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3-09 오전 11:36:30 Hit. 930
열쇠로 문을 열고 집에 들어섰습니다.
이번주 화요일날 걸려온 전화 한통은 틀에 박힌 생활을 하고 있던 저로써는 무척이나 반갑고도 아쉬운 내용이었습니다.
몇 안 되는 고등학교 친구 한 녀석이 이번 달에 일본으로 유학을 간다더군요. 그래서 가기 전에 얼굴도 좀 보자고 해서 어제 갔다오는 길입니다. 사실 이번주에는 회식이 잡혀있었습니다만, 저와 아는 형님이 사정상 못 가게 되어 캔슬되버렸군요. 좀 죄송하긴 하지만 그래도 이번이 아니면 만날 수가 없으니 어쩔 수 없었지요.
보통은 4시쯤에 끝날 토요일에 업무가 어제따라 왜 그리 바빴는지 시계바늘은 깐죽거리는 미소와 함께 자꾸만 빨리 달려가려고만 하는 느낌이고 그런 바늘을 눈빛으로 제압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마는 시간은 우리에게 있어 늘 소망과는 반대의 속도로 달려가곤 하지요. 다행스럽게도 조금 일찍 보내주셔서 간신히 군산으로 가는 차를 탔습니다.
일이 끝나자마자 안산에서 군산으로 바로 몸을 옮기는 버스를 타니 역시나 몸이 좀 피곤하더군요. 그대로 도착할 때까지 두어시간 정도 잠든 것 같습니다. 졸업 후 거의 3-4년 만에 만나는 친구들인지라 무척이나 반갑더군요. 얼굴 뿐만이 아니라 그 동안 판에 박힌 생활 속에서 늘 혼자 내뱉었던 말들의 의미를 서로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 그 첫번째였고 두번째는 허물없는 말을 오갈 수 있는 사람들이 제 곁에 있다는 것이 그 두번째였습니다.
학생이라는 틀을 벗어나 사회라는 새로운 틀안에서 저마다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며, 그 와중에 때로는 제가 평소에 행동하던 것 보다 훨씬 더 어른스럽고 사려깊고 논리적이기까지 한 친구들에 모습에 부러운 마음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나라의 정치얘기와 그 밖에 저보다 훨씬 더 자연스럽고 밀도있는 철학적인 얘기들에 절로 감탄사가 나오기도 했고 말이죠 ^^
그 외에 몇 명을 더 만나 이런저런 얘기들을 안주거리 삼아 술잔을 기울였습니다만, 평소에 가끔 만나는 술친구들보다 훨씬 더 적은양만 넘긴 것 같네요. 먹은 게 고작 일반 물컵 분량의 맥주 4잔 정도였으니까요.
보낼 친구들을 보내고 원래는 찜질방에서 밤을 보내려 했으나 잠깐 시간도 보낼 겸 들어간 피씨방에서 새벽 5시까지 그대로 놀아버렸군요 ^^; 다른 친구들은 몹시 피곤해보였지만 왠일인지 저는 오래간만에 기분이 좋아서인지 늘상 그 시간때쯤 몰려오는 수마의 손길이 뻗치지 않았습니다.
5시쯤에 조금 이른 아침을 먹고 6시가 첫차일 것이라 믿고 갔던 터미널 앞에 나타나있는 시간표는 혀를 날름거리며 '첫차는 8시다' 라고 제게 알려주었습니다. 일순간 뚱한 표정을 지었습니다만 뭐 별 수 있나요 ^^; 다시 근처 pc방에서 시간을 좀 보내다가 첫차를 타고 안산으로 돌아왔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제발 잠 좀 재워달라며 몸 여기저기가 파업분위기를 보이기에 역시 올 때처럼 버스안에서 계속 잠만 잤습니다.
버스에서 내리니 눈도 따갑고 연신 피워댄 담배덕분에 목도 많이 텁텁하더군요. 한쪽눈에선 하품과 살짝 낀 눈꼽 사이로 눈물방울들이 스멀스멀 기어나오는 걸 보니 꽤 오래간만에 폐인짓 제대로 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하하하 ^^
다시 집까지 오는 버스를 타면서 이제 완연한 봄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날씨 속에서 귀에 꼽아놓은 음악 소리에 취해 흥얼거리며 집에 도착했습니다. 시간도 이제 딱 잠자리에서 눈을 비비고 일어날 시간이었고, 사람들과의 만남덕분에 기분도 상당히 들떠있어서 그런지 피로도 상당히 가셨습니다. 대신 하루종일 앉아만 있어서인지 둔부쪽이 조금 땡기긴 하네요 하하;
목가적이고 판에박힌 듯한 생활을 하던 날들의 하루 이틀이 예정과는 조금 어긋나긴 했지만 그 작은 일탈덕분에 오늘이 가기까지 기분좋은 마음으로 생활 할 수 있는 선물을 얻은 것 같습니다. 이 작은 일탈을 조금 더 많이, 그러나 그 일탈로 인해 평소의 리듬까지 깨어지는 일이 없도록 잘 조절하면서 앞으로의 나날들을 보내야할 것 같습니다.
대부분에 사람들에게 있어 딱 기분좋은 시간의 일요일입니다. 평일에 쌓였던 피로를 오늘 하루 동안 기분좋게 푸시길 바라며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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