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성 치매로 말년이 늘 우울하셨던 할머니.
수건과 화장질 구분하지 못하신 것도,
지친 엄마에게 매일 알 수 없는 욕을 해대시는 것도,
나가기만 하시면 길을 잃고
도로 한가운데서 울고 계시던 것도......
그 몹쓸 병을 얻고 난 뒤부터 였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냄새나는 할머니가 창피하고 부끄럽기만 했습니다.
너무도 변해버린 그분의 품을 다시는 파고들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할머닌 너무도 빨리...조용히...
그리고 편하게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죽음의 의미도 모른 채 상가의 분주함에 넋이 빠진 내게
누군가 와서 건넨 꾸러미 하나!
그 안엔 손녀에게만 몰래 주시려고 남겨 두신 식은 통닭
몇 덩어리, 장조림 달걀, 딱딱한 팥빵 조각이
조심스레 담겨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