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벚꽃보다 아직 한기 가시지 않은 초봄의 매화를 더
좋아하시는 엄마는 모처럼의 서울 나들이에 들떠 하셨죠.
서울 사는 딸아이 이사간다고 겨우 힘든 일상을 접고
어려운 걸음을 하시고......반찬 조금과 숟가락에
그릇 몇 개, 그리고 여름볕에 좋다는 기초 화장품을 사들고
스물다섯 딸에게 오셨더랬죠.
오래간만에 분주한 거리를 걸으면서 떡볶이도 먹고,
튀김도 먹고, 내일이면 엄마와 딸이라는 관계보다 더
절박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는 딸아이의 손을 끌고
엄마가 들어 간 곳은 스티거 사진기 앞이었죠.
잔정이 없다고 지나듯이 말씀하시던 어머니 였지만 그날
딸아이는 스티커 사진기 앞에서 아이가 되었구요......
책상 앞 스티커 사진안에 엄마와 딸아이의 웃음은
하얗게 빛나고 있습니다.
가끔 딸아이는 엄마 앞에서 마냥 어려지고만 싶답니다.
[출처] 윤혜정'엄마와 스티커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