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처음 그것이 눈 병인줄 알았다.
점점 퍼져나갔던 그 것.
그것의 증상은 눈이 빨갛게 충혈되가는것, 그리고 이유없이 폭력적인 행동을 하는것,
처음 뉴스에 나왔을땐 유행이 예상되는 새로운 눈병인줄알았고,
의학계에서도 그것의 정체를 밝히기위해 안간힘을 써보았지만
결국 걸리지않는것이 최선이라는 어이없는 발표만 해놓은뒤 보류를 해놓은 상태다.
처음 발생하고 한, 두달 정도는 아무렇지않은 일상속에서 살아가게 되었지만,
그 이후에는 서서히 대한민국 아니, 세계적으로 이슈가되어버렸다.
빨간 눈으로 서로를 쳐다보며 서로를 학살한다.
결론은... 서로 만나지 않으면 된다...
혼자있는것이 최선의 방법일지 몰라도
나는 내 동생을 보살피며 이리저리 사람들을 피해 도망다닌다.
우리집에는 나타나지않을, 걸리지않을것같던 병이 가족에게까지 번졌고,
우리집은 순식간에 피바다로 변해버렸다.
서로가 서로를 보자 거침없이 폭력을 휘둘렀고,
그것은... 누군가 움직이지않아야만 끝이났다.
그것을.. 내가 목격했다.
다정했던 아버지와 어머니 그둘의 싸움.
새하얗던 침대 시트가 빨갛게 물들인듯 젖어가던 그 상황에서..
내가 할수있는건 입을 막고 조용히 동생을 데리고 나오는것,
그때 시각이 새벽이었다.
길가엔 듬성 듬성 초록빛 노란빛을 달고 달리는 택시들뿐이었다.
다행일지도 모른다, 아니 다행이다.
사람들이 없으니까.
가족까지 변해버린 마당에 믿을건 이젠... 동생과 나뿐이다.
병은... 처음엔 다래끼를 동반한 눈병처럼 충혈되다가...
순간적으로 폭발해버리는듯 했다..
매스컴은 이 병에대해 아무런 변명도, 해결방안도 내놓지 않았다.
원망스러웠다.
어느덧 날이 밝았다.
동생과 난 한 건물의 계단을 오르고 올라, 잠겨있는 옥상문앞에 가만히 쪼그리고
앉아있다가 잠이들었다가 지금 깬듯했다.
밖으로 나가기가 두려워진다.
내가 목격하기전의 그 상황일까.
사람들은 여전히 그... 사람들 그대로일까.
내가 살던 대한민국의 평범한 일상대로 돌아가는것일까.
조심히 동생을 뒤로 세우고 계단을 내려왔다.
철로되있던 문을 열고 나온 바깥
그것은 내가 원하던 평범한 일상이 아니었다.
곳곳에는 이미 빨갛게 물들어버린 종이 ,신문... 그리고 흉기들.
널부러져있는 시체들, 이미 이곳은 인간세상이 아니다.
철문 밖으로 발을 내딪고 나는 동생과 길을 조심히 걸어다녔다.
무기가 될만한것을 찾아들어보았지만.. 솔직히 이런건 별로 힘이 되지못할듯 했다.
나는 아직 어리다. 미쳐버린 사람들을 상대로 무기로 얼마나 맞설수 있을까.
그때, 뒤쪽에서 괴성을 지르며 눈이 빨갛게 물들어버린 남성이 달려왔다.
나는 굳어버렸다.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어머니와 아버지... 생각이났다.
그분들과 함께 있었다면 과연.. 어땟을까.
동생이 나의 팔을 당겼다. 그순간 굳어버렸던 다리가 움직였고
난 동생의 손을 잡고 빠르게 달려나갔다.
앞으로 앞으로.
사람이 낼수있을만한 소리가아닌 소리를 내며 빠르게 우리의 뒤를 쫓아온다.
그냥 앞만 보고 달린다. 달린다 또 달린다.
서서히 가슴에 고통이 몰려왔다.
다리에 힘도 풀리기 시작했다.
숨을 쉬지않고 힘껏달리다가
입을 벌려 숨을 들이쉰뒤 내뱉자 순간 엄청난 피로감과 쓰러질듯한 고통이 찾아왔다.
헛기침이 나오며 나의 호흡을 방해한다.
죽을것 같다. 죽을것 같다. 죽을것 같다.
자꾸만 화가난다. 저기 저 멀리서 힘껏 달려오는 사람 때문일까?
