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3-14 오후 2:23:37 Hit. 2942
(게시물에 사용되는 이미지들은 본문과 연관이 없음을 알립니다)
즐사마,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숨겨졌던 제부도의 1년전 진실"
▲ 어두운 밤하늘을 형형색색 아름다운 선으로 빼곡히 수놓는 폭줄 놀이. 이제는 바닷가 밤 문화에서는 빼놀 수 없는 위치에 와있다. 연인과 함께하는 폭죽 놀이라면 기쁨이 두배일 것.
1년전에는 하지 못했던 숨겨졌던 이야기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사실 별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천에 다녀왔다는 밑의 회원님의 사연을 들으니 작년 이맘때쯤에 제부도에 갔었던 일화가 생각이 났다. 작년에도 잠깐 글을 작성한 것같아 찾아봤더니, 순전히 폭죽 놀이에만 간단히 적어 놨더라.(ㅋㅋㅋ) 그래서 이번에 그때는 말하지 못했던 숨겨진 이야기, 논픽션 100%의 제부도의 진실을 밝혀보도록 한다.
▲ 서해안에 위치한 제부도. 바닷가가 그렇듯 일출도 일품이고, 멋진 야경도 한 몫한다. 하지만 이곳에 숨겨진 또 다른 진실이란…
바닷가의 밤 문화, "사실 전국 어디를 가든 똑같다."
장소와 사람은 달라도 우리는 한민족이요, 노는 것은 같아라. 항상 바닷가엔 제각기 다른 목적을 가지고 여러 사람들로 붐비지만, 결국엔 일맥상통하게 된다. 진짜 자연을 즐기러 오는 사람과 혹은 연인, 친구와 즐기기 위해 오는 사람들. 특히 한창 혈기 왕성한 젊은 남녀가 쉽게 묶이기도 하는 장소이다.
즐사마군은 작년 이맘때 친구와 함께 제부도 야경을 감상하기 위해 당일치기로 드라이브를 떠났다. 물론 목적은 경기도에 집과 가깝게 위치한 제부도의 야경을 보면서 술한잔 적시기 위한 것. 하지만 이들이 경험하게 된 것은, 한적하고 아름다운 풍경이 아니라 그야말로 젊은이들의 음주가무 향연이었으니.
즐사마가 말하는 1년전의 제부도, "과연 그곳에서 어떤 일이?"
제부도를 맞이하는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우리는 경악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우리를 처음 맞이했던 것은 유리창문 사이로 흘러들어오는 바닷가의 내음과 시원한 바람이 아니라, 온통 민박과 숙박들이었으니 말이다. 더욱이 깊숙히 들어갈 수록 개펄을 사이에 두고 즐비한 상가(주점)들은 두말할 것도 없었다. 물론 바닷가에 숙박과 먹거리 상가를 빼놓으라면 앙코빠진 호빵과도 같겠지만.
도착한 시간이 21시를 겨우 넘긴 시간이었을까, 벌써부터 제부도는 그야말로 환락의 천국이었으리라. 친구와 둘이서 조용히 식사를 하고 싶었기 때문에, 밤 야경이 내려다 보이는 한적한 2층으로 들어섰다. 친구는 조개구이를 먹고 싶어했지만, 즐사마군은 회를 좋아했기 때문에 회 한 접시와 쇠주를 시켰다.
그리고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펑펑' 터지는 요란한 소리에 슬쩍 창문 밖을 내다보니, 아니나 다를까 밖은 폭죽 놀이가 한창이었다. 배도 불렀겠다 잠시 소화도 시킬겸, 완강히 거부하는 친구 녀석을 이끌고 밖으로 향했다.(친구 놈은 폭죽놀이가 유치하다며 거부하더라. 짜슥, 여친하고 왔으면 했을 놈이.ㅋㅋ)
근처 상가에서 폭죽을 대량 구입한 즐사마군(대략 3만원어치쯤 된다).
친구놈: 이 미친 녀석아.ㅋㅋ 뭘 그리 많이 사. 그냥 조금만 사지. 즐사마: ㄴㄴ 모르시는 말씀. 원래 이런데 오면 한바탕 해줘야 하는 거임.ㅋㅋ 그리고 술은 니가 쐈으니, 놀이는 이 형한테 맞기셈.ㄱㄱ
원래는 본인도 폭죽을 조금만 살까하다가, 폭죽 종류가 워낙에 많아서 한번씩 터뜨려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TNT'라는 거의 폭약급(?)의 폭죽도 존재했기 때문에, 이것은 꼭 마지막 피날레로 터뜨리고 싶었다. 결국 티엔티는 2발(?)을 구입했다.
