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5-01 오전 8:03:25 Hit. 2002
퇴근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 갑자기 세차게 비가 내린다. 이사 온 지 얼마 안 되고, 혼자 자취하는 터라, 우산을 가지고 마중 나올 사람도 없다. 우산을 가지고 올 남자친구 역시 없다. 아마도 회사 옆 편의점에 우산을 놓고 온 것 같다. 중간에 비가 그쳤을 때였을 거다. 집까지 그저 수 백 미터. 조금만 달리면 된다. 도중에 나와 같은 사람들과 마주 친다. 나처럼 우산을 잃어버렸을 것이다. 가방을 머리에 올리고는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달려간다. 체구에는 어울리지 않는 작은 우산을 쓰고 가는 사람도 있다. 하기야 어떻하든 나 보다는 나을 것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 집에 가까스로 도착했다. 열쇠로 문을 열어……. 어라, 열려 있다. 문이……. 현관에는 물기가 아직 남아있는 우산이 넘어져 있다. 우산 옆에는 작은 종이가 떨어져 있다. 거기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우산 잘 썼습니다."
불량게시글신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