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식을 하게 된 계기가 된거 같아 적어 봅니다...
우선 제가 본 사이트의 글인데요..
예전 다음 만화에서 연재되고 있는 ‘V’를 보고 계시는 독자 분들이 상당히 많았을 것이다. 지금의 청, 장년들의 가슴을 뜨겁게 달궜던 한국의 고전 슈퍼로봇 만화인 로봇태권V를 재구성한 만화가 바로 V(작가 제피가루)이다. 단순히 영웅의 활약을 그린 것뿐만이 아니라 영웅의 인간적인 고뇌와 현실 사회에서의 갈등을 그리고 있어서 최근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만화다(영화로도 제작된다고 한다).
이처럼 로봇태권V를 둘러싼 복원작업이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다. 웹툰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V뿐만 아니라 옛날 필름을 복원한 태권V의 재상영이 이루어져 청, 중년층들의 호응은 물론 어린이들에게 인기를 얻으며 다시 한 번 그 충분한 가능성을 확인했고 산업자원부는 ‘대한민국 로봇 등록증’을 만들어 태권V에게 지급했다. MMORPG 장르의 게임과 신작 애니메이션 작업은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는 태권V, 필자도 정말 재미있게 보고 있다
옛날의 로봇태권V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전설’로 남아 있는 대표적인 극장판 애니메이션이기도 했지만, 반대로 세월이 점점 흐르면서 일본의 마징가Z와의 표절 문제와 자유로울 수 없었다. 또한 현재는 이런 태권V의 표절 때문에 젊은 만화가들이나 만화 지망생들에게서 ‘가장 창피한 한국 애니메이션’으로 꼽히기도 했다.
실제로 김청기 감독이 당시 만들어 낸 극장판 애니메이션들은 일본 메카 애니메이션들을에 대한 다수의 표절 의혹을 받고 있다. 태권V와 마징가Z의 표절 의혹은 물론 84태권V는 일본 애니메이션 자붕글의 표절 의혹을 받았으며, 스페이스 간담V는 마크로스를, 그리고 우뢰매는 닌자전사 토비카게를 표절했다고 알려지고 있다. 또 일부는 제작자인 김청기 감독도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는 부분들이다.
그렇다면 태권V는 부끄러운 한국 만화의 산물에 지나지 않을까. 김청기 감독의 말대로 ‘부끄러운 한계’일까. 단순히 그렇게 치부하기에는 대한민국 극장판 애니메이션의 첫 걸음을 뗀 작품의 의의가 너무 초라하다.
과연 우리는 로봇태권V를 부끄러운 표절작으로만 봐라봐야 하는 것일까?
- 기반도 없었던 시절, '표절'보다는 도전의식에 주목해야
보수적이었던 1970년대 중반, 김청기 감독은 일본의 마징가Z와 그레이트 마징가를 보고 큰 감명을 받았다고 회술 했다. 애니메이터가 되지 않았다면 기계를 다루는 사람이 되었으리라고 생각했을 만큼 그의 메카에 대한 관심은 유별났다. 그리고 황금날개, 빅토리 삼총사 등의 원작을 만든 조항리 선생의 태권V에 눈길을 돌리게 되었다고 한다. 슈퍼로봇에 전통 무술 태권도를 도입한 것에 많은 감흥을 받았던 것이다.
△ 이 애니메이션이 등장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열정’이 필요했는가
사실 애니메이션을 만든 사람이 김청기 감독이라는 것에 주목을 받아서 그렇지, 태권V의 디자인은 그가 고안해 낸 것이 아니다. 차라리 원작이었던 만화에서는 마징가나 그레이트 마징가에 굉장히 흡사한 외모를 당시 스튜디오가 있던 광화문의 이순신 동상을 보고 변경을 한 것이 그였다. 때문에 ‘일본 문화의 표절로 인기를 끈 사이비’라는 말을 들으면 가슴이 아프다는 것이 이제는 노감독이 된 그의 생각이다.
그렇게 1975년 11월 광화문의 허름한 한 스튜디오에서 김청기 감독을 위시한 사람들이 모여 태권V를 만들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집을 담보로 필름 값을 구하며 열정과 끈기, 그리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만들었다.
여건은 만만치 않았다. 일단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에 대한 인식이 너무나 저조한 한국에서, 그것도 극장판 만화를 상영한다는 것은 그 때 당시에는 그야말로 꿈과 같은 이야기였다. 거대 자본의 도움을 받은 것도 아니었고, 잘 나가는 영화감독들도 수지타산을 맞추기 위해 1년에 30작품씩 영화를 ‘찍어’내는 상황에서 김청기 감독의 도전은 그야말로 ‘무모한 도전’이었다.
이런 어려운 여건 속에서 김청기 감독은 디즈니의 애니메이션들과 일본 거대 슈퍼로봇물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신감을 얻었다고 회자했다. 한국보다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에 대한 문화와 사업이 발전하고 먼저 진척된 일본의 애니메이션들도 아직은 스토리에 삽화를 이어붙인 듯한 느낌에 그치고 있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만들어 낸 것이 오토스코핑 기법, 즉 동작의 리얼리티를 위해 유단자를 대련시켜 필름에 캐릭터를 직접 입히는 기술이었다.
△ 하지만 ‘표절작품’이라는 차가운 시선은 태권V를 세월의 뒤안길로 내몰았다
당시의 열악한 환경과 투자라는 개념조차 없었던 어려운 상황에서도 한국 애니메이션의 프런티어가 되겠다는 희망과 확신 아래 만들어진 로봇태권V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약 6개월 간의 밤샘작업과 합숙작업 뒤 1976년 7월 24일에 처음으로 대한극장과 세기극장, 현재 서울극장에서 상영이 되었다.
