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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책감
올타꾸나
2014-01-24 오전 2:34:38 Hit. 1603
이젠 좀 덜하긴 하지만 여전히 시달리고 있는 현재 진행형의 이야기..
그리 무섭진 않지만 한번 들어봐
난 지금까지 낙태를 시킨적이 두번이나 있어
처음엔 순전히 피임 실수로 하게 된건데 철없던 17살때 일이고
두번째는 24살때..
2년정도 사귄 여자친구였는데 난 그녀와 결혼을 할 생각이 있었어
혼전임신이라도 상관없단 생각에 사실 결혼을 약속했던건 아니었지만 따로 피임을 하진 않았어
딱히 거부하지 않았으니까 그녀도 같은 생각이라고 생각했어
아니나 다를까, 그녀는 임신을 했고 난 그걸 계기로 청혼을 했어
당연히 오케이...........
할 줄 알았는데...
글쎄 부모님이 결혼을 반대하신다며 거절을 당했어
왜 반대하시는 지 말하자면 길어지니까 생략할게
그냥 간단히 말하자면 그 집은 정략결혼 비슷한 뭐 그런게 정해져있는 듯한 느낌이랄까..
그럼 아기는 어쩔거냐고 물어봤지...
난 아이를 진심으로 원했었어
내가 혼자서라도 키울테니까 낳아만 달라고 부탁을 해봤지만
그 쪽 부모님까지 나서서 애딸린 여자가 어떻게 좋은데 시집을 가겠냐며 화를 내시고는
결국 내 의견은 묵살당한채로 아기를 지워버리고 말았어
17살때는 솔직히 귀찮단 생각뿐이었는데 그땐 눈물을 참을 수 가 없었어
그때 17살때의 일도 7년이나 지나서야 진정으로 뉘우쳤어
그뒤로 나는 묘한 몸살에 시달리기 시작했어
어깨가 무겁고, 식욕도 없었어
매일밤 깨어나면 기억도 나지 않는 무서운 꿈을 꾸고 벌떡 일어나곤 했어
병원엘 가봐도 원인 불명이래고...
난 그런 일을 겪은 뒤라 스트레스 때문일거라 생각했어
곧 잊고 나면 몸도 낫겠지..
그런데 몸은 날이 갈 수 록 나빠지고 정신병원도 다녀봤지만 차도가 없어서 끝내 직장도 휴직을 하게 되어 버렸어
그리고 본가에 돌아와서 잔 심부름이나 하면서 부모님께 얹혀 살았는데 시간이 가도 몸은 여전히 차도가 없었어
68kg이던 몸무게가 2개월만에 52kg까지 빠졌어
병원엘 가봐도 역시나 원인 불명에,,정신병원도 시간낭비일 뿐이었어
그러다 얼마 후 큰집 제사에 참석을 했는데
친적들은 내 몰골에 모두 크게 놀라 걱정을 했어
제사가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먼 친척분중 한사람이 내게 말을 걸어왔어
아는 영매사가 있다며 소개를 해 주겠다는 거야
얼굴도 잘 모르는 사람이긴 했는데 지푸라기라도 잡고싶은 심정으로 소개를 받기로 했어
날 보자마자 그 영매사가 하는 말
"태아의 영혼이 붙어있습니다"
정말 쇼크였어
난 분명히 두 명이나 낙태를 시켰으니까..
그런데 그 얘기는 아무에게도 한적이 없단 말이지..
난 매달리는 심정으로 그 사람에게 제령을 부탁했어
그러자
"태아의 영혼을 공양해드리겠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몸이 아픈건 아이가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의 원령때문이에요"
영매사의 말로는 태아의 영혼이 붙어있긴 하지만 내게 직접적으로 해를 끼치는 것은 아니라는 거야
어느정도의 영향을 미치고는 있겠지만
나의 죄책감에 다른 누군가의 죄책감이 더해져서 지금의 상태가 된거라는 거지
그리고 그 누군가 역시 나와 마찬가지로 시달리고 있을 거라고...
그렇게 거기서 태아의 공양을 해줬어
참 염치없는 짓일지 모르지만 난 진심으로 그 아이들의 명복을 빌었어
눈물이 다 흘러나오더라구
흐느끼는 나를 보면서 영매사는
"바로 그 눈물이 당신을 괴롭히고 있는 겁니다"라고 했어..
