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나이답지 않은 사려 깊음 때문에 영감이라 불리는
남동생이 있다.
방학을 해서 오랜만에 집을 찾은 내 눈에 처음 들어온 건,
집안 곳곳마다 붙어 있던 차압딱지였다.
온종일 굳어 있던 내표정을 풀어 준 건,
식사 도중 그애의 한마디였다.
이상하게 감자처럼 물렁해져 있던 깍두기를 먹자마자
나......"어, 이거 이상해."
그러자 그때
"누나, 차압딱지가 붙어서 냉장고가 기가 죽어
힘을 통 못쓰나봐."
집안이 온통 웃음 바다가 된 순간이었다.
그 한 마딘, 쉽게 시련에 굴복해 버린 내게 보낸
그애의 진정한 위로였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