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의 시원한 보리차 한잔이 생각나는 요즘날씨.
하지만 우리 집 냉장고엔 시원한 물이 없다.
우리 엄마는 물을 드시지 않는다.
며칠 전 집에 갔다. 더워서 냉장고 문부터 먼저 열었다.
"엄마 시원한 물 없어? 에이 물도 안 넣어? 더운데."
씩씩거리는 내게 남동생이 말했다.
"누나,누나는 치위생과면서 그것도 몰라?
엄마 물도 못마셔. 이가 시리고 아파서 잠도 잘 못자!"
2년 전 수업료가 없어 휴학해야만 했을 때 능력 없는 우리
엄마가 원망스러웠다. 그때 엄마는 내 앞에 2백만 원을
내놓으셨다. 우리 집 형편에 큰 돈을 어떻게 마련하셨는지
궁금하지도 않았다. 그저 좋아만 했다. 나중에 알았다.
시린 이 치료하라고 큰언니가 준 치아값이라는 것을.
'엄마,조금만 기다려. 이젠 우리집 냉장고에 시원한 물
가득 채워 둘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