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2-19 오전 10:15:56 Hit. 4355
* 독짓는 늙은이
이년 ! 이 백 번 죽어두 쌀 년 ! 잃는 남편두 남편이디만, 어린 자식 을 놔두구 그래 도망을 가? 것두 아들놈 같은 조수놈하구서...... 그래 지금 한창 나이란 말이디 ? 그렇다구 이년, 내가 아무리 늙구 병들었기 루서니 거랑질이야 할 줄 아니? 이녀언 ! 하는데. 옆에 누웠던 어린 아들이, 아바지. 아바지이 ! 하였으나 꿈 속에서 송영감은 자기 품에 남은 아들이. 아바지, 아바지 아바지이 ! 하고 부르는 것으로 보며, 오 냐. 데건 네 어미가 아니다 ! 하고 꼭 품에 껴안는 것을, 옆에 누운 어 린 아들이 그냥 울먹울먹한 목소리로 아버지를 불러, 잠꼬대에서 송영 감을 캐워 놓았다.아까 잠들 때보다 더 머리가 무겁고 언많다.애가 종내 훌쩍훌쩍 울기 시작했다. 오, 오, 하며 송영감은 잠꼬대 속에서처럼 애를 끌어안았다. 자기의 더운 몸에 별로 애의 몸이 찼다.벌써부터 이렇게 얼려서 될 말이냐고. 송영감은 더 바싹 애를 껴안았 다. 그리고 훌쩍이는 이제 일곱 살 난 애를 그렇게 안고 있는 송영감은 다시 자기보다도 이 어린것을 두고 도망간 아내가 새롭게 괘씸했다. 아 내와 함께 여드름 많던 조수가 떠오랐다. 그러자 그 아들같은 조수에게 동년배의 사내와그리고 자기가 집증 잡히지 않는 병으로 닳아눕기 때문에 조수가 이가을로 마지막 가마에 넣으려고 거의 혼자서 지어 놓다시피 한 중옹 통 옹 반옹 머쎄기 같은 크고 작은 독들이 구월 보름 가까운 달및에. 마치 하나하나 도망간 조수의 그림자같이나 느껴졌을 때. 송영감은 벌떡 일 어나 부채방망이를 들어 모조리 깨부수고 싶은 층동을 받았으나, 다음 순간 송영감은 내일부터라도 자기도 독을 지어 한 가마 독을 채워 구워 내야 당장 자기네 부자가 살아갈 것이라는 생각에 미치면서는, 정말 그 러는 수밖에 없다고, 지그시 무거운 눈을 감아 터렸다.날이 밝자 송영감은 열에 뜬 머리를 수건으로 동이고 일어나 앉아.애더러는 흙 이길 꽹손이를 부르러 보내 놓고. 괭손이 올 새가 바빠서 자기 손으로 흙을 이겨 틀 위에 올려 놓았다. 송영감의 손은 자꾸 떨리 었다. 그러나 반쯤 독을 지어 올려. 안은 조마구 밖은 부채마치로 맞두 드리며 일변 발로는 틀을 돌리는 익은 솜씨만은 잃아눕기 전과 다를 바 없는 듯했다. 곧 중옹 몇 개가 지어졌다.그러나 차차 송영감의 솜씨에는 틈이 생기기 시작했다. 더구나 조마 구와 부채마치로 두드려 올릴 때, 퍼뜩 눈앞에 아내와 조수의 환영이 떠오르면 짓던 독을 때리는지 아내와 조수를 때리는지 분간 못하는 새.독이 그만 얇게 못나게 지어지곤 했다. 기리고 전을 잡는 손이 떨려, 가뜩이나 제일 힘든 마무리의 전이 잘 잡혀지지를 않았다. 열 때문도 있었다. 송영감은 쓰러지듯이 짓던 독 옆에 눕고 말았다.송영감이 정신이 들었을 때는 저녁때가 기울어서였다. 꽹손이도 흙 몇덩이를 이겨놓고 가고 없었다. 언제부터인가 바깥 저녁 그늘 속에 애 가 남쪽 장길을 향해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어머니를 기다리는 거리 라. 언제나처럼 장보러 간 어머니를 언제나처럼 저녁때면 조수에게 장 감을 지워가지고 돌아을 줄로만 아직 아는가 보다.밖을 내다보던 송영감은 제 힘만이 아닌 어떤 힘으로 벌떡 일어나 다 시 독짓기를 시작하는 것이었으나. 이번에는 겨우 한 개를 짓고는 다시 쓰러지듯이 눕고 말았다다음에 송영감이 정신이 들었을 때에는 아주 어두운 속에서 애가 흔 들어 캐우고 있었다. 울먹울먹하던 애는 캐나는 아버지를 보자 그제야 안싱된 듯이 저쪽에서 밥그릇을 가져다 아버지 앞에
놓는다. 웬거냐고 하니까, 애가, 앵두나무집 할머니가 주더라고 한다. 송영감이 확 분노 가 치밀어, 누가 거랑질해 오라더냐고 밥그릇을 밀어 놓자, 애가 훌쩍 훌쩍 울기 시작했다. 송영감은 아침에 어제의 저녁밥 남은 것을 조금씩 뜨는 것처럼 하고는 하루종일 아무것도 입에 대지 않은 것을 생각하고 는 애도 아직 저녁을 못 먹었을지 모른다고 밥그릇을 도로 끌어다 한 술 입에 떠 넣으며 이번에는 애보고, 맛있으니 너도 먹으라는 것이었으 나, 실상은 자신이 입맛을 잃은 탓만도 아닌 무엇이 밥 넘기려는 목을 치밀어 올라오곤 해, 좀처럼 밥을 넘길 수가 없었다.
