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3-06 오후 6:06:26 Hit. 53218
┌────────────┐ │ 어른을 위한 잔혹동화 │ └────────────┘
< 3. 인어공주 >
옛날, 깊은 바다 속에 인어왕이 살고 있었습니다. 인어왕에게는 여섯 공주가 있었습니다. 모두 어여쁜 인어들이었는데 그중에서도 막내 공주는 유달리 아름다운 인어였습니다. 눈은 깊은 바다 빛깔 같이 파랗고 맑았으며, 가슴에서 머리까지 더픈 비닐조차 하나하나 멋지게 정돈되어 있어 요염할 정도의 광택을 붐어내고 있었습니다. 언니들과는 달리 언니들과는 달리 막내 인어에게는 배꼽이 있었고, 그 아래로 뻗은 다리는 인간 처녀도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길고 보기 좋았습니다. 막내 공주는 선천적으로 생각이 깊어서 곧잘 명상에 잠기곤 했습니다. 물고기는 눈을 감지 않기 때문에 명상에 잠길 때도 공주는 눈을 뜬채로 눈동자에 금빛을 머금고 있었습니다. 인어공주들의 가장 큰 즐거움은 할머니에게 바다 밖 인간세계의 얘기를 듣는 것이었습니다. "너희들이 열여덟살이 되면 바다 위로 올라가 배랑 인간을 볼 수 있도록 허락해 주마." 할머니는 손녀 인어들에게 꿈같은 약속을 했습니다. 바다밖 인간 세계에 대한 이야기 가운데에서도 특히 이상한 것은 아름다운 꽃들이 좋은 향기를 뿜내고 있고, 가련한 목소리로 노래하는 '물고기'가 바람 속에서 헤엄쳐 다니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또 바다 깊은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밤의 태양'이 있어서 바위 위에 올라간 인어의 몸을 은빛으로 적셔준다는 것도 상상을 뛰어 넘는 신비한 이야기였습니다. 마침내 첫째 고 ㉧주가 열여덟살이 되어 바다 위로 올라가도 좋다는 허락이 내려졌습니다. 인어 할머니는 첫째 공주에게 아무쪼록 인간의 눈에 띄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주의시켰습니다. 인어를 본 인간의 몸에는 반드시 화가 미치기 때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첫째 공주가 돌아왔을 때 다른 공주들은 꿈을 꾸는 듯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달 밝은 밤에 해변가 모래사장 위에 앉아 달빛에 비늘을 적시며 등불이 반짝이는 시내를 바라보기도 하고, 낮에는 바위에 몸을 숨기고 교회에서 들려오는 찬송가와 종소리에 가슴을 두근거리기도 하고, 숲 가까이에 가서 좋은 향내가 나는 꽃과 노래하는 '물고기'가 날아 다니는 것을 보기도 했다고 자랑했습니다. 막내 공주는 자신이 바다위로 나갈 수 있기까지는 아직 오년이라는 세월을 더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니 못내 안타깝기만 했습니다. 다음 해에는 둘째 공주가 열여덟살이 되어 바다 위로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세째 넷째 다섯째에 이어서 마침내 일년만 기다리면 막내 공주 차례가 오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막내 공주는 일년을 도저히 기다릴 수가 없어 어느 날 아무도 모르게 바다 가까이까지 올라 갔습니다. 파도 사이로 머리를 내밀고 보니 마침 해가 질 무렵이어서 하늘은 장미빛으로 물들고 금빛 구름이 빛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눈 앞에는 돛대를 단 세척의 배가 떠 있었습니다. 이윽고 석양이 짙어지자 가지각색의 초롱에 불이 켜지고 배 안에서는 흥겨운 음악과 노래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인어공주는 배가 있는 곳으로 헤엄쳐 가서 선실의 창을 통해 안을 들여다 보았습니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띄게 멋있고 기품이 있는 청년은 젊은 왕자였는데, 바로 이 날이 왕자님의 생일이어서 지금 막 축하연이 시작되려는 참이었습니다. 