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2-21 오후 9:17:47 Hit. 1250
남조선 단독정부 수립을 반대하는 김구의 성명3천만 동포에게 읍고(泣告)함친애하는 3천만 자매 형제여!우리를 싸고 움직이는 국내외 정세는 위기에 임하였다. 제2차 대전에 있어서 동맹국은 민주와 평화와 자유를 위하여 천만의 생영을 희생하여서 최후의 승리를 전취하였다. 그러나 전쟁이 끝나자 마자 이 세계는 다시 두개로 갈리어졌다. 이로 인하여 제3차 전쟁은 시작되고 있다. 보라! 죽은 줄로만 알았던 남편을 다시 만난 아내는, 죽은 줄로만 알고 있던 아들을 다시 만난 어머니는 그 남편과 안들을 또다시 전장으로 보내지 아니하면 아니 될 운명이 찾아 오고 있지 아니한가? 인류의 양심을 가진 자라면 누가 이 지긋지긋한 전쟁을 바랄 것이냐? 과거에 있어서 전쟁을 애호하는 자는 파시스트 강도군 밖에 없었다. 지금에 있어서도 전쟁이 폭발되기만 기다리고 있는 자는 파시스트 강도 일본 뿐일 것이다.그것은 그놈들이 전쟁만 나면 저희들이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믿는 까닭이다.현재 우리 나라에 있어서도 남북에서 외력에 가부하는 자만은 혹왈 남침 혹왈 북벌 하면서 막연하게 전쟁을 숙망하곤 있지마는 실지에 있어서는 아직 그 실현성도 없을 뿐만 아니라 전쟁이 발발된다 할지라도 그 결과는 세계의 평화를 파괴하는 동시에 동족의 피를 흘려서 적을 살릴 것 밖에 아무것도 아니 될 것이다. 이로써 그들은 상전의 투지를 북돋을 것이요, 옛 상전의 귀여움을 다시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전쟁이 난다 할지라도 저희들의 자질만은 징병도 징용도 면제될 것으로 믿을 것이다. 왜 그러냐 하면 왜정하에서도 그들에게는 그러한 은전이 있었던 까닭이다.한국은 일본과 수십년 동안 계속하여 혈투하였다. 그러므로 일본과 전쟁하는 동맹국이 승리할 때에 우리는 자유롭고 행복스럽게 날을 보낼 줄 알았다. 그러나 왜인은 도리어 미소중에 유쾌히 날을 보내고 있으되 우리 한인은 공포즈엥서 질인과 같이 날을 보내고 있다. 이것이 우리의 말이라면 우리를 배은망덕하는 자라고 질책하는 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미국 신문기자 리처드의 입에서 나온데야 어찌 공정한 말이라 아니하겠느냐? 우리가 기다리던 해방은 우리 국토를 양분하였으며 앞으로는 그것을 영원히 앙국영토로 만들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로써 한국의 해방이란 사전상에 새 해석을 올리지 아니하면 아니 되게 되었다.유엔은 이러한 불합리한 것을 시정하여서 인류의 행복을 증진하며 전쟁의 위기를 방지하여서 세계평화를 건설하기 위하여 조직된 것이다. 그러므로 유엔은 한국에 대하여도 그 사명을 수행하기 위하여 임시위원단을 파견하였다. 그 위원단은 신탁 없는, 내정간섭 없는 조건하에 그들의 공평한 감시로써 우리들의 자유로운 선거에 의하여 남북통일의 완전자주독립의 정부를 수립할 것과 미·소양군을 철퇴시킬 것을 약속하였다. 이제 불행히 소련의 보이코트로써 그 위원단의 사무진행에 방해가 불무하다. 그 위원단은 유엔의 위신을 가강하여서 세계평화 수립을 순리하게 진전시키기 위하여 또는 그 위원 제공들의 혁혁한 업적을 한국독립운동사상에 남김으로써 한인은 물론 일체 약소민족간에 있어서 영원한 은의를 맺기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만일 자기네의 노력이 그 목적을 관철하기에 부족할 때에는 유엔 전체의 역량을 발동하여서라도 기어이 성공할 것은 삼척동자라도 상상을 할 수 있는 것이다.우리이게는 이와 같이 서광이 비치고 있는 것이다. 미군주둔 연장을 자기네의 생명 연장으로 인식하는 무지 목각한 도배들은 국가민족의 이익을 염두에 두지도 아니하고 박테리아가 태양을 싫어함이나 다름이 없이 통일정부 수립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들은 음으로 양으로 유언비어를 조출하여서 단선 군정의 노선으로 민중을 선동하여 유엔 위원단을 미혹케 하기에 전심 전력을 경주하고 있다.미군정의 환경하에서 육성된 그들은 경찰을 종용하여서 선거를 독점하도록 배치하고 인민의 자유를 유린하고 있다. 그래도 그들은 태연스럽게도 현실을 투철히 인식하고 장래를 멸찰하는 선각자로서 자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선각자는 매국매족의 일진효식 선각자일 것이다. 왜적이 한국을 병합하던 당시에 국제정세는 합병을 면치 못하게 되었던 것이다. 아무리 애국지사들이 생명을 도하여 반항하였지만 합병은 필경 오게 되었던 것이다. 이 현실을 파악한 일진회는 동경까지 가서 합병을 청원하였던 것이다.그러나 이자들은 영원히 매국적이 되고 선각자가 되지 못한 것이다. 설령 유엔 위원단이 금일의 군정을 꿈꾸는 그들의 원대로 남한 단독정부를 수립한다면 이로써 한국의 원정은 다시 호소할 곳이 없을 것이다. 