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2학년 때 교회에서 봉사 활동으로 한빛 맹아원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처음으로 많은 것을 느꼇다.
아이들과 한명씩 짝이 되어 한 시간 동안 자유롭게 놀았다.
내 짝이 된 아이는 6살짜리 종민이었다.
그 녀석은 소원이라며 자꾸만 밖에 같이 나가고 싶다고
떼를 쓰는 것이었다. 규정상 안 되는 일이었지만
'에라 모르겠다' 하고, 밖에 나와 계속 장난감을 사 달라고
조르는 꼬마 악동에게 이끌려,
내 지갑은 거의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돌아오는 길목에 녀석이 내게 이러는 것이었다.
"형아! 저기 놀고 있는 애들에게 이 장난감들 나눠 주라!"
거기엔 때투성이 산동네 아이들이 놀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속 좁게 오해한 사실이 부끄러워지며,
'그래! 난 지금 천사를 업고 있다'는 기분 좋은 생각에
발걸음이 너무나 가벼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