다음날 아침에는 송영감이 죽인지 밥인지 모를 것을 끓였다. 여전히 입맛은 없었으나 어제 저녁처럼 목이 메어오르는 것은 없었다.오늘은 또 지어올리는 독을 말리느라고 처음에는 독 밖에 피워놓았 다가 독이 한 반쯤 지어지면 독 안에 매달아 놓은 숯불의 숯내까지가 머리를 더 무겁게 했다. 사십년래 없이 숯내를 다 맡는 듯했다.송영감은 어제보다 더 쓰러져 넘어지는 도수가 많았다. 흙 이기던 괭 손이가 저래서는 도무지 한 가마 채우지 못하리라고 송영감에게 내년 에 마저 지어 첫 가마에 넣도록 하는 게 어떠냐고 몇 번이고 권해 보았 으나.송영감은 일어났다가는 쓰러지고 일어났다가는 쓰러지고 하면서 도 독 짓기를 그만두려고 하지는 않았다.송영감이 한번 쓰러져 있는데 방물장수 앵두나무집 할머니가 와서 잃는 몸을 돌봐야 하지 않느냐며 하고, 조미음 사발을 송영감 입 가까 이 내려 놓았다. 송영감은 어제 어린 아들에게 거랑질해 왔다고 고함쳤 던 일을 생각하며. 이 아무에게나 친절한 앵두나무집 할머니에게 미안 한 생각이 들어 어제만 해도 애 한테 밥이랑 그렇게 많이 줘 보내서 잘 먹었는데 또 이떻게 미음까지 쑤어오면 어떻하느냐고 했다. 앵두나무 집 할머니는 그저, 어서 식기 전에 한 모금 마셔보라고만 했다. 그리고 송영감이 미음을 몇 모금 못 마시고 사발에서 힘없이 입을 메는 것을 보고 앵두나무집 할머니는, 정말 이 영감이 이번 병으로 죽으려는가 보 다는 생각이라도 든 듯. 당손이를 어디 좋은 자리가 있으면 주어 버리 는 게 어떠냐고 했다. 송영감은 쓰러져 있는 사람답지 않게 눈을 홉떠 앵두나무집 할머니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어느새 송영감의 손은 앞에 놓인 미음 사발을 앵두나무집 할머니에게로 떠밀치고 있었다. 그런 말 하려 이런 것을 가져 왔느냐고 썩썩, 눈앞에서 없어지라고. 송영감은 또 쓰러져 있던 사람 같지 않게 고함겼다. 앵두나무집 할머니는 송영감 의 고집을 아는 터라 더 무슨 말을 하지 않았다.앵두나무집 할머니가 가자, 송영감은 지금 밖에서 자기의 어린 아들 이 어디로 업혀 가기나 하는 듯이, 밖을 향해 목청껏. 당손아 ! 하고 애를 불러대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애가 뜸막 문에 나타나는 것을 이번 에는 애의 얼굴을 잊지나 않으려는 듯이 한참 쳐다보다가 그만 기운이 지쳐 눈을 감아 버리고 말았다. 애는 또 전에 없이 자기를 쳐다보는 아 버지가 무서워 아버지에게 더 가까이 가지 못하고 섰다가. 아버지가 눈 을 감자 더럭 더 겁이 나 홀쩍이기 시작했다.
