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3-10 오전 11:51:32 Hit. 1482
우시장에서 온 트럭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축사를 빠져나갔다. 이윽고 도착한 송아지는 예외없이 철창에 보정된다.
이렇게 보정되어 꼼짝달싹 할수 없는 송아지의 고환에 거세용 가위가 3번 내지 4번 맞물리자 커다란 살덩이가 힘없이 떨어져 흙바닥에 나뒹군다. 선혈이 사방에 낭자하는 가운데 환부에 거친 봉합이 이루어진다.
송아지가 괴로워 머리를 치켜들게 되면 장정 여럿이 달려들어 머리를 고정시키고, 제각이 이루어진다. 마지막으로 시뻘겋게 달궈놓은 낙인을 소의 둔부에 깊에 누르면 하나의 상품이 완성 되는 것이다.
이 송아지는 향후 30개월 정도가 되면 축사 옆에 있는 도살장으로 끌려간다. 철제 울타리로 만들어진 부실한 길을 따라 정해진 장소에 도착하면 직경 10cm의 망치로 앞 이마가 내려갈 정도의 타격이 가해진다.
이후 축 늘어져 기절한 소는 뒷다리를 묶어 거꾸로 매달고 목동맥을 찔러 방혈한다.
상철은 고통에 몸부림 치며 타액을 쏟는 소의 모습을 20년 여간 지켜봐 왔다. 그는 이 축사의 주인이였으며, 규모가 컸던 터라 도축시설까지 갖추어져 있었다.
상철의 축산업에는 여러가지로 문제점이 많았다. 제대로 톱밥조차 깔지 않은 바닥에선 똥오줌 냄새가 진동을 했고, 축사 청소도 한달에 한번꼴로 매우 드물게 이루어졌다.
가장 큰문제는 역시나 도축하는 방법에 있었다. 이미 전기로 의식을 잃게만드는 '전살'이라는 방법이 좀 더 인간적인 방법으로 알려지면서 많은 도살장들이 이 방식을 선호하게 되었다.
그 역시 동물 보호 단체에서 이 전살이라는 방법을 권유받았다.하지만 전살을 하면 근육이 경직되어 맛이 없어진다는 것을 그는 잘 알고있었다.
'전살? 누구 좋으라고'
보호단체가 찾아왔을때 그가 콧방귀를 뀌며 내뱉은 말이였다. 이렇게 그는 아랑곳 않고 재래식 도축 방법을 사용해 관련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 마저 혀를 내두를 정도의 참혹한 상황을 연출해 내었다.
그는 소에 대한 학대도 잦은 편이였는데, 자신이 감나무로 직접만든 채찍을 사정없이 후려치거나 아무 이유없이 소의 이마에 낙인을 찍는 등의 정신적으로 이상한 부분도 있었다.
상철은 바로 축사 바로 옆에 위치한 집에 살았는데, 그곳엔 자신 보다 열살이나 어린 아내와 태어난 지 꼭 3년이 되는 아들이 있었다.
상철은 아들 앞에서는 똑같은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의 과도한 애정을 쏟아부었다. 난생 처음 생긴 자식앞에 군데 군데 살얼음이 낀 상철의 마음마저 봄눈 녹듯 하는 것이였다.
.......
"이런 밥벌레 같은년이 애엄마가 되가지고"
집안은 난장판이 되어있었다. 상철의 아내가 침대에 누워 울고 있었고, 상철은 이마를 감싸쥔채 괴로워 했다. 홧김에 깬 거울 조각들이 상철의 주먹에 박혀 시뻘건 피가 마룻바닥을 흥건히 적시고 있었지만 그는 아랑곳 하지않았다.
아들이 없어졌다. 아내가 아들과 숨바꼭질을 하던도중 잠들어 버린 것이다.
이윽고 거침없이 거친 상철의 손길에 아내가 나가떨어졌다. 아내는 눈물과 콧물이 범벅이된 얼굴로 상철의 바지 가랑이를 잡고 늘어지며 말했다.
"내가 어떻게든 찾아볼게. 우선 신고 부터 하자."
상철은 터지려고 하는 울화통을 억지로 집어 삼키고는 문을 박차고 나왔다. 걸음도 느린 어린 아들이 멀리 갈 수 있을리가 없었다. 혹시나 해서 축사에도 가봤지만, 역시나 지독한 분뇨냄새밖에 나지 않는 곳에서 아들의 모습이 보일리 없었다.
끝내 희소식 없이 3일이나 흘렀다. 상철은 언제까지나 아들 찾는일에 매진할 수는 없었다. 그는 며칠만에 축사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제때 사료를 먹지 않아 소들은 야위어 있었다.
그는 언제나 처럼 밧줄도 풀지않은 짚단을 소들에게 던졌다. 그에겐 아들뿐만 아니라 일도 중요했기 때문이다. 기다렸다는 듯이 몰려든 소들은 들이키듯이 짚단을 뜯어먹기 시작했다.
"우리아들 봤으면 니들이 좀 맡아줘라 응 ?"
소들은 연신 고개를 처박고 먹이를 먹는것 뿐이였다. 상철은 땅이 꺼져라 한숨을 푹 내쉬곤 짚단위에 털썩주저 앉았다.
다음날 상철이 다시 축사를 찾았을땐 거식증상을 일으키고 있는 소 몇마리가 그의 눈에 포착되었다. 규칙적인 사료공급이 되지 않았을때 가끔 발생하는 상황이였다.
상철은 아래위로 몇번 훑어 보았다. 거식증을 일으킨 소 세마리 전부 도축하기에 알맞은 시기였다. 도축날짜는 내일이였지만, 더 야위어 품질이 안좋아 질것을 예상한 상철은 하루 앞당겨 도축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자신의 축사에서 일하고 있는 두 장정이 싫은 소리를 내었지만 상철은 어쩔수 없었다. 하루빨리 잡지 않으면 가죽밖에 남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거꾸로 매달린 세마리의 는 여러 단계를 거쳐 쇠약해진 몸으로 방혈실에 들어오게 되었다. 상철은 잘 갈아둔 도살용 칼을 들어 목 동맥을 잘 짚어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쑤셔 넣었다.
마지막 세번째 소까지 목이 꿰뚫리자 방혈실 바닥은 금새 빨갛게 물들었다.
그때였다.
세마리의 소 중 한마리가 흉부를 씰룩이더니 무언가를 되새김 하고 있었다. 선지피를 뿜어내며 소입에서 떨어진 것은 무언가에 물어 뜯긴 듯한 어린 아이의 손가락이였다.
상철은 그 광경을 보고 얼어 붙었다.
상철은 아들이 숨어있는 짚단을 확인도 하지않고 던져넣은 것이다.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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