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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곡의 죽음과 임진왜란 [펌]
PoPKoR
2007-01-20 오후 4:14:05 Hit. 3541
송구봉에게 나라 일을 맡기려던 뜻은 물거품이 되자, 율곡은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습니다.
"앞으로 이 나라를 어찌한단 말인가?"
그러자 구봉이 말했습니다.
"이게 다 하늘의 운수인 걸 어쩌겠는가. 자네라도 나서서 힘쓰도록 하게나."
"물론 최선을 다하겠지만 혼자 힘으로 될 일이 아니라서…. 게다가 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네."
"큰일은 큰일이로군."
이율곡은 그 뒤에도 틈만 나면 임금에게 왜적의 침입에 대비해야 한다고 아뢰었습니다. 십만 명의 병사를 길러야 한다는 '십만양병설'을 열성을 다해서 외쳤지요. 그렇지만 그의 주장은 신하들의 당파 싸움에 밀려 끝내 실현되지 못했어요.
어느 날 이율곡은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는 말을 남긴 채 저세상으로 떠나고 말았어요. 율곡이 죽자 송구봉은 하늘을 향해 꺼이꺼이 통곡하고 나서 살던 집을 떠나 어디론가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나서 몇 년 후 일본은 수십만의 군사를 이끌고 조선 땅을 침략했습니다. 임진왜란의 시작이었지요. 임금과 신하들은 그제서야 이율곡과 송구봉의 말을 듣지 않은 걸 후회했지만, 엎질러진 물을 주워담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조선땅에 들어온 왜군은 조선의 인재들을 잡아죽이려고 눈이 벌갰어요. 그들은 송구봉이 제갈공명만큼이나 뛰어난 인물이라는 사실을 알고서 구봉을 잡으려고 눈에 불을 켰습니다. 구봉이 나라 일을 맡으면 큰일이기 때문이었지요.
왜장은 칼을 잘 부리는 자객들을 모아놓고 조선 땅을 샅샅이 뒤져서라도 송구봉을 찾아 없애라고 명령했어요. 명을 받은 자객들이 사방으로 흩어졌지요.
그때 구봉은 금강산 깊은 산중에 들어가 있었습니다. 소를 타고 산을 오르내리는 게 일이었지요. 그날도 시름에 잠겨 산을 내려오는데, 갑자기 양손에 칼을 든 사람 둘이 길을 가로막았습니다. 왜장이 보낸 칼잡이였어요.
칼잡이들은 한꺼번에 몸을 날리며 구봉에게로 달려들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들에게 당할 송구봉이 아니었지요. 재빨리 칼을 피하는가 싶더니 어느새 양손으로 두 칼잡이의 가슴을 잡아서 멀리 내던졌어요. 칼잡이들은 저만큼 나가떨어져 버렸습니다.
왜적은 송구봉을 없애는 데 실패했지만, 염려했던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전쟁이 다 끝나도록 구봉에게는 나라 일이 맡겨지지 않았지요. 김덕령 같은 영웅을 역적으로 몰아 죽인 조정에서 송구봉을 불러들일 리 있겠어요.
그러는 사이에 이 나라는 왜적에게 짓밟혀서 온통 쑥밭이 되고 말았어요. 백성들이 스스로 의병이 되어 왜적과 맞섰지만,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었습니다. 수많은 사람이 죽고 다쳤지요. 그러기를 장장 7년, 거북선을 거느린 이순신 장군의 눈부신 활약에 힘입어서 비로소 왜적을 몰아낼 수 있었습니다.
혼쭐난 이여송
임진왜란이 한창일 때, 조선 땅에는 이여송이 이끄는 명나라 구원병이 들어왔습니다. 명나라 군사는 왜군과 맞서 싸우기도 했지만, 나쁜 짓도 많이 했어요. 힘없는 백성들의 재물을 빼앗고 부녀자를 잡아가기도 했지요.
왜란이 끝나갈 무렵, 명나라 장수 이여송은 아주 음흉한 계략을 품고 있었어요. 조선의 수려한 강산과 기름진 땅을 보고는 이번 기회에 조선 땅을 차지해 버려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지요.
마침내 전쟁이 끝나자, 조정에서는 이여송과 명나라 군대를 위해 평양에서 큰 잔치를 베풀었어요. 이여송은 높은 자리에 앉아 거드름을 피우며 조선의 신하들이 따라주는 술을 들이켰어요. 그러면서 속으로 한껏 그들을 비웃었습니다.
'어리석은 놈들. 이제 곧 내가 이 나라의 주인이 될 것이다!'
그때였어요. 술판이 질펀하게 펼쳐지고 있는 마당 한가운데로 웬 소년이 소를 탄 채 성큼성큼 들어왔어요. 소년은 눈이 휘둥그래진 군사들을 아랑곳하지도 않고 대청마루를 향하여 카랑카랑하게 말했습니다.