왕자님의 머리는 바다밑에서는 볼 수 없었던 금빛으로 파도치고, 눈은 바다빛과도 같은 파랗고 맑았습니다. 인어공주는 넋을 잃고 왕자님을 바라보았습니다. 자기도 인간이 되어서, 그것도 아름다운 여자가 되어서 왕자님과 춤출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질까. 막내 공주는 인어의 몸이라는 것도 잊은 채 창에 얼굴을 바짝 갖다 대고 선실 안을 들여다 보았습니다. 바로 그 때 왕자님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순간 왕자님이 무어라고 소리치자 음악은 멈추고 사람들도 얼어붙은 얼굴로 일제히 이쪽을 쳐다보았습니다. 그 순간 갑자기 배가 크게 흔들리며 등불도 꺼졌습니다. 비명소리가 여기저기서 일어났습니다. 어느 새 폭풍이 밀어닥친 것이었습니다. 인어공주는 할머니의 말을 어기고 자신의 물고기 얼굴을 인간에게 보였기 때문에 화가 닥쳤다고 뉘우쳤지만, 이젠 어쩔 도리가 없었습니다. 무서운 파도와 천둥 속에서 배는 파도에 휩쓸려 눈깜짝할 사이에 산산조각이 나타났습니다. 인어공주는 정신을 잃은 채 바다 속으로 가라 앉는 왕자님을 파도 위로 밀어 올려 헤엄쳤습니다. 날이 밝자 폭풍은 잔잔해졌습니다. 인어공주는 왕자님을 모래사장에 눕히고 껴안고 있었습니다. 문득 인어공주는 왕자님의 배 아래쪽에 딱딱하고 뾰족한 살덩이가 서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인어공주는 본능의 소리에 부추김을 받아 그것을 자신의 몸 부족한 곳에 넣어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아주 꼭 맞았습니다. 그렇게 하고 있으니까 자기가 인어라는 것도 잊고 몸이 서서히 달아올라 인간으로 변해가는 기분마저 들었습니다. 아침 햇살을 받은 왕자의 얼굴에 붉으스레한 기운이 감돌았습니다. 인어공주는 언제까지나 왕자님과 맺어진 채로 있고 싶었지만 의식이 되돌아왔을 때 자신의 흉한 상반신을 보이게 될 것을 생각하고는 화들짝 놀랐습니다. 그리고 울면서 바다 밑으로 돌아갔습니다. 인어공주는 언니들에게 모험담을 빠짐없이 이야기했지만, 단 하나 왕자님에게 마지막으로 한 짓만은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습니다. 더욱이 자신의 속마음, 즉 언니들도 부모도 버리고 인어 세계를 떠나 인간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 대해서도 믿기지 않았습니다. 막내 인어공주는 점점 말수가 적어지고 혼자서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때가 많아졌습니다. 마침내 인어공주는 결심을 굳히고 바다 마녀가 사는 곳을 찾아갔습니다. 마녀는 인간의 백골이나 배의 파편이 흩어져 있는 어두운 소용돌이 밑에 살고 있었는데, 인어공주의 얼굴을 보자마자 말했습니다. "네가 바라는 것을 다 알고 있다. 너는 인간하고 한 몸이 되었지? 그리고 그 물고기 머리와 가슴 대신에 인간 여자의 긴 머리와 가느다란 팔에 부푼 젖가슴을 갖고 싶은 거지?" "맞았어요. 부디 제 소망을 들어주세요. 그렇게만 된다면 어떤 대가라도 치르겠어요." 마녀는 기분 나쁜 웃음을 입가에 흘리며 인어의 죽지않는 혼을 달라고 말했습니다. 인어공주는 인간이 되어서 왕자님 곁으로 갈 수만 있다면 죽어도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즉각 그 조건을 받아들였습니다. "좋아. 이제 너는 인간과 마찬가지로 죽는 몸이 되는거다. 하지만 왕자가 너를 자신의 목숨 보다 사랑해 준다면 너는 다시 영원의 혼을 손에 넣게 될 것이다. 그러나 왕자가 너를 버리고 다른 여자를 사랑하게 된다면 너의 몸은 다시 인어로 돌아가고 곧 죽어서 물거품이 될 것이다." 마녀는 그렇게 말하고 가마솥에 끓인 마법의 약을 인어공주에게 주었습니다. 약을 마시자 비늘은 빛을 잃고 진흙처럼 벗겨져 내리고, 인어공주의 상반신은 순식간에 젊은 아가씨의 몸으로 변했습니다. 인어공주는 곧장 바닷가로 헤엄쳐 갔습니다. 황혼이 질무렵 깊은 수심에 잠긴 왕자님이 해변가 모래사장족으로 다가왔습니다. 