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1-27 오후 11:08:28 Hit. 1193
처리님의 버스 경험담을 읽고 적으신 켄디님의 버스 경험담을 읽고, 저도 버스에 관련된 경험담이 생각이 나서 이렇게 적어보게 되었습니다. (이러다가 파판 전용 버스 경험담 릴레이가 되는건 아닌지...ㅋ)
어쨌든, 저는 버스안에서 생긴 일은 아닙니다만, '버스'라는 단어 때문에 생각난 일입니다.
저는 급한 용무가 생겨서, 시내 조금 떨어진 외각 지역에서 택시를 잡아타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가는 날이 장날이었는지, 매일 도로를 활보하던 차들이 거의 보이지도 않더군요. 그래서 택시를 부르려고 핸드폰을 꺼내 들었습니다.
몇분이 흘렀을까 그 자리에서 담배를 태우면서 빨리 오기를 기다렸죠. 그때였습니다. 갑자기 어느 할머님께서 저에게 말을 건네는 것이였습니다.
"저기...죄송한디...길좀 물어봐도 될까요..."
저는 놀라서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바로 입에서 떼고 뒤로 던져버렸습니다.
"아...네? 어디 가시는데요."
"다른 건 아니고...여기 ○○가는 34번 버스가 댕기는 감?"
들어보긴 한 동네였으나, 정작 그 버스가 이곳을 다니는지는 몰랐습니다. 대답해 줬으면 좋았을걸, 모르니 어쩔 수 없었습니다.
"아니요...들어보긴 했는데, 잘 모르겠네요. 여기서 쭉 내려가시면 시내가 있거든요? 한...걸어서 10분정도 걸리는데, 시내에서 들어가셔서 물어보면 되겠네요."
왠지 저의 말에 힘을 잃은듯이 고맙다는 표정으로 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이시며, 뒷손을 짚으시며, 다시 힘들게 발걸음을 재촉하시더군요.
뭔가 혼자서 급히 가야될 곳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천천히 제 시야에서 멀어지는 할머니...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니 너무 인정머리 없이 대답한 것 같았습니다.
여기서 시내까지 걸어가도 건강한 사내인 제가 봐도 10분이면, 60~70세의 노인분들이면 어떻겠습니까. 게다가 혼자의 힘으로 가셔야 되는데...
할머니의 꾸부러진 뒷 모습을 보니,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가 잘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서서히 멀어져가는 할머니에게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할머니~ 할머니!"
하지만, 거리가 조금 되었는지 아무리 불러도 뒤를 돌아보지 않으시더군요. 결국 저는 빠른 걸음에서 뛰기 시작했습니다.
순간 '내가 뭐하고 있는 거지? 곧 택시가 올텐데...나도 빨리 가야 되는데...'라는 생각이 머리에 몇초간 스치고 지나갔지만, 것보다는 눈 앞에 할머니를 부르는 것이 다급했습니다.
제가 뒤에서 계속 뛰면서 부르자, 이내 할머니도 뒤를 돌아봐 주셨습니다.
"할머니, ○○ 가신다고요?"
"으응...그런데...?"
"저기 그럼 제가 택시를 불렀는데, 같이 가시죠. 모셔다 드릴께요."
"아이구...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아니에요. 제가 그쪽 방면으로 가거든요. 마침 잘 됐네요."
"고맙구먼...젊은이..."
할머니는 그제서야 얼굴에 활기를 띄시고는, 저에게 쪽지를 하나 건네 주시더군요. 아마 먼걸음 하시느라, 약도와 마을 정보등을 미리 적었던 것 같습니다. 게다가 쪽지를 보니, 더욱 더 할머님 혼자서 초행길을 하신듯해, 아무래도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다시 제가 있던 곳으로 가니...이미 택시가 왔더군요. 택시 기사분이 어디있었냐며, 한참 기달렸다고 궁시렁 대더군요.ㅎㅎ 그러든지 말든지 저는 할머니를 태우고 원하는 목적지까지 태워다 드렸습니다.
택시로 한 5분~10분 정도 가니,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할머니께서 내리시면서도, 계속 고맙다고 하시더군요. 저에게 택시비를 주셨지만, 받지 않고 대신에 잘 가시라고 전해드렸습니다. 그런 할머니의 뒷모습을 보니, 그제서야 제 마음도 놓이더군요. 뭐랄까요. 한번도 뵌적 없는 그 할머니의 뒷모습에서 어렸을때 저를 돌봐주시던 할머니의 뒷모습을 발견했던 것일까요. 글쎄요. 잘 모르겠군요.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처리님이나 켄디님의 글을 봤을때처럼 들었던 생각은 어른을 공경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버스와는 큰 관련이 없지만, 갑자기 이런 일이 생각나는군요...
좀 길었네요. 읽으시느라 힘드실 것 같네요.(제가 요약을 잘 못해서요...)
불량게시글신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