날이 갈수록 송영감은 독 짓기보다 자리에 쓰러져 있는 때가 많았다.백 개가 못 차니 아직 이십여 개를 더 지어야 한 가마 충수가 되는 것이 다. 한 가마를 채우게 짓자 하고 마음만은 급해지는 것이었으나. 몸을 일으키다가 도로 쓰러지며 횐털 섞인 노랑 수염 입을 벌리고 어깨숨을 쉬곤 했다.그러한 어느날. 말자는 말로, 말이 난 자리는 재물도 넉넉하지만 무엇보다 도 사람들 마음씨가 무던하다는 말이며, 그 집에서 전에 어떤 젊은 내외가 살림을 엎어치우고 내버린 애를 하
나 얻어다 길렀는데 얼마 전에 그 친아버지 되는 사람이 여남은 살이나 된 그 애를 찾아갔다는 말이며. 그 때 한 재 물을 주어 보내고서는 영감 내외가 마주앉아 얼마 동안을 친자식 잃은 듯이 울었는지 모른다는 말이며, 그래 이번에는 아버지 없는 애를 하나 얻어다 기르겠더라는 말을 하면서 꼭 그 자리에 당손이를 주어 버리고 말자고 했다. 송영감은 앵두나무집 할머니와 일전의 일이 있은 뒤에도 앵두나무집 할머니가 애를 통해서 먹을 것 같은 것을 보내는 것이. 흔 히 이런 노파에게 있기 쉬운 이런 주선이라도 해 주면 나중에 자기에게 돌아오는 것이 있어 그걸 탐내서 그러는 건 아니라고, 그저 인정 많은 늙은이라 이편을 위해 주는 마음에서 그런다는 것만은 아는 터이지만 송영감은 오늘도 저도 모를 힘으로. 그런 소리 하려거든 아예 다시는 오지 말라고, 자기 눈에 흙들기 전에는 내놓지 못한다고 했다. 앵두나 무집 할머니는 그렇게 고집만 부리지 말고 영감이 살아서 좋은 자리로 가는 걸 보아야 마음이 놓이지 않겠느냐는 말로, 사실 말이지 성한 사 람도 언제 무슨 변을 당할는지 모르는데 닳는 사람의 일을 내일 어떻게 될는지 누가 아느냐고 하며, 더구나 겨울도 닥쳐 오고 하니 잘 생각해 보라고 했다. 송영감은 그저 자기가 거랑질을 해서라도 애를 빌어먹일 테니 염려 말라고 했다.앵두나무집 할머니가 돌아간 뒤. 송영감은 지금 자기가 거랑질을 해 서라도 애를 빌어 먹이겠다고 했지만 그리고 사실 아내가 무엇보다도 자기와 같이 살다가는 거랑질을 할 게 무서워 도망갔음에 틀림없지만, 자기가 병만 나아 일어나는 날이면 아직 일등 호주라는 칭호 아래 얼마 든지 독을 지을 수 있다는 생각과 함께 이제 한 가마 독만 채워 전처럼 잘만 구워내면 거기서 겨울 양식과 내년에 할 밑천까지도 나올 수 있다 는 희망으로. 어서 한 가마를 채우자고 다시 마음이 조급해지는 것이었 다.
