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3-26 오후 12:10:09 Hit. 4005
┌────────────┐ │ 어른을 위한 잔혹동화 │ └────────────┘
< 13. 세개의 반지 >
옛날, 동방의 회교도 나라에 현명한 임금님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임금님은 많은 돈이 급히 필요하게 되어 그 나라 제일의 갑부이자 현명하기로 소문난 유태인에게 돈을 조달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러나 국왕의 힘을 빌어서 협박한다든지 재산을 몰수하기는 싫었습니다. 그래서 이치에 닿는 구실을 찾아내 유태인 스스로 돈을 내놓지 않고는 배기지 못하게 만들려고 했습니다. 궁리에 궁리를 거듭한 끝에 임금님은 유태인을 불러 이렇게 말했습니다. "짐은 그대가 무척 현명하다고 들었다. 그래서 물어보겠는데 이 세상에는 스스로 참종교라고 칭하는 세개의 종교가 있다. 그 가운데에서 진짜 참종교는 어느 것인가? 그대라면 반드시 바른 답을 들려주리라 믿네." 유태인은 생각했습니다. '그것이 유대교라고 대답하면 왕의 종교를 모독하게 되므로 신상에 해롭다. 그렇다고 회교라고 대답하면 스스로를 속이는 답이 되고, 그리스도교라고 대답하면 왕의 종교를 경멸하고 동시에 조상의 종교를 배반하는 것이되므로 어떤 대답을 해도 화를 면할 길이 없다.' 그래서 유태인은 천천히 대답했습니다. "폐하! 감당키 어려운 질문이라서 제 생각을 말씀드리기 전에 먼저 이야기 하나를 하는 게 순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말해보게." 임금님이 재촉했기 때문에 유태인은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옛날 어떤 마을에 신이 내렸다는 반지를 가진 남자가 있었습니다. 반지는 무척 아름다운데다가 숨겨진 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신을 믿고 그 반지를 손가락에 끼면 그 사람과 신이 연결되어 그 사람의 신앙심을 지켜준다는 것이었습니다. 남자는 반지를 영원히 자손들에게 물려주기 위해 자식 중에서 가장 아끼는 자에게 주었으며, 그리고 반지를 가지고 있는 자가 재산을 상속받아 집안의 가장이 되는 규칙을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반지는 자식에게, 자식의 자식에게 전해졌으며 결국 세명의 아들을 둔 남자의 손에 넘어갔습니다. 그 남자는 세명의 자식을 똑같이 사랑했기 때문에 세명 모두에게 반지를 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마침내 죽음이 가까워졌을 때, 이 아버지는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아직도 어떤 자식에게 물려 줄 것인지 결정을 못했고, 또 한사람에게만 물려준다면 자신의 말을 믿고 있는 다른 두자식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이므로 아버지는 무척이나 괴로워했습니다. 결국 아버지는 솜씨 좋은 장인에게 부탁해서 가지고 있는 반지와 똑같은 반지를 두개 더 만들게 했습니다. 완성된 가짜반지는 아버지의 눈에도 어느 것이 진짜인지 전혀 분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아주 잘 만들어졌습니다. 아버지는 자식을 한명씩 불러 반지를 건네 주고 숨을 거두었습니다. 그런데 아버지가 죽자 대소동이 일어났습니다. 세명의 아들은 제각기 자기 반지를 보이며 자신이야말로 정당한 상속인이라고 주장하며 다투기 시작했습니다. "저런 어리석은 것들. 그래 결론은 어떻게 났느냐?" "세명의 자식은 진짜 반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누구이고 누가 정당한 상속인인가를 판정해 달라고 재판소에 갔습니다." "잠시만 기다려라." 임금님은 유태인의 말을 중지시켰습니다. "그건 무척 재미있는 소송이다. 재미삼아 그리스도교도는 이 사건에 대해 어떠한 판결을 내릴지 의견을 알아보기로 하자." 임금님은 재빨리 이 나라에 있는 그리스도교 법률가 열두명을 불러들였습니다. 첫번째 법률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세사람 중에 진짜 반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참신앙을 가지고 있는 아들임에 틀림없습니다. 따라서 말할 것도 없이 그리스도교를 믿고 있는 사람이 진짜 반지를 가지고 있을 겁니다. 왜냐하면 그리스도의 반지, 아니 그리스도교만이 진정한 종교이기 때문입니다." 임금님은 기분이 상한 듯 손을 내저었습니다. "그 의견은 본건의 재판과는 관계가 없다." 그리고 첫번째 법률가를 끌고 나가라고 명령했습니다. 두번재 법률가는 진짜 반지에는 특별한 효력이 있기 때문에 그 효력이 나타나는 것을 기다렸다가 판정을 내려야 한다는 의견을 말했습니다. "그 효력은 본인 밖에는 모른다." 임금님은 그 법률가도 물리쳤습니다.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분은 하나님 아버지이십니다. 따라서 그분의 말씀을 들으면 될 것입니다." 세번째 법률가가 말하자 임금님이 반문했습니다. "어떻게 들을 수 있느냐?" 침묵이 흐르자 임금님이 소리쳤습니다. "어리석은 놈, 썩 물러가라!" 