"우리 스승께서 보고자 하시니 이여송 장군은 속히 나를 따라오시오!"
그 말과 함께 소년은 유유히 돌아서서 문 밖으로 나섰어요. 명나라 군사들 사이에 한바탕 소란이 일었지요. 대청마루에 있던 조정 신하들은 하도 기가 막혀 실실 헛웃음을 흘렸습니다.
"허허, 맹랑한 놈이로고. 이거 재미있는 놀잇감이 생겼군. 내가 한손으로 잡아서 구경거리로 만들어 주지."
그 말과 함께 이여송은 훌쩍 말에 올라 소년의 뒤를 쫓기 시작했어요. 수백명의 호위병이 그 뒤를 따랐지요.
이여송은 한달음에 소년을 잡으려고 채찍을 휘둘렀어요. 말은 비호처럼 달려나갔지요.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일까요? 분명히 소년이 탄 소가 천천히 걷고 있는데도 잡힐 듯 잡힐 듯 영 잡히지를 않는 것이었어요. 이제 따라잡았다 싶으면 또 몇 발자국 앞에 나가 있었지요.
그 이상한 경주는 한나절이나 계속됐어요. 수백리 길이 훌쩍 지나갔지요. 소년은 수려한 산 속으로 한참을 들어가 다 쓰러져 가는 초가집에 이르러서야 소를 멈췄어요. 명나라 군사들이 집을 에워쌌습니다.
소년은 방을 향하여 말했어요.
"스승님, 이여송 장군을 모셔 왔습니다."
그러자 방문은 열리지 않고 말소리만 들려왔어요.
"수고했다. 방으로 모시거라."
소년은 막 말에서 내려 숨을 헐떡이고 있는 이여송에게 짧게 말했어요.
"들어가시지요."
이여송은 자신도 모르는 힘에 이끌려 방으로 들어섰습니다. 세 사람이 들어앉으면 꽉 찰 것 같은 비좁은 방이었어요.
방안에는 한 노인이 앉아있다가 나직하고 위엄 있는 소리로 이여송을 맞이했습니다.
"누추한 곳까지 오시느라 수고하셨소. 거기 앉으시오."
노인은 밖에 있는 소년에게 다른 군사들을 모두 방으로 들이라고 말했어요. 그 좁은 방에 수백명의 군사를 들이다니, 어림도 없는 일이었지요. 그렇지만, 신기하게도 한 사람이 들어와 앉으면 그 옆에 새로 자리가 생겨났어요. 그렇게 해서 수백명 군사가 모두 방안에 들어와 앉았습니다.
"자, 그 동안 조선을 위해 싸우느라 수고했소이다. 한잔씩 드시구려."
노인은 옆에 놓여 있던 술병을 들어 이여송의 잔을 채웠습니다. 그리고 나서 술을 한 잔씩 돌리는데, 아무리 따라도 술은 줄지를 않았어요. 이여송과 군사들은 하도 신기해서 눈알만 이리저리 굴릴 뿐이었지요.
술이 다 돌고 나자 노인이 묵직하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이제 전쟁이 끝났으니, 딴마음일랑 먹지 말고 그대들 나라로 돌아가시오."
그 말과 함께 노인은 매서운 눈초리로 이여송을 쏘아보았습니다. 노인의 눈에서는 번개와도 같고 폭풍과도 같은 기운이 뿜어져 나왔어요. 이여송은 그만 뒤로 벌러덩 나자빠졌습니다.
이여송은 자기 마음을 훤히 꿰뚫는 이 노인한테 커다란 두려움을 느꼈어요. 자기도 모르게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소름이 쫙 끼치면서 몸이 부들부들 떨려왔어요.
'아이쿠. 조선을 넘보다가는 내가 먼저 죽겠구나.'
결국 이여송은 조선 땅을 차지하려던 계획을 버린 채 군사들을 이끌고서 중국으로 되돌아갔답니다. 노인이 아니었으면 또 한번 큰일이 터질 뻔했으니, 생각만 해도 아찔한 일이예요.
이여송을 꼼짝 못하게 한 그 노인이 누군지는 벌써 눈치챘겠지요? 그래요. 금강산에 숨어살고 있던 송구봉이었습니다.
그 뒤로 세상 사람 가운데 송구봉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다만 그가 신선이 돼서 하늘로 올라갔다는 소문만이 널리 퍼져나가기 시작했지요.
오늘날까지도 시골의 노인들은 송구봉에 관한 전설을 전하면서 이렇게 말하곤 한답니다.
"그때 그 어른이 나라 일을 맡았으면 그까짓 왜놈들 단번에 쓸어버렸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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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노기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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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여송 정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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