나 말고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건 17살때 아니면 23살때의 여자친구겠지
아마도 결혼을 거절한 여자친구쪽일거란 느낌이 들었어
난 몇개월만에 그녀에게 연락을 해서 만나기로 했어
오랜만에 그녀를 만났어
그녀는 내 모습을 보고는 적잖이 놀라더라고
난 그녀에게 영매사의 얘기를 들려주고 혹시 걸리는게 없는 지 물어봤어
아이를 지운일을 괴로워하고 있다면 힘들겠지만 이제 그만 잊으라며...
그런데 그녀는 모르겠다는 거야
되려 결혼준비도 순조롭고 모든 것이 만족스러워서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하더라고..
아이에겐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특별히 후회스럽다거다거나 괴롭진 않대...
어쩐지 뭔가 심히 어색해져버려서 그날은 그렇게 헤어졌어
이제 남은건 한사람
바로 연락을 해보고 싶었지만 벌써 7년전에 헤어진 사람인지라 연락처는 기억이 안나..
하는 수 없이 그닥 사이가 좋지도 않은 옛날 친구들을 수소문해서 그애의 연락처를 알아봤어
그러던 중에 한 여자애가
"아~ㅇㅇ이 친구말이지? ㅇㅇ이한테 물어보면 알겠지만..."라길래
아 겨우 찾았다 싶어서
"그럼 좀 물어봐주지 않을래?"했더니
"..음..근데 걔는..."하면서 말을 흐리는 거야
"왜? 무슨일 있어?"하고 물어봤더니
"걔 죽지않았어?"
!?!?
그렇게 전해들은 건 정말 믿을 수 가 없는 얘기였어
난 17살때 그 애가 아이를 지운뒤로 퇴원도 하기전에 바로 헤어졌었어
사실 별로 좋아하지도 않았었던데다가 갑자기 임신을 해버리다니 상당히 부담스러웠었거든
게다가 그때...난 맘에 드는 여자가 따로 있었어...
아..이제서야 내 자신이 정말 싫어지지만...그땐...정말...ㅎ ㅏ..
그 뒤로는 그애랑 함께 어울리던 친구가 있었던것도 아니다보니까
따로 그애 소식을 들을 일도 없었기 때문에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그 애는 그때 낙태시술이 원인이 되어서 1달정도 뒤에 죽어버렸다는 거야...
믿기 어려웠지만 역시 직접 연락을 해봐야겠단 생각에 연락처를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어
그렇게 알게된 연락처로 전화를 해서 그 애의 부모님과 만나기로 했어
부모님께 들은 얘기는..전화로 친구에게 들었던 이야기 그대로였어
나란 놈은..대체 무슨 짓을 했던건지...
난 그애 부모님앞에서 무릎을 꿇고 사죄를 했어
아버님은 아무말씀도 없으셨는데 어머님께서 이렇게 말하셨어
"그렇게 빌면 우리 딸이 살아돌아오기라도 해? 어짜피 넌 법적으로 아무 책임도 없잖아?"
"하지만.....그런 문제가 아니라..."
"그래 나도 내딸을 죽인건 바로 너라고 생각해! 그러니 넌 평생 사죄하면서 살아!!!!!!!!!"
그 얘길 듣고 나는 새파랗게 질려버렸어
분명 살아있는 사람의 원령이었다는건 바로 이 사람이었던 걸거야
날 원망하고 있었던 거야..
차라리 얻어맞기라도 하는 편이 백번 낫겠다...
몸살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어
영매사와는 지금도 종종 만나며 상담을 받는 중이야
내가 죄책감이 사라지면 그 부모님의 원령에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다고..
그러니 어서 잊고 앞을 향해 나가라고 말야
그래서 종종 절에 다니면서 기도를 하곤 하고는 있어
그런데 대체 잊는다는게 뭘까?
아이야 지워버리면 되지..라고 가볍게 생각했던때로 돌아가면 되는 걸까?
최근 내 책상에는 불교관련서적이 늘어가고 있어..
마지막으로 그 애의 부모님과 만난뒤로 영매사와 나눈 대화야
"어머님께 용서를 받으면 되는 걸까요? 전..매일이라도 용서를 받으러 갈까 하는데요.."
"안됩니다. 두번다시 어머님과는 만나지 마십시오
어머님이 당신을 증오하고 있는 마음이 당신의 죄책감으로 더욱 힘이 증폭돼 일종의 저주가 되어버렸어요
아마 이젠 꿈도 기억이 나실테죠?"
그래..
매일밤 날 괴롭히고 깨어나면 곧 잊혀져 버리던 그 꿈이 이젠 또렷히 기억이 나...
피투성이의 새빨간 방안에서
구슬프게 울며
날 노려보는...
중년의 여자....
Lv.5 / 상병 . 올타꾸나 (command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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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입 일 : 2014-01-03 오후 5:2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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