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나 아이나 거의 모두 무서워하면서도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건 왜일까. 잠재의식 속에 스며있는 모험심... 그래서 스릴을 즐기려 하기 때문일까.
아들이 초등학생일 때의 이야기이다.
이 녀석도 역시나 마찬가지로 무서운 이야기는 좋아하면서도 엄청나게 무서움을 탄다. 그 당시에 TV에서는 전설의 고향이던가, 아무튼 공포영화를 보여줬는데, 그걸 꼭 봐야겠다며 이불을 뒤집어쓰고 두 눈만 빼꼼 내놓고 TV 앞에 앉아 본다. 그것도 엄마가 뒤에서 '왁!' 하고 놀래킬까봐 엄마 손길에의 사정거리를 적당히 두고 방 중간쯤 앉아서 덜덜 떨며 잔뜩 긴장해서 시청을 한다.......
그러고 앉아 있는 아들을 뒤에서 보노라면 절로 웃음이 나오는데, 한편으로는 걱정이 된다. 저렇게 겁이 많아서 어따 쓰나.... 누가 부전자전이라 하지 않을까봐!?.......
그런데 마침 그때 TV에서는 산발한 귀신의 처량한 곡소리가 들려온다.
'으흐흐흐흐흐흐흐흑~' '으으으으 흐흐흐흐흐흐흑흑'
이때다 싶어 큰 소리로 한 마디 했다.
'어 그년 참 시끄럽게도 우네!'
'와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아들의 웃음소리였다. 내 말에 아들은 갑자기 긴장이 확 풀리면서 공포가 사라져버린 듯, 이불을 확 제끼고 편안한 자세로 우하하 킬킬거리면서 시청을 계속한다. 그렇게 그 영화는 순간 코메디가 되어버렸다.
부평에 살 때의 일이다.
총 13층짜리 아파트의 가운데인 7층에 살았는데, 좀 오래되어 낡은 아파트였으므로 엘리베이터가 오르내릴 때마다 삐걱삐걱하는 소리까지 난다. 그리고 마치, ‘에드가 앨런 포우’의 소설 '어셔가의 붕괴'에서 나오는 어셔가의 느낌을 닮은, 온 건물이 잔뜩 습기를 머금은 것처럼 눅눅하고 음습한 기운이 감도는 것을 늘 느끼곤 했다. 그래선지 집에 오래 있거나 자고 일어나면 온 몸이 편치 않거나 늘 머리가 아팠다.
그러던 어느날이던가
외출했다 늦어져서 자정이 조금 넘은 시각에 아파트 1층 승강구 앞에 서서 맨 윗층에 있는 승강기가 내려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분명 13층에 멈춰져 있는 승강기가 내가 버튼을 누르자 움직였는데, 삐걱소리를 내며 2층까지 내려오더니 1층에 서서 기다리고 있는 나를 놀리기라도 하는 듯 다시 위로 올라가는 것이다.
'오잉? 이런 일이.... '
(누군가 2층에서 0.00001초를 나보다 먼저 누른 건가? 아무런 인기척도 없이?)
그런데 그 승강기는 13층까지 다시 올라갔다가 아무일 없는 듯 다시 아무도 타지 않은 채로 그제서야 1층까지 내려오는 게 아닌가.
근데 그보다 더 이상한 일이 또 일어났다.
이틀 뒤에도 역시 늦어 자정이 조금 늦은 시각 승강기에 탑승했는데, 이 승강기 문이 열렸다 닫혔다 하면서 도무지 위로는 올라갈 생각을 하지 않는 게 아닌가.
낮에도 한 번 이런 일이 있었지만, 그땐 출발할 때까지 문닫힘버튼을 누르고 있으면 문을 닫고 출발했으므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는데..........
그날은 도무지 그 방법도 통하지가 않는 것이다.
별 수 없이 계속 닫힘버튼을 누르고 서 있었는데, 문은 여전히 열렸다 닫혔다만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기분이 묘해지고 있었다. 뭐지????........
그때 한 사람이 헐레벌떡 뛰어온다. 그가 버튼을 눌렀지만 여전히 다시 문은 닫히더니 나 또한 닫힘버튼을 누르고 있었음에도 문이 또 다시 열린다. 그는 내가 열어준 것인 줄로 알고 내게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그리고는......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그가 타자말자 승강기는 문을 닫더니 위로 오르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거참, 이거야 원....... '
마치 무엇엔가 홀린 듯했다.
정말 그 엘리베이터....... 왜 그랬을까........
아무튼,
그 아파트를 벗어나 이사한 새 아파트는 상대적으로 매우 건조하여 상쾌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선지 늘 찌뿌뜨한 느낌은 어느새 사라져버리고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