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1-09 오전 6:09:52 Hit. 2353
전 살면서 시각으로 귀신을 한번도 본적이 없습니다.
다만 소리가 나거나 냄새가 나죠.
소리는 주로 비명소리가 들려오고
냄새는 주로 향냄새가 납니다.
처음으로 향냄새를 맡았던 사건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제 고3시절.. 2007년도 여름으로 올라갑니다.
고2까지 지지리도 안하던공부 고3때 몰아서 불태우려니
이시기엔 매일 야자실과 독서실 외에 가본곳이 별로 없었더랬죠.
2007년도의 그 여름도 무척 더웠습니다.
그치만 여름의 무더위 속에서도 등골을 타고흐르는 오싹한 한기가 느껴질 수 있다는걸 처음알았네요.
그날은 일요일이었습니다.
한 여름의 정점에 다다른 피서철 성수기의 일요일..
그날 오전 11시 쯤 아침을 먹고 집에선 공부가 안된다는걸 알고있으니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고 학교 야자실로 향해봅니다.
집 앞을 나와보니 아스팔트가 익다못해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있더군요. 지글지글지글..
한 100m 전방을 내다보면 아지랑이 때문에 시야가 흐려지는 걸 느낄만큼이었답니다.
근데 뭐랄까.. 그런 불타는 아스팔트 한가운데 서있는데 등줄기엔 한기가 흐르는것만 같았습니다.
시즌이 시즌이다보니 주변엔 지나가는 사람하나없고 집앞에 있던 슈퍼마켓도 휴가라며 문을 닫아놨더군요.
저 멀리 도로에선 자동차 지나가는 소리가 났지만 평소랑 비교하면 1/10도 안되는 통행량인듯 느껴졌습니다.
세상에 꼭 나 혼자 남겨진 기분이랄까요 ㅎㅎ
발바닥과 머리통은 찌는듯 익어가며 땀을 흘리는데
등줄기엔 식은땀이 흐르는듯 오싹했습니다.
그렇게 학교로 가서 야자실에 들어가니 시원~하더군요.
하지만 사람이 없는지 에어컨은 안틀어져있었습니다.
에어컨 안튼것 치곤 굉장히 시원하다 ㅎㅎ고 혼자 기뻐하며 자리에 앉았습니다.
사람이 없나 두리번 거리며 입구에서 거리가 상당히 먼곳에 위치한 제 자리로 왔는데
1학년 구역의 구석자리에 여자애가 한명있는듯했습니다.
제 자리는 3학년 구역이고요..
하 3학년들도 나밖에 안왔는데 부지런한 1학년생이군.
힘내라 녀석. 머 이런 혼자 잡생각을하며 자리에 앉아 공부를 시작하는데
집중이 잘 안되더군요 ㅎㅎ..
날씨도 너~무 더워서 몸도 축 처지고
남들은 다 놀러갔는지 야자실에도 나랑 1학년생 한명밖에 없으니..
음..? 근데 가만..
제가 이런저런 잡생각하며 멍때리고 책도보고했는데
어떻게 아까 저 쪽 구석에 있던 여학생 머리통으로 추정되는 꺼먼 물체는
미동조차 없고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고 그대로 멈춰있더군요.
한 한시간 정도 앉아 있었는데
저는 의자도 삐걱대고 책장 바스락바스락 넘겨대고
기지개도 펴고 마른 기침도 하고 그랬는데
저쪽에 있던 아이는 연필 굴러가는 소리 하나 안나고
머리통도 미동조차 안하는 상태로 굳어있듯이 보였습니다.
야자실이 넓지만 굉장히 방음도 잘되고 소리가 전달이 잘되서
앵간한 소리는 날법도 한대 어쩜 저리 돌부처 마냥 공부를 할 수 가 있찌 ㅎㅎ
약간 오싹하긴 했지만 대낮에 익숙한 학교니 별 생각없이 잊어버렸습니다.
1시간 정도 더 공부했을까요?
점심도 먹고싶어졌고 집중도 잘안되서 집앞 독서실로 옮기고자 주섬주섬 짐을 챙겨나왔습니다.
나오면서 여자실을 또 한번 둘러봤는데 여전히 구석에 있던 미동조차 없는 여자아이 한명만 있더군요.
