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마시는'맥주
젊은 시절 한번쯤은 '입 떼지 않고 맥주 1000㏄ 마시기' 같은 호기를 부려본 기억들이 있을 것이다. 밤새도록 수십 병의 맥주를 먹었다는 주당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아무리 주량이 센 사람 이라고 해도 맥주 만큼 물을 마시는 것은 불가능하다. 왜 그럴까.
맥주와 물은 몸에서 흡수되는 소화 메커니즘이 다르기 때문이 다. 식도를 지나 위에 이르는 단계까지는 둘 사이에 차이가 없다. 그러나 이후 물은 위벽에서 거의 흡수가 되지 않는다. 그냥 고여있으면서, 조금씩 십이지장을 거쳐 소장과 대장을 따라 내려간다. 그 과정에서 장벽을 통해서만 흡수가 이루어진다. 마시면 마실수록 배가 부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알콜은 위에서부터 즉각 흡수가 시작된다. 이때 알콜과 더불어 얼마간의 물도 함께 흡수된다. 또 맥주에 포함돼 있는 이산화탄소는 위벽을 자극해 위액 분비를 촉진함으로써 소화작용 을 도와준다. 뿐만 아니라 맥주의 주원료인 홉 성분은 침과 위액, 담즙 분비를 촉진시키며, 아울러 이뇨기능 까지 발휘한다. 정신만 말짱하게 견딜 수 있다면, 화장실을 왔다갔다하면서 그야말로 밤 새 마실 수도 있는 것이다.
♣ 테니스 스코어
테니스 경기에서는 스코어를 매길 때 1, 2, 3, 4라고 하지 않고 15, 30, 40, 게임(game) 이라고 한다. 0도 '제로(zero)'가 아니라 '러브 (love)'라고 부른다. 왜 이런 괴상한 방식을 쓰는 것일까?.
현대 테니스는 125년 전 북웨일스의 윙필드소령이라는 사람이 고안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와 유사한 경기는 중세 유럽에서부터 있었다. 코트테니스 또는 리얼테니스라 불린 옛 테니스 게임이 채택한 스코어링 시스템은 '15, 30, 45, 게임' 방식이었다. 이 때는 세번째 포인트가 40이 아니라 15의 배수인 45였다. 한 포인트를 왜 15점 단위로 매겼는지는 명확지 않으나, 유럽인들의 천문학 선호에서 비롯됐다는 설이 유력하다.
당시 천체를 관측할 때 쓰던 기구에 다리가 60도까지 벌어지는 콤파스(육분의)가 있었는데, 유럽인들은 이 6분의1 원의 개념을 테니스 경기에 적용했다. 한 경기를 6세트로 정함으로써, '60도 짜리 조각 6개를 맞추어 온전한 360도 원을 만드는 사람이 곧 승리자' 라는 논리를 만들었다. 각 세트는 다시 4게임으로 구성돼 있었으므로, 60 도 짜리 한 세트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15 도 짜리 조각 4개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후 언제부터인가 세번째 포인트인 45가 40으로 바뀌었는데, 이는 순전히 발음상의 편의 때문이었다. 심판이 스코어를 소리쳐 선언할 때 "45(fortyfive)"는 아무래도 불편하고 다른 숫자와 헷갈릴 우려도 있었다."45 대 30 (fortyfive-thirty)"와 "40 대 30(forty-thirty)"를 소리내 발음해보면 그 차이를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0을 "러브"라고 부르는 것은 '달걀'을 뜻하는 프랑스어 l'oeuf(뢰프) 에서 온 것으로 추측된다.
♣ 달리는 차에서 책읽기
달리는 차에서 책을 읽으면 왜 기분이 나빠질까. 이는 차멀미의 일종으로, 몸의 감각기관에 혼란이 일어나 생기는 현상이다. 우리가 서있거나 걸을 때 몸의 중심을 잡을 수 있는 것은 신체의 평형감각 기관들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평형감각의 3요소는 눈(시각), 세반고리관, 그리고 이석이다. 세반고리관과 이석은 모두 귀의 내부에 있는 기관들로, 몸이 앞뒤로 움직이거나 회전할 때 그 느낌을 뇌에 전달해주는 역할을 한다. 여기에 눈에서 들어오는 시각 정보가 결합돼 평형을 유지하게 되는 것이다.
차에 탔을 때도 마찬가지. 차가 속도를 내거나 위아래로 진동할 때, 또는 커브를 돌 때 귓속 평형기관들은 이에 대한 반응을 뇌에 보낸다.
동시에 눈은 주변 정경의 움직임을 포착해 뇌로 보내준다. 이 정 보와 귓속 평형기관들의 반응이 일치해야 우리는 몸의 균형을 잡을 수 있다. 그런데 책을 읽느라고 눈이 한 곳을 응시하고 있으면 평형감각 의 3요소 가운데 시각정보가 누락되게 된다. 자연히 뇌에서는 이들 정보를 취합하는 시스템에 혼란이 생겨, 메스꺼움이나 불쾌감 같은 부작용이 일어나는 것이다.
♣ `하얀'담배연기?
재떨이에 놓아둔 담배, 즉 생담배가 타면서 나오는 연기는 색깔이 파란데, 깊이 들이마셨다 다시 내뱉는 연기는 하얗다. 대부분의 애연가들은 이를 보고 담배의 독한 성분을 폐가 다 빨아들였기 때문이라며 자책한다. 실제로 그럴까.
재떨이에서 혼자 타고 있는 담뱃잎에서 나오는 연기는 크기가 매우 작은 탄소성분의 미립자들이다. 이 미립자들은 지름이 빛의 파장과 엇비슷할 만큼 작다. 이런 미립자들을 빛이 통과할 때에는 가시광선의 7가지 색 가운데 파장이 짧은 청색계통 빛이 가장 강하게 산란된다. 그 때문에 우리 눈에 파란 빛으로 보이는 것이다. 공기 분자나 미세한 먼지밖에 없는 맑은 날 하늘이 파랗게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그러나 이 연기를 빨아들이면 몸 속의 수증기가 연기 미립자를 핵으로 삼아 뭉침으로써 아주 작은 물방울을 형성하게 된다. 입 밖으로 나온 이 입자들의 크기는 빛의 파장보다 조금 더 큰 정도. 그렇게 되면 청색광뿐 아니라 모든 파장의 빛이 작은 물방울들에 이리 저리 부딪히면서 반사돼 결과적으로 하얀 색으로 보이는 것이다. 하늘의 구름이 하얀 것과 같은 원리다.
물론, 담배연기의 광학적 메커니즘이 이렇다고 해서 흡연의 위험까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니코틴이나 타르 같은 유해성분들이 몸에 흡수돼 마약과 다름없는 중독성과 폐암유발 등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