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3-26 오후 12:09:03 Hit. 6531
┌────────────┐ │ 어른을 위한 잔혹동화 │ └────────────┘
< 12. 개구리 왕자 >
옛날 아주 먼 옛날, 무슨 소원이나 다 이루어지던 꿈같은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어느 조용한 마을, 마을에서 제일 크고 멋진 집에 꽃같이 아름다운 아가씨가 살고 있었습니다. 아가씨의 어머니가 병으로 죽자 아버지가 곧 새 장가를 들어 마음씨 나쁜 계모가 들어왔습니다. 계모는 전처 딸이 친딸보다 훨씬 예쁜 것이 화가 나서 사사건건 트집을 잡고 아가씨를 못살게 괴롭혔습니다. 입는 것도 먹는 것도 하인과 똑같이 나쁜 것만 주었으며, 하인과 똑같은 일을 시켰습니다. 어느 날 계모는 의붓자식을 내쫓기로 마음먹고, 아가씨에게 소쿠리를 주면서 말도 되지않는 생트집을 잡았습니다. "이것을 가지고 가서 이 세상 끝에 있는 샘에서 물을 떠오너라. 시키는대로 하지 않으면 당장 내쫓아 버릴테다!" 집을 나온 아가씨는 세상 끝에 있는 샘을 찾아 정처없이 걸어갔습니다. 누구에게 물어보아도 어처구니 없다는 듯이 머리를 흔들뿐이었습니다. 아무리 애를 써도 샘을 찾을 수 없자 아가씨는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못생긴 노파가 그 앞을 지나갔습니다. 노파는 아가씨가 우는 이유를 묻고 그곳이라면 자기가 알고 있다며 친절하게 길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노파의 말대로 광야를 지나가자 하얀 뼈와 같은 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세상 끝에 있는 샘이 나왔습니다. 아가씨는 샘물을 소쿠리에 떠올렸지만 물은 한방울도 남김없이 빠져나갔습니다. 그래서 아가씨는 그 자리에 주저앉은 채로 또 울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샘 속에서 강아지만큼 큰 개구리가 나타났습니다. "왜 그러세요, 아가씨?" 개구리가 사람의 목소리로 말을 걸었습니다. "어머님이 시킨대로 이 세상 끝에 있는 샘에서 물을 길어가야만 하는데 도저히 이 소쿠리로는 풀 수가 없어요." 개구리가 개구리 목소리로 웃으며 말했습니다. "나와 결혼해서 내 말을 따르겠다고 약속하면 물깃는 방법을 가르쳐 줄께요." 아가씨는 뒷일은 생각도 않고 대답했습니다. "어떤 약속이라도 할테니까 제발 방법을 가르쳐 주세요." "그럼 가르쳐 드리죠. 소쿠리의 눈을 이끼로 막고 진흙으로 발라 굳히면 돼요." 아가씨는 좋은 방법이라고 여겨져 개구리가 말한대로 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정말로 물을 얼마든지 길어도 소쿠리 사이로 바져나가지 않았습니다. 아가씨가 기뻐하며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자 개구리가 샘 속에서 얼굴을 내밀고 다짐을 했습니다. "약속을 잊으면 안돼요." "걱정말아요." 아가씨는 건성으로 대답했습니다. 속으로는 저런 개구리와 결혼 하는 것은 꿈에도 생각할 수 없는 터무니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서 소쿠리에다 길어온 물을 내놓자 계모는 몹시 당황했지만 그 자리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날 밤 아가씨가 자려고 하는데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아가씨! 아가씨! 저와 약속한 것을 잊어서는 안돼요." 계모는 어떤 남자와 어떤 약속을 했느냐고 캐물었습니다. 아가씨는 어쩔 수 없이 모든 일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러자 계모는 손바닥 뒤집듯이 태도를 바꿔서 말했습니다. "여자는 남자와 약속한 것을 지키지 않으면 안돼요. 