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4-23 오후 8:24:57 Hit. 2201
오늘 5년정도 알고 지낸 친구와 함께 술을 마시기로 했습니다. 며칠전에 만나자고 그 친구가 전화로 말했기 때문에, 오늘 스케쥴을 비워두고 만났습니다.
술을 마시기에는 이른 초저녁이었기 때문에, 당구장갈까 하다가 근처 PC방에 들렸습니다.
그렇게 컴퓨터를 하고 있는데, 한 통의 전화부터 약간 신경에 거슬리기 시작했습니다. 친구 녀석의 여자친구에게 전화가 온 것이었습니다.
뭐, 여자친구에게 전화 온 것이 뭐가 거슬리냐고 생각하겠지만, 왠지 찜찜한 기분이랄까? 그런 것이 들기 시작하더군요.
통화를 끝낸 친구녀석이 말하기를 여자친구가 이 근처에 와있다고 하더군요. 제가 물었습니다.
즐: 그래? 그럼 나 버리고 여자친구 만나야겠네?ㅎㅎ
친: ......
대답이 없더군요. 무언가 고민을 한다고 느꼈습니다. 즐: 왜?
친: 아니...그냥. 고민이 되서.
고민을 하는 친구를 두고 저는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즐: 야, 됐다. 재밌게 놀아라. 난 갈랜다.
친: 어, 가게? 삐졌어?
순간 화가 치밀어 오르더군요. 그 친구에게 큰 실망감을 느꼈습니다. 여자친구라서 그런건 어느정도 이해가 갑니다. 그런데 더 중요한건 약속을 잡아 놓고, 그것도 자기가 먼저 약속을 잡아놓고는 이제와서 여자친구 전화 한통 때문에, 옆에 있는 친구를 무시하고, 약속을 깨버리다니요...
삐졌어? 라... 그 상황에서 그런 말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더 저를 화나게 하더군요. 단순 삐지는 거라면 그건 애교이겠죠. 이건 삐진게 아니라, 실망감과 화를 느낀건데 말입니다.
친구를 우습게 아는 녀석이었다니... 나이도 한두살 먹은 것도 아니고, 상황판단이 안되는 거였을까요? 아니면, 저를 친구로 생각하지도 않은 걸까요?
막말로 제가 그 상황이었다면 당연히, 여자친구 보고 "미안한데 약속이 있으니 먼저 들어가라", 혹은 "내 친구있는데 같이 먹을까?"라든지... 여러가지 방법으로 친구와 같이 있는 것을 택했을 것입니다.
물론 그 친구가 먼저 약속만 잡지 않았다면, 제가 그 자리를 비켜주는 것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원래 남자란 다 같은 생각아니겠습니까? 남자보다는 여자친구 만나는게 훨씬 좋을테니. 저도 그럴테고, 친구를 이해하고 있으니까 말입니다. 하지만 이 친구녀석의 고민하는 모습을 보니, 대책이 안서더군요. 그 자리에서 친구 알기를 뭐로 아는거냐, 약속은 대체 왜 잡았냐로 호통을 쳐주고 싶었지만, 녀석을 생각해서, 반장난식으로 웃으면서 "앞으로 연락하지 말아라"하고 나와버렸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제 친구의 입장이었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저는 여자친구건 남자친구건 똑같은 친구라 생각하고 둘 다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아무리 남자가 여자에 환장을 했다고 해도, 경우에 틀린 판단을 해서 되겠습니까... 한 사람의 입장. 또, 약속이라는 것. 그리고 친구라는 것.
분명 어렵게 사귄 여자친구일지도 모르기 때문에, 언제든지 만날 수 있는 저와는 다른 기분일거라는 것을 모르는게 아니지만,
친한 친구일수록, 더 소중함을 알고 약속의 의미를 느꼈으면 좋겠네요. 단순 여자친구야 어차피 살면서 몇번이나 바뀔 수 있겠지만, 진정한 친구는 한번 잃으면 두번다시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할텐데...
매우 실망이 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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