'를 멸살시킬 수 있는, 정체를 알 수 없지만, 가장 확실한 위협의 실체이다. 질병은 '더러운 것'이다. 암이 그렇고 에이즈가 그렇듯이, 질병에 걸리는 것은 개인의 성격이나 문란한 생활방식 때문이다. 신종 플루 역시 그렇다. 신종 플루는 '게으른 자'를 노린다. 손도 씻지 않고 절제하지 못하는 불성실한 개인이 바이러스의 숙주이다.
신종 플루는 처음에 '돼지 독감'이라고 불려서 양돈업자들을 아연 긴장시켰다. 돼지 독감이 신종 플루라는 기표로 바뀌도록 한 것은 '시장 논리'였다. 그리고 이 시장 논리에 따라, 새로운 현상들이 발생한다. 근거 없는 믿음에 근거한 보양식들이 신종 플루에 좋다면서 팔리고, 김치가 신종 플루 예방에 특효일 것이라는 '민족주의적 낭설'이 인터넷을 타고 떠돈다.
한국 사회 특유의 가족주의는 타미플루 사재기로 전화하고, 내 가족만 안전하면 괜찮다는 이기주의로 공동체의 근간을 흔들어놓는다. 살균력이 탁월하다는 액체비누는 마트마다 동이 나고, 혼자라도 살아남아야한다는 처절한 '생존주의'가 외설적으로 귀환한다. 이 모든 것은 참으로 한국 사회의 종말을 예시하는 묵시록 같다.
전문가들은 신종 플루가 '신종'이어서 문제인 것이지, 인간의 힘으로 막을 수 없는 무소불위의 재앙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한국의 보건복지부 장관은 기자들을 만나서 '위기상황'이라고 겁을 줬다. 뒷북 행정과 무능력이 빚어낸 또 다른 '인재'가 현재 진행 중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