하루는 송영감이 독 말리기 좋은 날을 가려 종시 한 가마가 차지 못 하는 독들을 밖으로 내게 하고야 말았다. 지어진 독만으로라도 한 가" 구워 내리라는 생각에서.독 말리기. 말리기라기보다도 바람 쐬기다. 햇볕도 있어야 하지만 바람이 있어야 한다. 안개같은 것이 린 날은 좋지 못하다. 안개가 걷히 며 바람 한점없이 해가 갑자기 쨍쨍 내리쬐면 그야말로 걷잡을 새 없이 백여 개의 독이 세로 가로 터져 나간다. 그런데 오늘은 바람이 좀 치는 게 독 말리기에 썩 좋은 날씨다.독들을 마당에 내자. 독가마 속에서 거지들이, 무슨 독을 지긍 굽느 냐고 중얼거리며 제각기의 넝마 살림들을 안고 나왔다. 이 거지들은 가 을철이 되면 이렇게 독가마를 찾아들어 초가을에는 가마 초입에서 살 다. 겨울이 되면서 차차 가마가 식어감에 따라 온기를 찾아 가마속 깊 이로 들어가며 한겨울을 나는 것이다.송영감은 거지들에 게, 지금 뜸막이 비었으니 독 구워내는 동안 거기 에들 가있으라고 하려다가 그만두었다. 전에 없이 거지들을 자기 있는 집에 들인다는 것이 마치 자기가 거지나 되는 것처럼 느껴졌으므로.가마에서 나온 거지들은 혹 더러는 인가를 찾아 동냥을 가고, 혹 한 패는 양지바른 데를 골라 드러누웠고. 몇이는 아무데고 앉아서 이사냥 같은 것을 하기 시작했다.송영감도 양지에 앉아서 독이 하얗게 마르는 정도를 지키고 있었다.독들을 가마에 넣을 때 가서는 자신이 가마속까지 들어가. 전에는 되도 록 독이 여러 개 들어 가도록만 힘쓰던 것을 이번에는 도망간 조수와 자기의 크기 같은 독이 되도록 아궁이에서 같은 거리에 나란히 놓이게 만 힘썼다. 마치 게도 못 쓰게도 만드는 것이다, 지은 독에 따라서 세게 때야 할 때 약하
게 때도, 약하게 때야 할 때 지나치게 세게 때도, 또는 불을 더 때도 덜 때도 안된다.처음에 슬슬 때다가 점점 세게 때기 시작하여 서너 시간 지나면 하얗 던 독들이 흑색으로 변한다. 거기서 또 서너댓 시간 때면 독들은 다시 처음의 하얗던 대로 되고, 다음에 적색으로 됐다가 이번에는 아주 샛빨 갛게 되는데 그것은 마치 쇠가 녹은 듯, 하늘의 해를 쳐다보는 듯이 된 다. 그리고 정말 다음 날 하늘에는 맑은 가을 햇빛이 빛나고 있었다.곁불 놓기를 시작했다. 독가마 양옆으로 뚫은 곁창 구멍으로 나무를 넣는 것이다.이제는 소나무를 단으로 넣기 시작했다. 아궁이와 곁창의 불길이 길 을 잃고 확확 내쏜다. 이 불길이 그대로 어제 늦저녁부터 아궁이에서 좀 떨어즌 한 곳에 일어나 앉았다 누웠다 하며 한결같이 불질하는 것을 지키고 있는 송영감의 두 눈 속에서도 타고 있었다.이떻게 오늘 해도 다 저물었다. 그러는데 한편 곁창에서 불질하던 화 부가 곁창 속을 들여다보는 듯하더니, 분주히 이리로 달려오는 것이 다. 송영감은 벌써 화부가 불질하던 곁창의 위치로써 그것이 자기의 독 이 들어있는 자리라는 것을 알며, 화부가 뭐라기 전에 먼저, 무너앉았 느냐고 했다. 화부는 그렇다고 하면서. 이젠 독이 좀 덜 익더라뜯 곁불 질을 그만두고 아궁이를 막아 버리자고 했다. 그러나 송영감은 그저 그 만두라고 할 때까지 그냥 불질을 하라고 했다.거지들이 또 밤이라고 독가마 부근으로 모여들었다.송영감이. 이제 조금만 더. 하고 속을 졸이고 있을 때였다. 가마속에 서 갑자기 뚜왕 ! 뚜왕 ! 하고 독 튀는 소리가 들려 나왔다. 송영감은 처음에 벌떡 반쯤 일어나디가 도로 주저앉으며 이상스레 빛나는 눈을 한 곳에 머무른 채 귀를 기울였다. 송영감은 가마에 넣은 독의 위치로 지금 것은 자기가 지은 독 지금 것도 자기가 지은 독, 하고 있었다. 이 렇게 뒤는 것은 거의 송영감의 것 뿐이었다. 그리고 송영감은 또 그 튀 는 소리로 해서 그것이 자기가 팜다가 일어나 처음에 지은 몇 개의 독 만이 튀지 않고 남은 것을 알며, 화부들의 거치적거린다고 거지들을 꾸 짖는 소리를 멀리 들으면서 저물어가는 저녁 속에 그만 쓰러지고 말았 다.다음날 송영감이 정신이 들었을 때에는 자기네 뜸막 속에 와 누워 있 었다. 옆에서 작은 몸을 오그리고 훌쩍거리던 애가 아버지가 정신든 것 을 보고 더 크게 흘쩍거리기 시작했다. 송영감이 저도 모르게 애보고 안 죽는다 안 죽는다, 했다. 그러나 송영감은 또 속으로는, 지금 자기 는 죽어가고 있다고 부르짖고 있었다.
