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9-23 오후 10:29:47 Hit. 1400
후회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괴로운것 같습니다.
그녀와 1년간 직장 동료로 지냈지만, 좋아했었던 그 감정이 사랑이었다는 것을, 나조차도 느끼지 못하고, 마지막날까지 그저 동료로써 끝내야했던 내 바보같은 행동들. 주위사람들의 애정전선에도 상담을 많이 해주던 나인데, 정작 내일에 관해서는 무지했던 모습.
그녀와 같이 했었던 1년의 소중한 추억이, 그리고 기억이 지금 막 되살아 나는 것 같습니다. 나와 동갑내기였던 그녀는 첫인상부터 누가봐도 상당히 귀엽고 활발했던 성격의 소유자였습니다. 그런 그녀에게 좋아하리란 감정이 생겼으리라고는 몰랐었는데, 시간이 흘러 그녀와 멀어지게 된 뒤, 그것이 사랑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같이 있었을때는 그저 그 시간이 즐거웠다는 것으로만 생각했었는데, 그녀와 만나지 못한다니, 그것은 사랑에서 그리움으로 번져만 갑니다.
그녀와 같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얼마후 저혼자 그리움에 있을때쯤, 역시나 성격이 활발한 그녀가 먼저 저에게 연락을 시도해 왔습니다.
"너 요즘 어떻게 지내? 보고 싶은데...만나서 술한잔 했으면 좋겠다."
그녀의 활발한 행동에도 오히려 왜 그렇게 저는 소극적이었는지, 지금에 생각해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그래, 언제 만나서 술한잔 하자. 나 일이 있어서 먼저 끊을께."
그녀의 적극적인 행동에도 먼저 뒷걸음쳤던 나...
연재감정이 서투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무엇 때문에 그녀의 호의를 차갑게 대해야 했을까. 아니, 어쩌면 그녀를 생각하는 마음이 깊었는지, 내가 잘 해주지 못하리란 생각에, 부족했던 나이기에, 내가 먼저 차갑게 대했던 것은 아닐까?
같이 직장 동료로 지낼때는 분명, 직장이라는 울타리 안에 있었기 때문에 가깝게 지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직장을 그만두고 개인적으로 그녀와 단둘이 만나려고하니, 과연 그때처럼 그녀를 즐겁게 해줄 수 있을까란 두려움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죠. 용기가 부족했었죠.
그렇다고해서 여성에게 소심한 남자는 아닙니다. 길가는 모르는 여성에게도 연락처를 따고, 첫만남의 여성에게도 적극적으로 사적인 모습을 보일정도로 지극히 보통의 남자입니다만, 어째서인지 그녀앞에만 선다고 하면, 제가 오히려 작아지고 소심해 지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다시 얼마후 그녀에게서 문자 한통이 왔습니다.
"잘 지내? 요즘 어떻게 지내?"
막상 내가 먼저 무슨 말을 해야될까 몰랐지만, 그래도 선뜻 이렇게 연락을 주니, 답장하는것은 어려운일이 아니었습니다.
"응...그냥 뭐 회사 다니지. 너는 뭐하고 지내? 아직도 거기 다녀?"
"아니, 거긴 그만 두고 이제 나 야간학교 다녀."
"그래, 그렇구나...중간에 그만두지 말고 꼭 졸업장 따라."
"응. 그래. 고마워."
무언가 말을 꺼내긴 해야겠는데, 또 다시 얼버무리면서 일단락 시켜버리는 내 한심한 모습. 그녀와 못만난지도 벌써 1년이 넘어섰는데도 아직도 갈팡질팡하는 모습이 정말 한심했습니다.
그리고 그로부터 4년이란 시간이 지났습니다. 군대도 다녀오고, 여기저기 회사도 다녀보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그녀를 잊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여자를 만나고, 안아도 전혀 감흥이 오질 않았습니다.
그녀가 아니면 안되는 걸까요.
그후로 여자에게 관심이 없어져 버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너 요즘 여자는 만나고 다니냐?"
"아니..."
"왜 임마, 이 형이 소개시켜줄까."
"됐어. 너나 잘 만나라."
그후로는 친구들이 만남을 주선해도 거절하기 바빴습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여성들과의 술자리도 즐겁지 않은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고, 술을 먹게되면 취기에 과거의 기억들이 떠올라, 그녀가 떠오를때가 많았습니다.
"야, 오늘 스무살짜리 애 2명 오는데."
"그래서?"
"그래서는. 같이 합석하라 이거지."
"아니, 어린애는 관심없어."
"자식, 늙은척 하기는. 진짜로 안가?" "그래, 너 혼자서 두명이랑 재밌게 놀아라."
어쩐지 점점 나조차 여자와의 술자리도 피하게 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러다가 정말 여자 기피증이라는, 남자로써는 수치스러운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진심으로 걱정했습니다.
만약 이러한 제 마음을 아는 사람이 있다면, 답답한듯이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남자가 뭐 그래? 좋아한다면 까짓거 다시한번 연락해 보든가."
그럴수도 있겠지요. 용기를 내서... 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고 이제 와서야 다시 전화기를 잡을 수 있을까. 또 무슨 말을 해야될까...만나서 그때처럼 그녀와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나 조차 걱정이 이래저래 많이 생깁니다.
차라리, 그녀와의 너무도 좋았던 시간들이 모두 없었던 시간이라면, 몰랐던 여자라면, 아무꺼리낌없이 다시 만날 수도 있었을텐데...
정말 영화에서처럼 과거의 기억을 지워주는 기계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이렇게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고 있습니다.
바꼈을지도 모르는 그녀의 핸드폰 번호를 보면서...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는 나이지만,
그래도 이것만은 정말 그녀에게 전해주고 싶습니다.
내 진심을 그대에게...
핸드폰을 잡고 연락하기가 이렇게 어려운 일이란 것을, 다시한번 느끼게 됩니다. 이렇게 긴 글을 모두 읽어주신분이 계실지는 모르겠습니다만...만약 있다면 감사드리구요. 여자 하나 때문에 인생 망치는 남자망신 다 시키는 '꼴불견'이라는 소릴들어도 할 말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이것이 제 진심이라는 것을, 또 저에게 솔직해 보고자, 이런 글을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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