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사
해가 진다고 생각하면 그 여자의 치마가 짧아진다
아직 오지 않은 손님들이 식탁 위에서 식어가는
꽝꽝 언 여름의 노래를 잘라 먹고 있다
냉동실에서 꺼내온 어둠의 혀가 서서히 풀리고
겨울이 죽으면서 남긴 잘 있어요 하는 말이 질질 흘러나온다
치마가 짧아진 밤이 지붕 꼭대기에 올라가 불에 달궈진 낮달을 두들기고
아무도 없는데 어느새 식탁은 텅 비었다
요리사의 일품요리는 휘발성 강한 향신료가 주재료다
먹을 것도 먹은 것도 없다고 괜히 여기까지 왔다고
젓가락에 잡힌 나비의 한쪽 날개가
기우뚱거리지 않는 허공을 자꾸 기우뚱거린다며 툴툴거린다
향기는 예쁜 유령처럼 한동안 지상을 떠돌 것이고
손발이 없는 사람들도 봄날 오후의 식탁에 초대될 것이다
원형 식탁은 햇덩이처럼 돌며 밤과 낮을 번갈아 생산하고
한 입도 베어 먹지 않았는데
겨울은 가시뼈만 남았다
이거 누가 다 먹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