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3일이 '삼겹살 데이'라고 하더군요. 이 삼겹살을 놓고 얼마전 대형마트들간에 '가격전쟁'이 불붙었었습니다. 신세계 이마트가 삼겹살 최저가 판매를 대대적으로 광고하고 나서자 다른 마트들도 가세하면서 '삼겹살 전쟁'이 벌어진 겁니다.
이 '삼겹살 전쟁'이 오늘은 라면으로 옮겨갔습니다. 이마트가 대형마트에서 한 번도 할인판매 한 적이 없다는 농심 '신라면'의 가격을 4일부터 내린다고 밝힌 겁니다. 20개가 들어있는 1박스 가격을 9% 정도 최소 한 달간 할인판매한다는 내용입니다. 2위 브랜드인 삼양라면도 20%가량 할인판매한다고 합니다.
그러자 홈플러스는 '이마트보다 더 싸게 판다'는 방침을 정했고, 롯데마트도 같은 가격에 판매키로 했습니다. 이마트는 자체 마진을 줄여서 싸게 많이 팔겠다는 설명인데, 정말 그렇다면 고마운 일이지요.
삼겹살이나 라면 같은 대중적인 품목들을 놓고 대형마트들이 가격전쟁을 벌이는 모습을 보는 소비자들은 나쁘지 않은 표정입니다. 하지만 혼돈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대형마트가 싸게 파는 것 같지만 가격을 잘 비교해보면 재래시장보다 오히려 비싸다더라", "몇몇 미끼상품들은 싸게 팔지만 다른 상품들을 비싸게 팔아 돈을 번다더라", "대용량 제품을 소용량 제품보다 오히려 비싼 가격에 팔고 있어 잘 살펴보지 않으면 손해를 본다더라"...
대형마트의 가격을 놓고 이런저런 이야기와 기사들이 나오곤 하기 때문입니다.
대형마트들의 가격정책은 당연히 이익극대화에 맞춰져 있다고 보는게 맞을테지요. 그렇다면 소비자들은 마트들의 '전략'을 읽고 이해하는 것이 필요할 겁니다.
이와 관련해 '세일'에 대한 저자의 설명은 도움이 됩니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들이 벌이는 정기세일 행사. 이 세일행사의 목적은 물건을 싸게 사기 위해 발품을 파는 고객과 그렇지 않은 고객 모두로부터 최대의 이익을 거둬가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즉 상점 입장에서 충성도가 높은 고객, 다시 말해 가격을 잘 따져보지 않는 게으른 고객에게는 높은 가격을 받고, 싼 물건을 찾아다니는 고객들은 적당히 낮은 가격으로 붙잡는 것이 최선의 가격정책이라는 것이지요.
이를 위해 가격을 '혼동'시킬 필요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상시할인'이 아닌 기간을 정한 '세일행사'인 겁니다. 만약 가격이 항상 고정되어 있다면 아무리 게으르거나 둔감한 소비자라하더라도 어디에서 물건을 싸게 살 수 있는지 알아차리기가 쉬울테니까요.
결국 대형마트들이 삼겹살에 이어 이번에는 라면을 놓고 '가격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그들이 판매하는 제품들의 평균가격은 종합적으로는 비슷하다고 보면 맞을 겁니다. 다만 평소에는 각사의 전략에 따라 제품들의 가격을 들쭉날쭉하게 매겨 놓는데 이번처럼 특정품목을 놓고 마케팅적으로 전쟁이 붙으면 특정제품의 가격이 선명하게 부각되기도 하는 것이지요.
여러 가게를 모두 찾아가 모든 제품, 모든 포장의 가격들을 일일이 비교해보기란 소비자 입장에서 쉽지 않은 일입니다. 이를 노리고 수 많은 유사한 대체품들의 가격을 변칙적으로 싸게 또는 비싸게 매겨 놓고 소비자들을 헷갈리게 만들어 수익을 극대화시키려는 상점들의 가격전략...
결국 부지런하거나 주의 깊은 소비자들만이 '최선의 가격'으로 물건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수많은 유사 대체품들의 가격들을 일일이 비교할 시간이 없거나 그런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들, 또는 게으른 소비자들은 그냥 구매할테지만 그런 소비자들도 상점들의 가격전략을 이해해놓으면 나쁠 건 없어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