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2-04 오전 7:50:39 Hit. 3016
▲「스위스 은행」이란?
예금주의 신분을 철저히 감춰주어 「검은 돈의 은 신처」라고 일컫는 「스위스 은행」은 특정 은행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 고객 비밀을 지킬 것을 규정한 스위스 은행법에 따르는 스위스 국내 모든 은행을 통상적으로 「스위스 은행」이라 한다. 외국 은행의 스위스 지점 역시 해당된다.
스위스 3大 은행인 「스위스 유니온 뱅크(SUB)」,「스위스 은행(SBC)」,「 크레딧 스위스(CS)」는 일반 은행업무도 담당하고 있지만, 대규모 은행인 만큼 비밀예금의 액수 또한 크다. 「스위스 유니온 뱅크(SUB)」와 「스위스 은행(SBC)」은 1998년 합병, 프라이빗 뱅킹(개인 고객관리 업무) 부문 세 계 1위로 올라섰다.
스위스 은행들 중 거액의 개인비밀예금을 주로 취급하는 은행 120여 개는 취리히 역 주변 반 호프街 뒤편과 제네바 레만湖 주변에 모여 있다. 「BANK」라는 간판조차 없는 곳도 많으며, 행원수 100명 가량에 은행건물들도 크 지 않은 2, 3층짜리 규모가 대부분이다.
1999년 기준으로 스위스 은행은 400여 개에 달하며, 2조 달러가 넘는 자금 을 관리하고 있다.
▲「비밀계좌」란?
통상 스위스 은행의 비밀계좌는 최소 10만 스위스 프랑 이상의 고액 예금주들을 위한 번호계좌를 말한다. 예금주의 이름 없이 숫 자와 문자가 조합된 계좌번호(예를 들어, 571 260 SQ8)만으로 이루어진 계 좌다. 입·출금, 거래명세서 작성 등 모든 거래에 이 계좌번호를 이름 대신 사용, 은행원이 전표를 분실했을 경우에도 예금주가 드러나는 일이 없다. 은행직원들도 이 계좌번호만으로는 예금주의 신원을 알 수 없고, 극소수의 은행간부만 신원을 확인할 수 있다. 실수로 번호를 잘못 기재하고 송금하 면 남의 계좌로 들어가 영영 찾을 수 없는 경우도 생긴다. 비밀계좌는 당좌 계정으로, 유동성 예금이기 때문에 이자가 붙지 않는다. 1980년 이전까지 는 예금자가 보관료를 무는 형태로 운영되기도 하였다.
▲비밀계좌 어떻게 만들고, 이용하나?
「스위스 은행 계좌」를 만들기 위 해 반드시 스위스로 갈 필요는 없다. 충분한 재력을 인정받으면 스위스 은 행 직원이 직접 예금자가 사는 곳으로 찾아오기도 한다. 계좌를 개설하기 위해서는 신분증을 제시해야 하는데 외국인은 여권으로 대체 가능하다. 개 인뿐만 아니라 법인도 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 은행은 고객의사와 관계없이 일방적으로 비밀계좌 개설을 거부할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 강제해약도 가능하다. 이 경우에도 비밀은 철저히 보장한다. 최근에는 계좌개설 절차가 까다로워져서, 번호계좌를 열려면 반드시 본인이 신원증명을 하고, 왜 번 호계좌를 만드는지 합법적인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인출은 예탁 有價증권이 담보로 설정되어 있지 않는 한 언제든지 가능하다 . 다만 인출하기 6週 전에 미리 신청을 해야 한다. 계좌번호를 알아내 돈을 인출하려 해도 예탁자 본인 또는 변호사 등의 법적 대리인이 아니면 돈을 내주지 않는다. 하지만, 예금주가 갑자기 사망할 경우에는 자녀 등 상속권 자가 비밀번호를 모르더라도 「스위스 OO은행에 예금이 있다」는 부모의 편 지 등 증명 가능 문건만 있으면 인출이 가능하다.
▲스위스 비밀계좌 언제, 왜 생겼나?