이튿날 송영감은 애를 시켜 앵두나무집 할머니를 오게 했다. 앵두나 무집 할머니가 오자 송영감은 애더러 놀러 나가라고 하며 유심히 애의 얼굴을 쳐다보는 것이었다. 마치 애의 얼굴을 잊지 않으려는 듯이.앵두나무집 할머니와 단둘이 되자 송영감은 눈을 감으며 요전에 말 하던 자리에 애를 보낼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앵두나무집 할머니는 된 다고 했다. 얼마나 먼 곳이냐고 했다. 여기서 한 이삼십 리 잘 된다는 대답이었다. 그러면 지금이라도 보낼 수 있냐고 했다. 당장이라도 데 려가기만 하면 된다고 하면서 앵두나무집 할머니는 치마 속에서 지전 몇 장을 꺼내어 그냥 눈을 감고 있는 송영감의 손에 쥐어 주며 아무 때 나 애를 데려 오게 되면 주라고 해서 맡아 두었던 것이라고 했다.송영감이 갑자기 눈을 뜨면서 앵두나무집 할머니에게 돈을 도로 내 주었다. 내제는 아무 소용이 없으니 애 업고 가는 사람에게나 주어 달 라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다시 눈을 감았다. 앵두나무집 할머니는 애 업고 가는 사람 줄 것은 따로 있다고 했다. 송영감은 그래도 그 사람을 주어 애를 잘 업가 저고리 고름으로 눈을 닦으며 밖으로 나갔다 송영감은 눈을 감은 채 가쁜 숨을 죽이고
있었다. 그리고 무슨 일이 있더라도 눈물일랑 홀리지 않으리라 했다.그러나 앵두나무집 할머니가 애를 데리고 와, 저렇게 너의 아버지가 죽었다고 했을 때, 감은 송영감의 눈에서는 절로 눈물이 흘러내림을 어 찌할 수 없었다. 앵두나무집 할머니는 억해 오는 목소리를 겨우 참고.저것 보라고 벌써 눈에서 썩은 물이 나온다고 하고는. 그러지 않아도 앵두나무집 할머니의 손을 잡은 채 더 아버지에게 가까이 갈 생각을 않 는 애의 손을 끌고 그곳을 나왔다.그냥 감은 송영감의 눈에서 다시 썩은 물 같은, 그러나 뜨거운 새 눈 물줄기가 흘러내렸다. 그러는데 어디선가 애의 훌쩍훌쩍 우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눈을 떴다. 아무도 있을 리 없었다. 지어 놓은 독이라 도 한 개 있었으면 좋겠다. 순간 뜸막 속 전체만한 공허가 송영감의 파 리한 가슴을 억눌렀다. 온몸이 오므라들고 차옴을 송영감은 느꼈다.그러는 송영감의 눈앞에 독 가마가 떠올랐다. 그러자 송영감은 그리 로 가리라는 생각이 불현듯 일었다. 거기에만 가면 몸이 녹여지리라.송영감은 기는 걸음으로 뜸막을 나섰다.거지들이 초입에 누워 있다가 지금 기어들어 오는 게 누구라는 것도 알려하지 않고. 구무럭거려 자리를 내주었다. 송영감은 한 옆에 몸을 쓰러뜨렸다. 우선 몸이 녹는 듯해 좋았다. 거기에는 여럿의 몸기운까 지 있어서.송영감은 다시 일어나 기기 시작했다. 가마 안으로. 무언가 지금희 온기로써는 부족이라도 한 듯이. 곧 예사 사람으로는 더 견딜 수 없는 뜨거운 데까지 이르렀다. 그런데도 송영감은 기기를 멈추지 않았다.그렇다고 그냥 덮어놓고 기는 것은 아니었다. 지금 마지막으로 남은 생 명이 발산하는 듯 어둑한 속에서도 이상스레 빛나는 송영감의 눈은 무 엇을 찾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열어젖힌 곁창으로 새어 들어오는 늦가을 맑은 햇빛 속에서 송영감은 기던 걸음을 멈추었다. 자기가 찾던 것이 예 있다는 듯이. 거기에는 이번에 터져나간 송영감 자신의 독조각 들이 흩어져 있었다송영감은 조용히 몸을 일으켜 단정히. 아주 단정히 무릎을 션고 앉았 다. 이떻게 해서 그 자신이 터져나간 자기의 독 대신이라도 하려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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