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3-29 오전 11:54:47 Hit. 563
최근 4-5일을 운동을 쉬어버렸더니 몸이 찌뿌드드하군요. 늘상 퇴근길이면 온몸을 엄습해오는 피로는 젖은 옷 속에서 흘러내리는 땀방울 처럼 스멀스멀 온몸을 훓는 듯한 느낌과 함께 졸음이란 옵션을 남겨주곤 했는데 말이죠.
뭐 그런 피로를 억누르며 운동을 하러 가는 순간이면 어느새 피로라는 녀석은 모 CF에 나오는 곰처럼 '피로야 가라!'라는 한마디 외침과 함께 저 멀리 어느 보이지 않는 곳으로 날아가곤 했었는데 말입니다.
그 피로를 좀 더 없애보겠다고 무리한 기술을 쓰던 곰이 제풀에 지쳐 목과 허리를 삐끗한 탓에 한동안 그 피로라는 녀석은 줄기차게 온 몸 구석구석을 비집고 다니며 별로 보고 싶지 않은 미소를 보이다 이내 사라지곤 했었습니다.
(아, 그렇다고 제가 곰이란 소리는 아니고...)
기름칠을 하지 않은 톱니바퀴처럼 삐그덕거리며 돌아가던 목이 어느정도 기름을 바른 덕분인지 상태가 좋아졌습니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이 참에 나도 좀 누워보자...라는 식으로 나타나버렸던 허리통증도 이제는 상당히 가셨구요. 대신 한동안 잠잠히 숨어지내고 있던 지방들은 기회는 이 때다 하며 느슨해진 몸 여기저기에서, 지나가는 행인을 붙잡는 행상인처럼 서로다른 목소리를 내세우며 뛰쳐나오려고 한 게 문제입니다만...어이쿠야.
늘상 하던 것을 하지 않으려니 그것도 참 이상하더군요. 늘 시간이 없다, 피곤하다 툴툴대지만 그것도 나름대로 몸에 익은 모양이었나봅니다. 몸이 원상태로 돌아왔으니 일상 또한 원래대로 돌려야겠지요.
주말의 시간을 바깥에서 즐기려 부푼 마음을 가지고 준비한 사람들은 가느다란 빗방울들이 야속하기만 합니다. 사람들의 원망 섞인 시선을 아는 지 모르는지 빗방울이란 녀석들은 서로 깔깔대며 말라버린 대지에 이리 부딪치고 저리 부딪치며 그들만의 여행을 시작하고 있네요. 어느 곳으로 갈지, 어떤 운명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는 미지의 길이지만 그 길을 달려가는 그들의 앞날에 축복이 있기를. 대신 사람들에게 피해는 주지 말아줘.
비가 내리고 있지만, 그 동안 길게 써 내려갔던 겨울의 편지는 어느덧 끝난 듯 싶습니다. 그래도 또 뭐가 아쉬워서 '추신' 이란 꼬리표를 달고 또 다른 글을 두서없이 써내려갈지 모르는 겨울녀석이지만, 하늘에 스며들은 기운은 이미 봄을 알리고 있는 것 같군요. 이런 봄기운 속에서 모두들 언제나 즐거운 일만 있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아직 학업이나 일이 끝나지 않으신 분들은 끝마무리를 잘해서 기분 좋은 오후의 주말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돌아가는 길 조심해서 가시길 바랍니다.
좋은 하루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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