물론 극장판 상영을 위해 엄청난 편견에 맞서 싸워야 했다. 극장에서 만화를 상영하고 싶다는 말을 꺼내기가 무섭게 돌아오는 차가운 반응을 묵묵히 참아야 했고, 심지어 ‘다 큰 어른이 어디 할 게 없어서’라는 말을 들을 정도의 수모까지 당해야 했다고 그는 말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뛰어넘을 정도의 열정을 가지고 있었기에 극장판 상영을 이뤄낼 수 있었다.
호응은 대단했다. 대한극장으로 몰려드는 관객들을 감당해 내지 못하고 버스를 빌려서 세기극장으로 관객들을 이동시킬 정도였으니 말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보잘 것 없는 숫자지만, 당시는 대단했던 서울 2개 개봉관 누적 관객 18만 명의 쾌거를 이룰 수 있었다.
- '부끄러운 한계'로만 치부하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 애니메이션 최초의 문을 연 김청기 감독은 세월이 흘러 문화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관심과 해외 문호 개방으로 유명 애니메이션들에 대한 반응이 계속해서 증폭되는 시점에서 그의 이름을 찾을 수 없었다. 세월이 흘러 많은 정보들을 인터넷에서 찾아 볼 수 있는 시절이 되자 사람들은 그의 이름과 태권V를 ‘표절’로만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앞서도 언급했었지만, 김청기 감독은 비슷한 색감과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는 마징가 시리즈와의 표절문제가 나올 때 마다 속이 상한다고 말한다. 만약 표절을 했다고 해도 그런 법령 자체가 국내에 없었기 때문에 문제가 될 일은 없었지만, 크리에이터의 양심과 세월이 지나 눈총을 받는 것은 그에게는 참기 힘든 고통이다. 태권V는 마치 엄청난 산고를 겪고 탄생시킨 자식과 같은 작품이기 때문이다.
△ 태권V는 한계 속에서도 그 빛을 잃지 않는 산물이었다
김청기 감독은 “작업을 맨 처음 시작했을 때 나는 일본 문화에 대한 적개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아류작이라는 말을 듣고 보니 부끄러운 한계라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는다. 실력이 있었다면 그런 말을 듣지 않았을 것”이라며 “당시 디자인 실력으로는 마징가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색채에 대해서도 당시 블랙이 셀에 가장 잘 묻어 유용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 선택이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태권V를 부끄러운 한계로만 치부하기에는 태권V만의 매력과 작품성이 너무도 크다. 단순히 ‘표절작이다’라는 것으로만 냉혹한 잣대를 들어대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먼저 메카 애니메이션의 왕국 일본에서도 80년~90년대에 와서 사용되고, 또 인기를 끌었던 메카와 파일럿의 일체화 설정은 태권V가 원조이다. 기동무투전 G건담, 라이딘, 투장 다이모스 등에서 인기를 끌었던 이 설정은 슈퍼로봇의 설정을 극대화시키는 멋진 아이디어였다.
또한 태권V가 있음으로 해서 현대에 와서 대한민국을 대표로 하는 슈퍼로봇과, 그리고 그에 따른 과학적인 발명을 기초로 한 설정들이 등장했다. 위에 언급했던 파일럿과 메카의 일체화를 가능케 하는 기술과 태권V의 사상 등은 타 애니메이션들에서만 볼 수 있을법한 세계관 등이 등장해서 앞으로 등장할 한국판 애니메이션들에 좋은 타산지석이 되고 있는 것이다.
△ 이순신 장군에서 모티브를 딴 태권V의 머리 디자인
최근 태권V는 표절이라는 시선을 넘어서 필름을 복원해 재상영을 실시했다. 31년 만에 오리지널 태권V의 부활은 전국 70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물론, 한국 애니메이션 사상 최고의 흥행 기록을 세웠다. 김청기 감독 본인 역시 세월과 편견의 등쌀에 밀려 아무렇게나 방치되어 있던 필름을 복원하면서 ‘애니메이션은 불멸이다’라는 생각을 굳혔다고 한다.
지금의 한국 애니메이션계는 이렇다 할 작품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그저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들이 만들어 내는 엄청난 작품들에 혀를 내두르며 감탄을 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점들을 김청기 감독은 자신의 일말의 책임과 함께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다고 말한다. 막대한 투자에 엄청난 홍보를 덧붙이고도 거듭된 실패 사례는 한국 애니메이션계의 거대한 압박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면서 김청기 감독은 “무모하게 도전할 줄 아는 정신이 필요하다. 그래야 이뤄낼 수 있다”라며 이번 태권V의 부활을 기폭제로 한국 애니메이션계가 다시 살아나기를 염원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환경과 인프라의 부족으로 남의 것을 보고 만들어 내는 그 때의 아쉬움을 다시는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다.
마징가Z를 보고 만들어진 태권V. 하지만 그 안에 들어있는 오리지널리티와 열정, 그리고 크리에이터들의 혼은 여전히 계속해서 살아 숨 쉬고 있다. 그것이 게임, 애니메이션 뿐만 아니라 한국 문화 산업에 거대한 기폭제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
(출처 : mlbpark의 연재물중 공상과학로봇의 테츠야님 글에서..)
들게 된 계기가 된 글 같습니다..
않나 생각해 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