으 독한녀석. 어쩜 저렇게 공부하냐. 이러고 슬쩍 책상을 훑어봤습니다.
....놀랍게도 책상위엔 아무것도 올려져 있지 않았네요. 공책이나 연필, 교과서없이
깨끗한 책상 그대로였습니다.
손은 차렷자세로 늘어뜨린 체 눈을 감고있는건지 벽만보는건지 미동조차않고
앞을 바라보고있더군요.
순간 얼음이 되서 잠깐 쳐다봣는데 왠지 공포영화처럼 고개가 90도로 확꺽이면서
날쳐다볼것같은 공포가 엄습해서 얼른 문닫고 나와버렸습니다.
주말이나 공휴일 야자실은 이용시에 방명록같은 공책에 이름을 적게되있었는데
나올때도 보니 제 이름만 맨 윗줄에 있었고 다른 사람의 이름은 없었습니다..
괜시리 무서운 생각만 많이 나고 서둘러 밖에 나왔습니다.
독서실로 걸어가면서도 여전히 길가에 사람은 거의 보이질않고 정오의 강렬한 태양빛에
아지랭이만 더욱 뜨겁게 불타오르고있었습니다.
독서실에 가방놓고 밥먹으러 나오려했는데 시원한 에어컨바람이 느껴지자 몸이 풀려서
잠이 쏙아지더군요.
들어갈때 독서실 총무가 한마디합니다.
야 너 휴가안갔냐. 오늘 너 빼고 2명인가밖에 안와서 앵간하면 빨리 들여보내고
문 일찍 닫을랬지 ㅎㅎ 너도 이런날은 적당히 공부하고 쫌 쉬어라
며 인사하더군요.
아니나 다를까 제 방으로 걸어가며 보는데 방마다 불이 켜진 곳이 없었어요 ㅠㅠ
게다가 물어보니 왔다고한 2명도 제 방이 있는 라인이 아니라 반대쪽에 있는 방이었고
두녀석이 친구라 같은 방을 쓰니 제가 있는 라인은 저빼고 텅비어있는거나 다름없었습니다.
그래도~ 뭐 익숙한 독서실이고 저녁이면 항상 가득차있던 풍경이 익숙했던 터라
어두운 방안에 들어가 홀로 불키고 앉았습니다.
몸이 너무 피곤해서 밥먹으러가기도 귀찮겠다 좀 쉴까? 하는 찰나에 깜빡 잠이 들었나봐요.
제가 기면증이 있어서 졸린 기운이 있을때 눈감고 잠시 사색에 잠기면 얼마안가 바로 잠들어버리곤합니다.
꿈을꿨습니다.
제가 아주 넓고 황량한 공터에 혼자 서있더군요.
하늘위엔 구름한점없고 정오의 태양만 이글이글 타오르고있었고
사방엔 지평선이 펼쳐져 땅을 익혀버릴듯이 아지랭이만 모락모락 피어오르더군요.
그리고 어디선가 굉장히 시끄러운 소리가 계속 들려오고잇었습니다.
자세히 들어보니 장구, 꽹과리, 징.. 이런 사물놀이 소리가 마구 울려퍼지더군요
근데 익히 알던 가락같지도않았고 흥겹긴커녕 불쾌하고 오싹했습니다.
아 이건뭐지.. 이러고 주변을 더 살피자
어느방향인지 저~~~~~~~~~~~~~~멀리서 히끄무레한 무언가들이
미치듯이 몸을 비틀며 파닥대고잇더군요.
그치만 일정한 박자나 패턴이 있는걸로보아 춤인가 싶었습니다.
그러다 그 꾸물대던 물체중 한개가 제쪽으로 다가오는것 같더니만
코 끝에 굉장히 강렬한 향냄새가 확! 오르더니 꿈에서 깼습니다.
아 뭐야 엄청추워!
에어컨이 무지막지 하게 틀어져있는데다 땀을 잔뜩흘린 몸에
탈진하다시피 골아떨어졌다보니 온몸이 얼어붙듯이 엄청 추웠습니다.
가장 먼저 느껴진건 지금 이 엄청난 한기와 꿈인줄알았던 향냄새가 방안에서도 난다는거..