유엔 위원단 제공은 한인과 영원히 불해의 원을 맺을 것이요, 한국분할을 영원히 공고히 만든 새 일진회는 자손만대의 죄인이 될 것이다.통일하면 살고 분열하면 죽은 것은 고금의 철칙이나 자기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하여 남북의 분열을 연장시키는 것은 전민족을 사갱에 넣는 극악 극흉의 위험한 일이다. 이와 같은 위기에 있어서 우리는 우리의 최고 유일의 이념을 재검토하여 국내외에 인식시킬 필요가 있는 것이다. 우리는 첫째로 자주독립의 통일정부를 수립할 것이며 먼저 남북정치범을 동시 석방하며 미·소 양군을 철퇴시키며 남북지도자회의를 소집할 것이니 이와 같은 원칙은 우리 목적을 관철할 때까지 변치 못할 것이다. 우리는 이 불변의 원칙으로써 순식 만변하는 국내외 정세를 순응 혹 극복하여야 할 것이다. 이것이 중국 장주석의 이른바 ‘불변으로 응만변’이라는 것이다. 독립이 원칙인 이상 독립이 희망 없다고 자치를 주장할 수 없는 것은 왜정하에서 충분히 인식한 바와 같이 우리는 통일정부가 가망 없다고 단독정부를 주장할 수 없는 것이다.단독정부를 중앙정부라고 명명하여 자기 위안을 받으려 하는 것은 군정청을 남조선과도정부라고 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는 것이다. 사사망념은 해인해기할 뿐이니 통일정부 독립만 위하여 노력할 것이다.3천만 자매형제여!우리가 자주독립의 통일정부를 수립하려면 먼저 국제의 동정을 쟁취하여야 할 것이요, 이것을 쟁취하려면 전민족의 공고한 단결로써 그들에게 정당한 인식을 주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불행히도 미군정의 앞잡이로 인정을 받은 한민당의 영도하에 있는 소위 임협은 나의 의견에 대하여 대구소괴한 듯이 비애국적 비신사적 태도로써 원칙도 없고 조리도 없이 후욕만 가하였다. (생략) 시비가 없는 사회에는 개량이 없고 진보가 없는 법이니 여론이 환기됨을 방지할 바가 아니나 천재일우의 호기를 만나서 원방에서 내감한 귀빈을 맞아 가지고 우리 국가민족의 운명을 결정하려는 이 순간에 있어서 이것이 우리의 취할 바 행동은 아니다.일체 내부투쟁은 정지하자! 소불인(小不忍)이면 난대모(難大謀)라 하였으니 우리는 과거를 잊어버리고 용감하게 참아 보자.3천만 자매형제여!한국이 있어야 한국사람이 있고 한국사람이 있고야 민주주의도 공산주의도 무슨 단체도 있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 이 자주독립적 통일정부를 수립하려 하는 이 때에 있어서 어찌 개인이나 자기의 집단의 사리사욕에 탐하여 국가민족의 백년대계를 그르칠 자가 있으랴? 우리는 과거를 한번 잊어버려 보자. 갑은 을을, 을은 갑을 의심하지 말며, 타매하지 말고 피차에 지니한 애국심에 호소해 보자.암살과 파괴와 파공은 외군의 철퇴를 지연시키며 조국의 독립을 방해하는 결과를 조출할 것 뿐이다. 계속한 투쟁을 중지하고 관대한 은정으로 임해 보자.마음 속의 38선이 무너지고야 땅 위의 38선도 철폐될 수 있다. 내가 불초하나 일생을 독립운동에 희생하였다. 나의 연령이 이제 70유3인바 나에게 남은 것은 금일금일하는 여생이 있을 뿐이다. 이제 새삼스럽게 재물을 탐내며 명예를 탐낼 것이냐? 더구나 외국 군정하에 있는 정권을 탐낼 것이냐? 내가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주지하는 것도 일체가 다 조국의 독립과 민족의 해방을 위하는 것뿐이다.그러므로 내가 국가민족의 이익을 위하여서는 일신이나 일당의 이익에 구애되지 아니할 것이요, 오직 전민족의 단결을 위하여서는 삼천만 동포와 공동분투할 것이다. 이것을 위하여는 누가 나를 모욕하였다 하여 염두에 두지 아니할 것이다.나는 이번에 마하트마 간디에게도 배운 바가 있다. 그는 자기를 저격한 흉한을 용서할 것을 운명하는 그 순간에 있어서도 잊지 아니하고 손을 자기 이마에 대었다 한다. 내가 사형언도를 당해 본 일도 있고 저격을 당해 본 일도 있었지만 그 당시에 있어서는 나의 원수를 용서할 용기가 없었던 것이다. 나는 이것을 지금도 부끄러워한다. 현시에 있어서 나의 단일한 염원은 3천만 동포와 손을 잡고 통일된 조국의 달성을 위하여 공동분투하는 것뿐이다. 이 육신을 조국이 수요한다면 당장에라도 제단에 바치겠다. 나는 통일된 조국을 건설하려다가 38선을 베고 쓰러질지언정 일신의 구차한 안일을 취하여 단독정부를 세우는 데는 협력하지 아니하겠다. 나는 내 생전에 38 이북에 가고 싶다. 그쪽 동포들도 제 집을 찾아가는 것을 보고서 죽고 싶다. 궂은 날을 당할 때마다 38선을 싸고 도는 원귀의 곡성이 내 귀에 들리는 것도 같았다. 고요한 밤에 홀로 앉으면 남북에서 헐벗고 굶주리는 동포들의 원망스런 요오가 내 앞에 나타나는 것도 같았다. 3천만동포 자매형제여! 붓이 이에 이으며 가슴이 어색하고 눈물이 앞을 가리어 말을 더 이루지 못하겠다. 바라건대 나의 애달픈 고충을 명찰하고 명일의 건전한 조국을 위하여 한번 더 심사하라. (1948.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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