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과 개나리와 봄바람의 노래가 들리는 듯한 한주의 두번째 날입니다.
집에 돌아오니 이미 시간은 1시를 훌쩍 넘겨버렸네요. 주간이었다면 이미 깔아논 이불 속에 대충 구겨지듯 들어가 죽은 듯이 잠들고 또 풀린 눈으로 아침을 맞이할 그런 시간입니다만, 아침의 활력과 야간일을 좋아하는 개인적인 성격이 서로 어우러져 적당히 피곤하고 적당히 즐거운 기분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요즘은 식사조절과 함께 운동량을 좀 더 늘려서인지, 주간이면 하품하는 달과 그 틈틈히 꾸벅꾸벅 조는 달을 보며 집을 돌아가곤 했었지요. 뭐, 그것도 나름대로 헬스장이 문을 닫는 시간까지 최대한 버텨본 것이긴 합니다만, 생각해둔 양의 절반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그런 이유로 자리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릴만한 여유가 없었군요.
만원버스에서 몰려드는 졸음과 구석구석 끼인 사람들에게 치이고, 회사일에 치이고, 운동에 지친 몸을 애써 달래며 일주일을 보내고 다시금 밤바람과 노닐며 출근하고 아침의 떠들석함에 살짝 끼어들어 집에 돌아가는 주가 돌아왔네요.
퇴근길 아침. 차창 밖으로 문득 스쳐지나가는 몇 안되는 벚꽃나무에는 틈틈히 꽃을 피운 나무들이 주변에 아직 앙상한 친구들로 둘러쌓인 것이 어색한 듯, 애매한 미소를 보이고 있었습니다. 생각지도 못했는데 어느새 꽃이 피웠었군요.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아직 꽃을 피우지 못한 나무들 사이에서, 그래도 사람들의 발자취가 많은 길거리라고 군데군데 공장 근처보단 좀 더 많은 수의 나무들이 저마다 색깔별로 꽃을 피운 채 다가온 봄을 경배하듯 자신의 자태를 뽐내고 있었습니다. 조금 시간이 지나고 거의 모든 나무들이 꽃을 피울 때 상당히 아름다운 광경이 될 것 같은 기분이 들더군요. 기회가 된다면 어디 한적한 곳으로 꽃 구경을 가고 싶은 기분이 듭니다. 뭐, 곁에 누군가가 있다면 말이죠 ^^;
사람들의 떠들석함이 한창 살아있는 오후의 거리를 뒤로 하고 집에 도착했습니다. 봄햇살은 운동으로 열이 잔뜩 올라있는 저에겐 덥게 느껴지더군요. 다행이 집안은 서늘한 기운으로 맞이해주었기에 지금 상태는 딱 좋은 느낌입니다. 조금 키보드를 두드리고 음악을 듣다가 다시 오늘 밤을 준비해야겠지요.
이 시간 즈음이면 모든 사람들을 괴롭힐 춘곤증이 슬슬 여러분들을 맞이하기 위해 시동을 걸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시동을 걸고 있는 키를 빼앗아 멀리 던져버리고 싶은 게 사람들의 마음이겠지만, 문제는 그 키가 어디있는지 조차 알 수 없기에 그저 서로 다른 방법으로, 다가올 봄의 유쾌한 불청객을 어떻게 맞이할 까 하는 방법을 궁리하는 게 최선일 듯 싶군요. 뭐 이따금씩알면 그 불청객에게 어울리는 것도 괜찮을 듯 싶습니다.
물론, 선생님이나 상사의 눈을 피할 수만 있다면 말이죠 ^^
좋은 날씨만큼이나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오후의 시간입니다. 오늘 하루도 봄기운 속에, 하시는 일들 모쪼록 즐겁게 하시길 바라고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