상대가 아무리 개구리라고 해도. 자 어서 신랑을 안으로 데리고 오너라." 아가씨가 문을 열어주자 이 세상 끝에 있는 샘에서 온 개구리가 팔짝팔짝 뛰어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아가씨의 다리 옆으로 바싹 다가와서 무릎에 앉혀 달라고 졸랐습니다. 아가씨가 얼굴을 찡그리자 계모가 말했습니다. "무릎에 앉혀 드려라. 약속대로 해야지. 여자는 약속을 지켜야한단다." 개구리는 아가씨의 무릎을 끌어안고 기쁜듯이 개구리 소리로 울다가 사람의 목소리로 먹을 것을 달라고 했습니다. 아가씨는 저녁에 먹다 남은 밥을 그릇에 담아 개구리에게 주었습니다. 개구리는 불만스러운 듯이 개구리 소리로 울더니 갓 짠 우유와 갓 구운 빵을 먹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신기하게 인색하기로 소문난 계모가 사위를 위해서라면서 기분좋게 우유와 빵을 내놓았습니다. 잔뜩 먹고 난 개구리는 아가씨 무릎 위에 올라가 말했습니다. "이제 침대로 데리고 가주세요." "그것만은 싫어요." 아가씨가 몸서리를 치자 계모가 호통을 쳤습니다. "약속대로 하거라! 여자는 자고로 약속을 지켜야 하는 법이다. 네가 데려온 훌륭한 신랑이잖니!" 어쩔 수 없이 아가씨는 개구리를 데리고 침대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될 수 있는 한 떨어져 자려고 했지만 개구리는 아가씨 가슴에 몸을 바짝 갖다 대었습니다. 개구리의 피부는 차갑고 끈적거렸으며, 게다가 징그러운 사마귀마저 있었습니다. 아가씨는 소름이 끼쳐 온 몸에서 진땀이 흐르는 것 같았습니다. 아가씨에게는 악몽같은 밤이 깊어 갔습니다.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는 어둠 속에서 이 세상 끝에 있는 샘을 가르쳐준 노파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노파는 아가씨의 침대로 다가오더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기 있는 개구리는 실은 이웃 나라 왕자님이다. 네가 삼년 동안 이 개구리를 마음속 깊이 사랑하여 부부의 정으로 지내면 마법이 풀려 왕자는 원래 모습으로 돌아올거다. 그게 싫으면 당장 개구리의 목을 잘라도 왕자는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지." 그러자 개구리는 잔뜩 겁을 집어먹은 목소리로 애원했습니다. "아가씨, 제발 목을 자르지 말아요. 그렇게 끔찍한 짓은 하지 마세요. 개구리 모습인 채로 나를 삼년간 사랑해 주세요." 그러나 아가씨의 마음은 이미 정해져 있었습니다. 민첩하게 개구리 목을 잘라서 한시바삐 왕자를 본래 못브으로 되돌려 놓을 작정이었다. 아가씨는 벌떡 일어나 도끼를 들고 와서 개구리를 향해 내리쳤습니다. 무서운 비명과 함께 개구리의 목이 떨어지는 순간, 침대에는 목과 몸뚱이가 떨어진 왕자의 시체가 누워 있었습니다. 비명소리를 듣고 계모가 달려왔습니다. 자초지종을 듣고난 계모는 아가씨의 어리석은 선택을 듣고 망연자실했습니다. 미운 의붓딸이 행운을 놓친 것은 기쁜 일이지만, 왕자님과 자기 딸을 맺어줄 기회도 사라졌다고 생각하니 화가 치밀어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의붓자식에서 욕설을 퍼부으며 소쿠리로 떠온 이세상 끝에 있는 샘물을 컵으로 떠서 한모금 마셨습니다. 샘물은 입이 비틀어질 정도로 짰습니다. 그 후 계모의 목에서는 개구리와 같은 목소리가 나왔다고 합니다.
? 교훈 - 참사랑은 추한 것을 사랑하는 것, 즉 불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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