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 뚜껑을 열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있다.
머리카락이 있지 않나 확인하는 일.
한두 개씩 있을 때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머리카락 수는 늘어 가고,
그만큼 나의 짜증도 늘어 갔다.
어느 날, 심한 갈증으로 잠에서 깨어
물을 마시러 부엌에 갔을 때
한쪽에 어머니께서 웅크리고 앉아 계셨다.
'이른 아침부터 뭘 하시지?'
궁금해 하며 조심스레 다가갔다.
어머니는......도시락을 이리저리 살펴보고 계셨다.
잘 안 보이시는지 눈살을 잔뜩 찌푸리시며......
현기증이 났다. 그제서야 알았다.
도시락의 머리카락 수가 늘어갈수록
그만큼 어머니의 시력이 나빠지고 있었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