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2-17 오전 4:10:43 Hit. 1114
파판에서도 곧 군대를 가셔야 하는 분들이 많으신 것 같네요.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군대에 가야 하죠...
그저께 친한 동생이 제가 다니는 대학에 합격했다고 해서 오늘 수강신청하는 걸 봐줬는데... 얘기하면서 제가 대학 생활이나 수업에 대해서 예전과는 접근하는 마음가짐이 많이 달라진 걸 느꼈습니다. 아무래도 군대를 갔다오면 진지해지기는 하는구나... 하고요.
저는 예나 지금이나 군대가기 전이나 갔다온 후나 아무튼 군대에 대해서는 많이 부정적입니다. 가서 얻는 것 보다는 잃는 것이 더 많다고 여전히 생각하고요. 배워선 안될 마초적인 것도 많고, 여전히 폭력적인 곳이고(군대 자체의 속성이 그렇다는 것입니다. 요즘엔 구타나 폭력이 많이 사라졌죠.), 눈치를 보거나 비굴해지는 법도 배우고... 2년이라는 시간도 시간이거니와, 아무튼 잃는 것이 더 많다고 여전히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대의 긍정적인 면을 찾자면, '밑바닥'이라는 것을 한 번 맛본다는 것입니다. 군대에서 밑바닥이라고 해봐야 먹여주고 재워주고, 사회에서 맛볼 밑바닥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것이겠지만, 그래도 그 전까지 (많은 경우) 부모님 슬하에서 지내다가 처음 밑바닥을 한 번 맛본다는 것이, 그리고 그것 만으로도 군대는 꽤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저는 해경을 나온지라 어디 가서 군대 힘들게 나왔다는 말은 못합니다. 2년 중에 1년은 정말 편하게 있기도 했고요. 하지만 그 앞에 1년은 그래도 어느 정도 힘들게 보냈고, 그 때 제가 맛봤던 밑바닥의 기억들이 때때로 저를 지탱해주는 힘이 되는 것 같습니다. 제가 맨 처음 발령을 받아서 간 배에서, 해경이라면 처음에 모두 하는 취사원이 되어서, 맨 처음 밥을 지어서 정신 없이 먹고 있는데, 문득 옆에 걸린 거울에 비친 저는 어깨를 잔뜩 움츠리고 밥을 꾸역꾸역 먹고 있었습니다.
그랬던 기억들, 내가 사회 나가면 이것보다 더한 밑바닥을 맛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들이 저를 변화시킨 것 같습니다.
군대에 아직 안 가신 분들, 특히 곧 입대를 앞두신 분들은 아마 군대에 대해서 두려움을 가지고 계실 것입니다만... 도전하는 마음으로, 사회에서 맛볼 밑바닥을 미리 맛본다는 생각으로 도전적으로 임하시길 바랍니다. 어차피 인생 자체가 힘든데, 뭐하러 쉽게 살려고 이 핑계 저 핑계 대겠습니까. 군대, 그깟거 한 번 갈 만 합니다. 꼭 가야 한다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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