네번째 법률가는 이 이야기의 아버지는 신이며 반지는 아버지, 즉 신이 베푸신 기적에 의하여 세개로 늘어난 것이기 때문에 세개의 반지는 모두 진짜라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적당히 얼버무리는 말은 자식 모두가 믿지 않을 것이다." 임금님이 일축했습니다. 다섯번째 법률가가 말했습니다. "반지는 세개 다 진짜입니다. 왜냐하면 세사람은 아버지의 말을 믿고 자신의 반지야말로 진짜라고 확신하며, 전혀 의심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식으로는 본건을 해결할 수 없다." 임금님은 고개를 흔들었습니다. 여섯번째 법률가는 진짜 신앙을 가지고 있는 자가 진짜 반지의 소유자라고 하는 견지에 서서 누구의 신앙이 진짜인지를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세사람 모두, 혹은 두사람이 진짜 신앙을 갖고 있다면 어떻게 하느냐?" "올바른 신앙은 언제나 하나입니다." "그것을 어떻게 판별할 수 있느냐?" 이 질문에 대답을 못했기 때문에 그 다음 법률가를 데려오게 했습니다. 일곱번째 법률가는 진짜 반지는 아버지가 감췄든지 버렸을 것이라고 추측했습니다. "그럼 세개 다 가짜란 말이냐?" "유감스럽지만 그렇습니다." "대담한 의견이지만 증거가 없다." 여덟번째 법률가도 비슷한 의견이었는데, 진짜는 솜씨 좋은 장인이 훔쳐서 자기가 가졌을 공산이 크며 아버지도 분간을 못했던 것은 그때문일 거라는 추론을 덧붙였습니다. 아홉번째 법류가는 재판소가 우선 세개의 반지를 보관한 후 전문가에게 감정을 의뢰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습니다. 열번째 법률가는 세사람이 계속 싸운다면 재판소가 반지를 세개 다 몰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열한번째 법률가는 이유는 어쨌든간에 반지는 전부 다 가짜라고 간주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결국 재판소는 세사람에게 화해를 권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마지막 열두번째 법률가는 세사람이 싸우고 싶을 때까지 싸우게 하고 서로 죽여도 관여하지 않는 게 좋다고 말했습니다. 신의 가호에 의해 마지막까지 살아 남은 자가 진짜 반지를 가진 자라는 무책임한 말을 해서 임금님을 화나게 했습니다. "법률가들 모두가 나름대로 적절하게 처리했다." 임금님은 다시 유태인에게 물었습니다. "그런데 너의 얘기에서는 재판소 판결이 어떻게 되었느냐?" "그전에 먼저 여쭙고 싶은 게 있습니다." 유태인이 말했습니다. "그 그리스도교 법률가들은 어떻게 하셨습니까?" "이 나라에서 추방했다." "아, 그렇습니까? 실은 재판소에서는 세사람의 고소를 받아들이지 않고 문 앞에서 돌려 보냈습니다. 다만 몇마디 충고와 경고를 덧붙여서." "그랬을거다. 내가 재판관이었다면 이렇게 처리했다. 본관은 소송에서 말한 반지 이야기를 믿지 않는다. 애초에 문제의 반지가 실재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모든 것은 허위 혹은 상상 속에 있을 뿐이다. 이런 성질의 고소는 재판소에서 관여할 게 아니다. 만약에 반지가 진짜라고 믿는 자에게만 효력이 있고 제삼자에게는 전혀 쓸모 없는 것이라면 그런 물건은 어리석고 약한 자에게는 구원이 될 것이다. 따라서 각자 자기 전용의 반지를 끼고 구원을 바라면 된다. 그것은 그들의 자유이고 당 재판소에서 간섭할 바가 아니다. 요새말로 '네 멋대로 해라!'라고나 할까." "참으로 적절한 충고이십니다." 유태인이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재판관이 덧붙인 말도 그 말씀과 틀린 바가 거의 없다고 들었습니다. 삼형제는 그 후......" "어떻게 되었는지 말해봐라." "마지막 그리스도교 법률가가 말한 것처럼 됐다고 합니다. 유감스럽게도 신의 가호를 받아 자신의 신앙과 반지가 진짜라는 것을 증명한 사람은 없고, 세사람 모두 싸우다 생명을 잃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럼 반지의 행방은 어떻게 됐느냐?" "행방불명되었습니다." "그대는 반지를 가지고 있느냐?" "가지고 있습니다. 보여드릴 만한 것은 아니지만." "내가 어떤 반지를 가지고 있는지 알고 싶지 않은가?" "황공하오나 임금님......" 유태인은 미소를 띠우고 말했습니다. "저는 다른 사람의 반지를 보고 싶다는 생각은 한 적이 없습니다. 애초에 다른 사람이 반지를 가지고 있는지 어떤지도 관심 밖입니다." "실은 나도 반지를 가지고 있지 않다. 믿기 어렵겠지만." 임금님이 빙그레 웃으며 강력한 권력에 걸맞는 커다란 손을 들어 유태인에게 보여 주었습니다. 그런 다음에 말투를 바꿔 말했습니다. "자! 이제 슬슬 본론으로 들어가자." 임금님이 필요한 금액을 말하자, 유태인이 기꺼이 빌려드리지요 라고 대답해 거래는 그자리에서 이루어졌습니다. 몇년 후 임금님은 약속대로 이자를 얹어서 빌린 돈 전액 돌려주었고, 두사람은 서로 존경하며 언제까지나 친구로 지냈습니다.
? 교훈 - 현명한 사람은 반지를 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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