왕자님의 머리속에는 폭풍이 치던날 밤에 자신을 구해준 아가씨의 일이 어슴프레하게 남아 있어서 모래사장에 오면 언젠가 다시 그 아가씨를 만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왕자님은 눈 앞에 금빛 석양을 받으며 발가벗은 아가씨가 서 있는 것을 보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그리고 인어공주를 껴안으면서 외쳤습니다. "너였구나. 나를 구해준 것은." 다시 만난 두사람이 가장 먼저 했던 것은 폭풍이 지나간 아침에 한 것과 똑같은 일이었는데, 왕자님은 꿈 같은 기억의 안개가 한꺼번에 맑게 걷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왕자님은 인어공주를 궁전으로 데리고 가서 눈부시게 화려한 옷을 입히고 같은 침대에서 인어공주와 지냈습니다. 그러나 인어공주는 원래 인어였기 때문에 고운 옷으로 몸치장을 하고 많은 사람들이 모인 궁전에서 춤을 추거나 담소하는 것이 서툴러서, 동경하던 화려한 옷을 몸에 걸치기보다는 인어 때와 같이 발가벗고 왕자를 껴 안고 있는 때가 많았습니다. 왕자님의 문란한 생활은 곧 왕과 왕비의 걱정거리가 되었고 신하들은 왕자님을 위해서 훌륭한 신부감을 골라 결혼을 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얼마 후 이웃 나라의 아름다운 공주님이 왕자비로 정해졌습니다. 왕자님은 원래 생명의 은인인 인어공주와 결혼할 마음은 없었지만, 왕자비를 맞는다고 해서 쫓아낼 생각도 없었습니다. 아름다운 공주를 본 왕자님은 첫눈에 홀딱 반해 곧 성대한 결혼식을 치루기로 하였습니다. 인어공주는 자신이 인간으로 있을 수 있는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결혼식날 밤, 인어공주는 눈물을 흘리며 바다로 돌아갔습니다. 달빛을 받으며 헤엄을 치고 있는 사이에 마녀가 말한 그래도 가슴과 배에 비늘이 돋고, 머리는 원래대로 물고기 머리로 되돌아갔습니다. 그때 신랑 신부를 태운 배가 흥겨운 음악을 울리며 다가왔습니다. 인어공주는 언젠가처럼 선실 안을 훔쳐 보았습니다. 그러자 예전과 마찬가지로 화가 미쳐 배는 폭풍 속에서 조각나 가라 앉고 말았습니다. 인어공주는 왕자님을 껴안을 채 바다 깊숙이 가라 앉았습니다. 무서운 소용돌이에 휘말려서 정신을 잃었는데, 깨어나 보니 거기는 바다 마녀가 사는 곳이었습니다. 마녀는 기가 막히다는 듯이 인어공주를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아직도 무슨 소원이 있냐고 물었습니다. "왕자님과 저를 한 몸으로 만들어서 죽을 때까지 함께 살수 있도록 해주세요. 대신 왕자님과 저의 나머지 반쪽 몸을 드리겠어요." 마녀는 그렇다면 그리 나쁜 거래도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왕자님의 남성다운 멋진 하반신은 마녀도 탐이 났습니다. 그래서 마녀는 왕자의 상반신에다 인어공주의 인간 여자와 같은 모양을 한 하반신을 갖다 붙였습니다. 사람들은 왕자님의 기적적인 생환을 기뻐했습니다. 왕자님은 마침내 연로한 부황의 뒤를 이어 왕이 되어 훌륭하게 나라를 다스렸지만, 한평생 왕비를 맞으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아무도 알지 못했습니다. 행복했는지 불행했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왕자님의 하반신은 인어공주의 것으로 영혼도 따로따로여서 몸속에서 혼끼리 이야기를 주고 받을 수가 있었습니다. 인어공주의 요구가 있으면 왕자님은 손을 사용해서 인어공주의 가장 여자다운 곳을 달래 줄 수는 있었지만 인어공주는 왕자님에게 그 보답을 해 드릴 수가 없었습니다. 인어공주의 그 부분은 왕자님의 손으로 어루만지면 기뻐서인지 슬퍼서인지 눈물을 흘리고, 눈물은 곧 단단해져서 진주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왕자님의 침대에는 언제나 진주가 넘치고 있었다고 합니다.
? 교훈 - 인간은 하반신과는 사랑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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