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공단의 초입에 위치한 작은 초등학교에서 1학년을 담임할 떄의 일입니다.
요즘은 거의 모든 초등학교에서 급식을 하지요.
급식비 2만5천 원 정도를 납부기한이 지나도 내지 못하는
한아이에게 언제 가져올수 있냐고 물어봤는데
대답을 못하고 머뭇거리는 것 이었습니다.
원래 어렵게 사는 사람들이 많은 지역인데IMF의 영향을
훨씬 더 뼈아프게 겪고 있어서 사정은 더 나빳던 것입니다.
다음날 아침, 수업을 막 시작하려는데 웬 아저씨께서
술 냄새를 풍기며 눈이 충혈된 채 교실로 찾아 왔습니다.
그 아이의 아버지라고 했습니다.
"힘들면 말씀하세요. 학교에서도 방법은 있습니다.
무상 급식을 지원해 줄 수 있으니까요."
"선생님 그것만큼은 싫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도
늘 무상으로 빵이며 우유를 받아 먹었는데 자식에게만큼은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 며칠만 참아주시면 제가 공사현장에서
일한 품삯을 받을 겁니다. 그때 내면 안 되겠습니까?"
저도 같이 울고 말았습니다.
왜 내게만 이런 일이 닥치냐고 체념하며 세상을 향해 울분을 뿜어 냄직도 한데,
성실함 하나로 살아가려는 그아버지에게서
많은 걸 배웠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누구에게서도,
어디에서도 배울수 없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