너무나 분노가 치민다.
달리는것도 멈추고싶다. 저 사람과 싸워보고싶다.
그러나 그것은 불가능하다.
이것은 내가 너무 힘들고 , 고통스러워서 생각나는 미친생각이다.
그럴 것이다.
앞에는 가파르기로 소문이 자자했던 계단이 보이기 시작했다.
저곳을 이렇게 빠른속도로 달리다보면 그냥 나자빠져 머리가 깨질지도모른다.
어떻게서든... 멈춰서 다른 길을 찾아야한다.
그러나 다시 되돌아 갈수가없다.
저 사람이 따라 오기때문에....
내 머리채를 낚아챌것만 같아.
무의식적으로 나는 동생을 앞세웠다. 동생만은 살려야한다.
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왠지 그래야만 할것같다.
점점 계단이 다가온다. 멈춰야하는데. 이러면 다죽어..
이런 저런 미친생각에 나는 내 왼다리와 오른다리가 서로 부딫혀 나자빠지고말았다.
생존본능으로 다행히 바닥에 머리를 박진않았으나.
왼팔과 몸통이 너무나 쓰라렸고 고통이 몰려왔다.
그러나 중요한건 이게아니다. 뒤에 쫓아오던 사람...
그 사람은 아직도 따라온다.
나는 멈춰있는데 점점 다가온다..
동생이 앞에서 멈춰 나를 쳐다본다.
동생을 바라보기만했다. 얼른 달리라고 말해야하는데.
달려오던 남성은 이미 바로앞까지 달려왔다.
날 죽이겠지.
날 죽이느라 정신이 팔려있을때 동생이 도망갈 시간이 생길거야.
그러나 내 예상을 빗나갔다.
그 남자는 나를 뛰어넘어 동생에게로 달려갔다.
멍하니 바라보다... 동생과 눈이 마주쳤다.
순간적으로 내 위를 날다시피하는 남자의 다리를 잡았다.
신발이 벗겨지며 나는 그 남자를 놓치고말았다.
남자는 동생을 몸을 돌려 오른팔로 잡으려다가 볼에 살짝 상처만낸뒤
회전하며 계단밑으로 굴러 떨어졌다.
나는 기어서 남자가 있는곳을 바라보았다.
사지가 비틀어져있고 머리는 깨져 이미 사람이아니었다.
아... 어차피 사람이 아니었나. ?
아무튼... 나는 느껴지지않던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통쾌했다. 아무것도 아닌것같이 느껴졌다.
몸을 일으키자 왼쪽편의 옷은 바닥에 쓸려 망신창이가 되어잇었다.
동생을 챙겨.... 나는 서둘러 단단한 나무가지를 꺽어 숨어있을 곳을 찾았다.
밤이되면 더 위험해질지도 모른다.
별로 굵은 가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시간벌이용은 될것같다.
왼발을 절뚝이며 나는 동생과 함께 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피시방이었다.
일단 숨을곳을 찾아보았다.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않는곳.... 화장실.
입출구도 한곳뿐이고, 다른 통로는 없으니까.
문을 열고 나는... 2개밖에없는 변기칸의 문을 확인했다. 아무도 없었다.
피시방도 이미 엄청난 살육이 벌어진듯... 시체와 피가 널부러져있었다.
이곳의 생존자도 밖으로나가 또 다른 희생자를 찾아다닐것이다.
안전한것 같은 곳을 발견해서일까...
화장실의 하나있는 출입구를 닫고 문을 잠궜다.
의외로 안전해 보였다.
냄세가 좀 나긴했지만.... 뭐...
생존자는 없는것일까... 우리가 마지막일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동생을 보니 내옆에 잠들어있었다.
많이 피곤했나보다... 충격을 받진않았을까...
넘어져서 심하게 까진 상처에서도 더이상 욱씬거림이 느껴지지 않았다.
벽에 머리를 기대고 허공을 응시했다. 한숨만 나오고.
우연히 벽에 걸려있던 거울을 보게됬는데.
옆에서 잠든 동생옆에는 내가 앉아있었다.
얼굴은 괜찮나 확인하려고 내 얼굴을 쳐다보았다.
나는 그때 동생과 함께 있으면 안된다는 생각을 했다.
거울 에는
한 소년이 옆에 자고 그옆에는 눈이 빨간 청년이 오른손에는 나무 곤봉을 쥐고
앉아있었다.
생각이 점점 흐려지고 오른손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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