개펄 부근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폭죽을 즐기고 있었다. 마치 누가 더 화려한지를 자랑하는 것처럼. 즐사마는 사왔던 폭약들을(?) 모두 정렬 시켜놓고, 화력이 약한 순으로 먼저 발사하기 시작했다. 한번에 한개가 아니라 남들보다 3배 빠른, 아니 3배 많이 터뜨릴 수 있도록 모래밭에 3~4개는 꼽아놓고 라이터로 순서대로 발사했다.
이내 마치 미사일처럼 '빠빵방' 터지며, 눈앞에서 펼쳐지는 진풍경! (이건 폭죽놀이가 아니라 이미 전쟁 수준이었다) 확실히 다른 사람들보다 파괴력있는 녀석들로만 골랐기 때문에, 화력이나(?), 소리만큼은 절대 뒤지지 않았다.
그렇게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 신나게 즐기고 있을즈음, 갑자기 누군가 접근해 왔다.
밤 문화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은 헌팅이다?
처음 보는 여자애 둘이 우리의 폭죽을 보고 마치 신기해 하듯이 접근해 왔다. 술에 약간 취해서 막 기분이 좋아지는 단계였던 것으로 보였다. 게다가 중요한 것은 화장을 하긴했으나 누가봐도 학생 신분의 아이들이었다.
그러던 말던, 우리들은 무시했고 즐사마와 친구놈은 폭죽 터뜨리기에 유념했다. 우리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갑자기 검은티를 입고 있던 여자애가 갑자기 내게 손을 덥석 잡으며 팔짱을 끼기 시작했다. 그것도 보란듯이 자신의 가슴을 비비적 거리면서 말이다.
물론 팔에 느껴지는 으흐헹헹한 감촉이 싫진...아니 그게 아니라, 여자라고 하기에도 어린 애들일 뿐. 게다가 우린 애초에 친구놈과 즐기러 온 것이기 때문에 눈에 전혀 차지 않았다. 한 보따리로 사왔던 폭죽은 어느새 TNT 2발만이 남았고, 모래밭 양쪽에 살짝 묻고, 불을 붙혔다. (일단 이름이나 묵직함이나 폭탄 그 자체였으니 혹여나 그대로 터져버릴까 무서웠다...;;)
※주의: 어린이는 따라하지 마세요
TNT 폭죽, 꼭 한번 터뜨려 보길 권장한다
내 옆에 붙어서 아직도 스음가를 비비적대고 있는 애보다 오히려 내가 더 무서워했으니 이미 말다했지 않은가. TNT의 폭발력이 두려워 내가 두 세발짝 물러서자, 굉장한 굉음과 함께 그야말로 폭발해 버리는 TNT 폭죽. 살짝 묻었던 모래까지 주위로 분산시킬 정도니 그 파괴력은 과연 일품이었다.
하지만 말은 이렇게 무덤덤하게 했지만, 실제 상황으로 거슬러 올라가보면 무서워서 옆에 있던 여자애를 뿌리치고 나 혼자 살겠다고 멀리 도망갔다.(ㅋㅋ) 그렇게 친구 놈보다 조금 뒤에서(?) 마지막 피날래를 감상하고 집으로 가기 위해 차에 올라탔다. 그 여자애들 따위야 어떻게 되건 말건. 덕분에 결과론적으론 떨어졌으니, 한편으로는 다행인셈.
잠시였지만, 여러 생각이 많았던 당일 여행을 마치며… 친구와 집으로 향하며 제부도의 길거리 풍경을 보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어려보이는 소녀, 소년들까지도 어른의 통제없이, 아니 어른과 함께 어울려 술에 취해, 즐기는 것을 보면 한편으로는 측은한 마음도 들었다. 물론 지금 글을 쓰고 있는 본인과 친구놈도 어릴때부터 술을 배웠지만, 그래도 부모님 몰래 짓다만 건물에서 숨어서 친구들끼리 즐기는 것이 고작이었는데 말이다.
최근에는 요즘 치고 올라오는 신세대들의 노는 물이달라, 무섭기까지 느껴질 정도이다. 바로 윗세대인 우리도 그런 생각을 하는데, 우리보다 연배가 많은 분들은 얼마나 더 심하게 다가올까. 물론 필자가 훈계할 연배는 아니지만, 그래도 요즘의 학생들은 우리때보다 더 어른스럽게 놀려고 하는 것 같아 한편으로는 씁쓸한 제부도의 당일 여행이기도 했다. 각자의 신분과 위치에 맞는 놀이 문화가 한국 정서에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절실히 느끼는 순간이기도 했다.
PS 그때 술에 취해 접근했던 얘들아! 부디 사고없이 무사히 귀가했길 바래! 내 여동생 같아서 하는 말이야...
[파이널판타지아 닷컴]
작성자: 즐사마(dkanfhmm@naver.com)
불량게시글신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