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1-26 오후 1:39:05 Hit. 2925
동네 여기저기에 PC방이 생길 즈음, 당시 대세였던 스타크래프트를 마다하고 마우스 클릭으로 캐릭터를 움직이며 즐거워하던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다. 필자는 당시 MMORPG를 접하진 않았지만 `바람의 나라`나 리니지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 게임은 생판 처음 보는 게임이었다. 게다가 전부 영어. 헌데 게임은 참 재미있게 보였었다. 캐릭터가 싸움도 하고, 땅도 파고, 요리도 하고, 낚시도 하고……그것이 내가 기억하는 `울티마 온라인`과의 첫 만남이다.
그리고 `에버퀘스트`, `다크에이지 오브 카멜롯`……비단 필자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MMORPG를 즐겼던 유저들이라면 그 이름을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게임들은 MMORPG가 활성화되었던 시기에 국내에서 서비스되었고, 국내 MMORPG에서는 접하지 못했던, 당시로서는 새로운 시스템과 컨텐츠들로 소수 매니아의 사랑을 받은 게임들이기도 하다. `울티마 온라인`부터부터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까지 새로움과 동시에 낮설음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던 해외 MMORPG들의 변화 과정을 살펴보자.
1세대 게임-MMORPG의 태동
MMORPG에서 1세대 게임이 가지는 의미는 여타의 게임성의 발전 보다는 온라인 환경을 기반으로 한 RPG세계의 구현이라는 기술적인 부분에 더 무게가 실린다.
MMORPG 이전에는 머드(MUD, Multi-User Dungeon 다중접속 사용자 던전)게임과 머그(MUG, Multi-User Graphic)게임이 있었다. 머드게임은 텍스트로 모든 상황이 표현되었고, 키보드로 명령어를 입력하여 플레이하는 방식이라 Multi-User Dialogue(다중접속 사용자 대화)라고 불리우기도 한다. 머드게임은 PC통신을 기반으로 서비스 되어 인기를 누렸다.
머드에서 발전된 형태인 머그게임은 일부 그래픽이 첨가됐고, 이후 네트워크 기술과 인터넷의 발전으로 명령어 조작을 벗어 던지면서 우리가 아는 MMORPG(Massively Multi-play Online Role Playing Game-다중접속 역할수행 게임)의 기틀이 형성되었다.
▲머드게임은 MMORPG의 0세대라고 볼 수 있다.
▲머드게임에서 쓰였던 명령어 입력방식은 이후에 등장한 MMORPG의 채팅창에서 사용되는 각종 명령어에 그 뿌리가 남아있다.
▲ 국내에서 `울티마 온라인`과 함께 세계 최초의 MMORPG를 거론할 때 어김없이 등장하는 `바람의 나라`. 상용화 시기는 `바람의 나라`가 조금 더 앞서지만 기존 머그게임의 구조에 더 가까운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내가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리라-`울티마 온라인`
1997년, 해외 MMORPG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울티마 온라인`(이하 `울온`)이 서비스됐다. PC 패키지 게임인 울티마 시리즈에서 이어져 내려오던 방대한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개발된 MMORPG다. 상용화를 시작한 지 10년 정도 된 고령게임이지만 출시되었던 MMORPG중 가장 높은 자유도를 가지고 있어 ‘최초’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달지 않아도 이미 그 자체로도 완성도 높은 수작이라고 할 수 있다.
▲오래 된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현존하는 MMORPG중 가장 높은 자유도를 가지고 있으며, 이번에 9번째 확장팩 ‘지옥의 심연’이 서비스된다.
높은 자유도
`울온`의 높은 자유도는 캐릭터의 육성부분과 행동 면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캐릭터 육성 면에서는 단순한 레벨업의 성장이 아니라 다양한 스킬을 숙련시켜 성장하는 방식으로 자유도를 부여하였다. 또한 캐릭터의 행동에도 제한을 두지 않아 일반 사회에서의 범죄로 치부될 수 있는 행위인 도둑질, 살해(PK-Player killing, 플레이어 살해 등)도 허용되었다.
이러한 높은 자유도는 많은 온라인게임에 영향을 주었다. 이후 등장하는 MMORPG에서는 범죄적인 자유도의 상징인 PK가 플레이어간 전투인 PvP(Player vs. Player)와 플레이어 집단 간의 전투인 RvR(Realm vs. Realm)로 발전하게 된다.
▲`울온`의 스킬은 전투와 생산, 기타 등등의 종류를 다 합치면 약 50가지가 된다.
▲꼭 전투를 하지 않아도 생산직으로도 먹고 살 수 있다는 점은 당시 신선한 충격이었다.
▲PK에 대한 요소들은 국내 게임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리니지`의 경우 플레이어 캐릭터가 사망할 경우 일정 확률로 해당 플레이어의 장비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었기 때문에 한 때 수많은 PK가 자행되었었다.
리얼리티를 기반으로 한 자유도는 양날의 검
기존의 오프라인 환경의 RPG는 엔딩이 존재했지만, MMORPG인 `울온`은 엔딩이 존재하지 않는 게임이다. 엔딩이 없는 게임은 지루해질 수 있다. `울온`에서는 높은 자유도로 많은 할 것을 주었다. 하지만 너무나 높은 자유도 때문에 뭘 할지 몰라하는 초보 유저들, 흥미를 못느끼고 포기해버리는 유저들도 많이 있었다. 유저들이 처음부터 게임에 대해 겁을 먹는 현상이 발생했다.
2세대 게임에서는 이러한 높은 자유도에서 생겨나오는 맹점을 보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국내 게임 중에는 마비노기가 `울온`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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