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신경이 곤두서 있던 그날 아침,
대학 수학 능력 시험을 치던 날이었다.
사소한 문제로 엄마와 싸우고 집안을 다 헤집고 나왔다.
시험은 완전히 망쳤다.
집 근처를 방황하다가 밤10시가 넘어서야 집으로 향했다.
집 앞에 너무나 가냘프고 약해 보이는 누군가가 서 있었다.
11월, 입시 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그밤에
엄마는 내게 다가와 내 언 손을 꼭 잡아 주셨다.
"바나나 사 놨어. 시험친다고 좋아하는 것도 못 먹었잔아."
다리가 불편하셔서 평소에도 거동하기 힘들어하시는
엄마가 걸어서 30분이나 걸리는 시장에 가서
나를 위해 바나나를 사 놓으신 것이었다.
내 손을 꼭 잡은 엄마의 손등에
어느새 눈물이 뚝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