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빈소에 올렸던 밥을 먹으면 담력이 세어진다는 말을 들었던 게 생각난다.
빈소에 올렸던, 찬 물에 말은 식은 밥을 아무도 먹기 싫어해서 짜낸 옛 어른들의 지혜라고 후에 짐작했지만, 순수하기만 했던 어린 그 시절엔 그 말을 믿었고, 꼭 그래서는 아니지만 별로 싫지도 않아서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빈소에 있던 밥은 언제나 내 차지였다.
근데, 그래서 그랬나.......
그 후에도..... 당시에는 푸세식(?)이었던 서울 변두리 어느 집......
집 뒤 집벽과 담장 사이 1m가 될까말까한 좁은 통로 한가운데 홀로 있던 재래식 화장실.....
밤이면 전등도 없고 달빛조차 새어들지 않아 촛불이라도 켜거나 발로 더듬어 찾아 자리잡고 앉아야 했던 어두운 밀실(?)........... 작은 언니의 말로는 한밤중의 화장실에선 흔들리는 촛불이 더 무섭댄다.
아무튼, 언니도 동생도 한밤중에 그곳에 가려면 꼭 누구든 깨워 함께 가줘야만 하는 그 시간 새벽 2~3시 사이에 난 왜 꼭 자다 말고 일어나 화장실에 가야만 했었는지....... 것두 큰 볼일 때문에......
근데 정말 그랬다 캄캄한 화장실에 앉아 있으면 누군가 뒤에서 지켜보고 있는 것 같은 써늘하고 섬뜩한 느낌....
근데 하필 매일 그시간이면 거기에 가야 하는 나....
해서 일 다 보고 화장실을 나서면 누군가 거기 있는 것 같은 느낌에 문을 닫다 말고 다시 열어서 컴컴한 곳을 확실히 들여다 보고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문을 닫고 잠자리로 향했다.
왜냐구? 필시 다음날도 그 시각에 거길 가야될 테니까......
직접 내 눈으로 확인하지 않으면 정말 무서워져서 다시는 혼자 거기 못갈테니까.....
그리고 몇 년 뒤 누가 이런 말을 했다
한밤중 화장실에 앉아 있는데 누가 뒤에 있는 것 같아서
돌아보니 아무도 없고
잠시 후 다시 돌아보니 아무도 없고
또 잠시 후 다시 돌아보니
뒤에서
'뭘봐!' 하더라나
한밤중 산길을 가다가 귀신을 만났단 이야기에도 끄떡 없던 내게
새벽 2시에 캄캄한 화장실에 앉아 있어도 침착하게 볼일 다 보고 나서 나와서는 다시 안을 들여다보고 문닫고 방으로 가던 내게 그 당시 그 얘긴 내가 들은 얘기 중 가장 공포스러운 이야기였다.
왜냐~
그 얘기 듣고 나선 한참 동안을 대낮같이 환히 불켜진 화장실에도 혼자 가기 껄끄러웠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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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