1870년 獨佛(독·불) 전쟁 당시 일반 서민들이 戰禍(전화)에 휩쓸려 재산을 잃는 것을 막기 위해 「박해받는 약 자의 재산을 중립국 스위스가 지켜주겠다」는 취지로 스위스 은행이 이들에 게 비밀계좌를 열어주었다. 그러나 스위스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은 아니다. 1934년 나치의 탄압을 피해 유태인들이 부동산을 처분, 안전한 스 위스 은행에 예치하기 시작하자, 유태인을 돕고 실속을 차리자는 생각에서 스위스 정부가 은행법을 전면 개정, 「스위스 비밀계좌」가 공식적으로 인 정되었다.
▲스위스 은행 계좌 누가 갖고 있나?
각국에 혁명이 일어나고 독재자가 쫓 겨날 때마다 스위스 은행이 거론된다. 자이레(現 콩고민주공화국)의 모부투 가 70억 달러, 파나마 노리에가가 3억 달러를, 루마니아의 차우셰스쿠가 4 억 달러어치의 금괴를 스위스 은행에 예치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근에는 베네수엘라의 페레스 前 대통령 700만 달러, 보리스 옐친의 측근 250억 달러, 콜 前 독일총리 시절의 기민당(CDU) 정치자금 1920만 마르크 가 예치되어 있는 것으로 보도되었다. 또한, 아바차 前 나이지리아 대통령 6억6000만 달러, 베나지르 부토 前 파키스탄 총리 17개 계좌(800만~2000만 달러로 추정), 밀로셰비치 유고 대통령 100개 계좌(약 1억 스위스 프랑)가 각국 정부 요청에 의해 동결조치된 바 있다.
정치인들 외에 범죄자들의 돈도 스위스로 숨어든다. 1995년 스위스 정부 보 고서에 따르면, 최근에는 러시아 마피아 자금이 특히 많이 몰리고 있다고 한다.
▲검은 돈 왜 스위스로 몰리나?
영세 중립국이라는 지위, 정치적 안정, 스 위스 프랑의 강세, 오랜 금융산업의 노하우, 예금이자에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점 등을 꼽을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철저한 비밀 보장과 자금의 출 처를 묻지 않는다는 것이 독재자와 범죄자의 돈이 스위스로 몰리는 이유이다. 1982년 스위스 은행원 체포사건은 스위스 은행의 고객 지키기가 얼마나 철 저한지 보여준다. 당시 로마에서 해외예금 유치활동중이던 스위스 은행원 2명을 체포한 이탈리아 검찰은 비밀계좌 예금주의 신원을 공개하면 면죄부 를 주기로 이들과 교섭하였다. 2명 중 한 명은 고객의 신원을 발설하고 방 면되었고, 나머지 한 명은 끝내 비밀을 지켜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방 면된 직원은 고객의 비밀을 절대 발설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스위스 은행법 에 의해 기소돼, 5만 스위스 프랑의 벌금형을 받았고, 이탈리아에서 복역 후 귀국한 직원은 영웅대접과 함께 은행으로부터 감옥생활에 대한 위자료 명목으로 거액의 보상금을 받았다.
▲스위스 은행법은 변화 없나?
「검은 돈의 천국」이라는 국제적인 비난이 거세어지면서 스위스의 철저한 고객 신분보장 정책도 변화를 겪었다. 1977년 스위스 은행협회가 고객의 신원 파악, 범죄 자금 유치 금지, 도피· 탈세 자금 유치 금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주의준수에 관한 협정」을 체결 하여 이를 위반할 때는 은행감독당국이 1000만 스위스 프랑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기로 하였으나, 강제성이 약하였다.
1982년 10월에는 금융규약을 개정하여 비밀계좌 개설 전에 예금주의 신원을 확인하고, 50만 스위스 프랑 이상의 예금 거래에는 사전에 신원조사를 받 도록 하였다.
1983년 7월에는 야당인 스위스 사회민주당이 탈세나 외환관리법 위반 사범 을 추적하는 각 세무당국이 은행기록을 열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 의 은행법 개정안을 제출하였다. 10만명의 지지서명을 받아 1984년 5월20일 국민투표가 실시되었다. 그러나 검은 돈들이 일시에 인출되어 스위스 은행 이 도산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찬성률 27%로 부결되었다. 1989년 1월, 당시 사법 경찰장관이자 스위스 최초의 여성대통령 후보로 지 목되던 엘리자베스 콥이 돈세탁에 얽혀 각료를 사임하는 일이 있었다. 이 사건이 스위스 전체에 충격을 주어, 이후의 법률 개정에 영향을 끼쳤다. 1990년 7월, 범죄행위를 통해 번 돈임을 알면서 예금으로 받아들인 자는 최 고 징역 5년 및 100만 스위스 프랑의 벌금에 처한다는 돈세탁 규제법안이 나왔으며, 1991년 10월에는 대리인의 계좌개설을 허용하는 「B형 계좌제」 를 폐지, 형식상으로는 완전한 실명제를 마련하였다.
