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3-13 오후 4:02:49 Hit. 1370
언젠가 누군가를 이런 저녁 황혼 속에서 보냈던 기억이 났다.현관에 들어설 때까지 계속 그의 등을 바라보았던 것같다.하지만 벌써 그 사람이 누구였는지 얼굴은 어떻게 생겼었는지모든 게 흐릿해져서 떠오르지 않았다.다만 그 등이 사랑스러워 견딜 수 없었던, 그래서 더욱 아팠던, 그 아픔만이 생각났다.도시마 미호 / 레몬일때 중에서상자 속에 얼굴을 박고 냄새를 맡아 보았다.그 속에 있는 것들은 시간과 더불어 퇴색해 간다.저마다의 냄새를 잃어간다.나도 변했을까?혼자 있기 좋은 시간 / 아오야마 나나에나는 사랑에 빠진 남녀가 공유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생각한다. 몸을 겹치는 순간, 서로를 바라보는 순간, 속삭이면서 나를 잊어버리는 순간, 농담을 하며 웃는 순간. 그때 우리는 몸도 마음도 하나가 되었다고 느낄 것이다. 그러나 정말? 서로의 생각이 교차하고 겹쳐 하나가 되었다는 것을 대체 누가 증명할 수 있을까. 그런 것들은 모두 달콤한 착각이 아닐까. 두 개의 다른 육체가 하나 될 리 없다는 생각이 든다.공유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둘이서 보내는 시간 그것뿐이 아닐까. 몇 년 몇 월 며칠의 몇 시 몇 분까지. 둘이 같이 했었다는 사실만이 사랑이 남길 수 있는 증거다. 그 시간에 둘이서 무엇을 했느냐는 것이 하나의 사실로 남는다. 그러나 둘이서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아무도 말할 수 없다. 자신이 무엇을 느끼고 있었는지도. 내가 입밖에 낼 수 있는 것은 그뿐이다.그렇다면, 사랑이란 늘 자기 멋대로 쓰는 일기다. 그것도 앞 페이지를 자신의 손가락으로 들춰 보지 않는 일기. 사랑의 일기장은 늘 바람에 날려 문득 과거의 페이지를 내 눈앞에 드러낸다. 거기 나열된 문자는 어색하고 애절하게, 내 마음을 아리게 할 만큼 진지하다.야마다 에이미 / 120% Cool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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