1993년에는 법원이 범죄행위로 판정하면 예금자의 신원과 자금의 성격을 공 개하도록 하였다.
1996년에는 사기, 마약거래 등의 범죄와 관련된 경우 은행 거래비밀을 공개 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제정되었다.
1998년 4월1일 돈세탁 방지법이 제정되어 돈세탁과 관계가 있다는 근거가 있는 자금에 대해서는 은행들이 해당 금융거래 내용을 당국에 반드시 신고 하고, 의심 가는 돈의 입출금을 5일 동안 즉각적으로 동결하도록 규정하였다.
▲검은 돈을 정부가 찾으려면?
해당국 정부가 스위스에 사법공조 요청을 신 청하면, 스위스 연방경찰청이 스위스 연방법 등에 규정된 형식요건을 갖추 었는지 검토한 뒤 해당 州정부로 이첩한다. 형식 요건 심사가 까다롭지 않 아서 사법공조 요청 대부분이 해당 州정부로 이첩된다. 州정부가 은행계좌 동결, 압수, 반환 등의 결정을 내린다고 해도, 예금주 등이 5∼10일 내에 서면으로 불복 소송을 제기할 수 있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처리되는 경 우는 매우 드물다. 관련 은행이나 기업도 항소가 가능하다.
외국의 고위 공직자 범법행위와 관련된 사법공조 요청을 처리하는 연방경찰 청이 직접 맡게 되면, 기간이 크게 단축된다. 그러나 스위스 정부는 형사 사법공조에 관한 유럽협약(ECMA) 제 2조 등을 근거로 정치적 범죄 및 이와 관련된 행위는 사법공조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으로 처리하고 있다. 따라 서 정치 비자금일 경우에 뇌물로 판단하느냐, 스위스에서도 인정되고 있는 정치자금으로 보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스위스 은행에서 반환된 돈 있나?
에티오피아 셀라시에 前 황제가 예탁한 수천㎏ 상당의 금괴(당시 시가 60억 달러 상당으로 이디오피아 1년 예산 규모) 반환을 이디오피아 군부가 요구했으나, 부정한 돈이라고 하더라도 본 인 이외에는 누구에게도 지불할 수 없다며 스위스 은행은 거절했었다. 그러 나 철옹성이라던 스위스 은행도 최근에는 극히 적은 사례지만 각국 정부에 계좌예치액을 반환하고 있다.
1993년 11월 미국의 마약업자 뉴턴이 스위스 은행에 예치한 2200만 달러를 미국 정부가 요청한 지 5년 만에, 미국과 스위스 양국 정부가 半分(반분) 하기로 하였다. 스위스가 처음으로 검은 돈 반환을 수락한 것이다. 1997년 9월에는 아프리카 말리공화국의 독재자 트라오레가 스위스 비밀계좌 에 예치한 390만 달러를 말리공화국에 반환했다. 사법적 협력이라는 취지에 입각해 반환 조치가 이루어진 것은 이것이 최초이다. 1998년 7월에는 마르 코스 前 필리핀 대통령의 예치액 5억7000만 달러를 필리핀 정부에 반환하였다.
▲스위스 비밀주의 없어지나?
마르코스 前 대통령의 예금반환으로 인도네시 아 정부의 수하르토 前 대통령 계좌 요청, 콩고민주공화국(舊자이레)의 모 부투 前 대통령 계좌 요청 등이 줄을 잇고 있다. 그러나 연평균 2500건에 달하는 각국의 스위스 계좌 확인 요청이 그렇게 쉽게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 최근 칼라 델 폰테 스위스 연방 수석검사를 필두로 한, 스위스의 自淨(자정 ) 움직임이 살리나스 前 멕시코 대통령 친척 체포·인도, 베를루스코니 前 이탈리아 총리 불법자금 수사, 러시아 마피아 수사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스위스 은행연합회가 올해 8월 비밀보호법을 고수할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도 알 수 있듯이, 스위스 은행의 「비밀주의 원칙」에 근본적인 변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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