감기몸살 나겠다 싶어서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려했는데
으..........가위에 눌렸더군요.
눈은 떠지길래 떠보니 칸막이에 기대고잇었는데
어느센가 엎드려서 자는 자세로 바꿨더라구요..ㅎㅎ
그리고 분명히 불켜놓고 잠들었는데 제 자리 불이 꺼져있었습니다.
얼른 몸아 움직여라.. 이러면서 손끝에 기를 모으고있었는데
뒤에서 인기척이 납니다.
차박차박차박차박..
그왜.. 마룻바닥에 젖은발로 다니면 나는 소리같은게 나더군요..
근데 물이 흥건하게 젖었는지 차박보단 철벅에 가깝고
철벅이라 하기엔 마른소리가 함께나는 ..
물속 에서 지금 막 걸어나온 사람 발에서 날법한 소리로 걸어다니고있더군요.
차츰 소리가 두개로 갈라지는듯하더니 발소리가 제 뒤에서 멈춥니다.
그리곤 대화를 시작하더군요.
-야 요즘 공부 너무 안되지않냐?
--말도마.. 집중 겁나안되.. 놀러가고싶어..
-나도 그래 ㅋㅋㅋ 아~ 근데 그리울것같아. 공부만하던 지금 이시간들이말야..
--그니까. 가기싫다.. 같이갈사람없냐?ㅎㅎ 누가 또 같이가주면 안심심하고 좋을것같아
머 이런 류의 이야기를 하는데
제가 가위눌린것도 잊고 듣고있다가
이사람들은 상식도없나.. 독서실에서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이렇게 대놓고 떠들고있어..
아무리 오늘 사람이없고 내가 뻗어서 자고있어도 그렇지..$#%($#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순간 제 귀에 쏙 꽂히는 대사가 들려오더군요.
- 야 ㅋㅋ 근데 얘.. 안자는것같지 않냐?
--음? 자는척인가?
... 제 바로뒤에서 저를 노려보는 시선이 느껴지는듯했는데
어느세 가위가 풀렸는지, 감기도 이미 들어버렸는지..
콧물을 킁! 하고 들이마셨습니다.
-뭐야 안자네~
훅!
제 머리쪽으로 먼가 차가운게 휙 들어오듯이 인기척이 나고는 다시 꿈에서 깼습니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더군요.
몸살이 확실합니다.
몸에서 열이나고.. 다시 한번 느껴지는 강렬한 향냄새..
온 방엔이 가득차있습니다.
공부고 나발이고 짐챙겨서 나왔죠..
문앞에서서 뜨거운 바람에 반가움을 느끼는 찰나..
빌딩 입구 구석에 놓여진 명패와 과일, 그리고 피워진 향 2개
건물 안도 아니고 건물 바깥쪽 입구에 놓여진 작은 향 때문에
4층에 있는 독서실 방까지 향이 따라들어왓따는게 믿겨지지 않았습니다;
그냥 그러려니하고 집에와서 몸살기운에 오늘있었던 일도 잊어버리고 자버렸습니다.
얼마 후 개학한 뒤 알았는데
제가 쓰던 방이 원래 한자리도 안남고 가득차있었는데
뒤쪽 2자리가 비어있더라구요.
얼마 후에 자리가 채워지긴했는데 그 자리 주인들은 왠일인지
오래 안다니고 계속 자리 주인이 바꼈습니다.
그렇게~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대학에 입학한뒤인 다음해 여름날..
문득 집앞을 지나가는데 제가 다녔던 독서실이 있는 빌딩 입구엔,
작년 가위에 눌렸던 그 시기에 놓여져있었던,
과일 몇가지와 명패, 그리고 타오르고있는 향 2개가 놓여있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제 추측이지만
여름에 놀러갔던 학생 두명이 계곡같은곳에서 익사한게 아닌가싶어요.
죽었지만 자신들의 일상을 잊지못하고 찾아온거고..
독서실 위층이 학원이라 학원다니면서 독서실 이용하는 아이들이 많았답니다.
아마도 학원애들끼리 놀러갔는데 2명이 사고를 당하고.. 그 아이들이
제방에서 같이 공부하던 아이들이 아니었나.. 싶어요
그래서 기도해줬습니다. 부디..
이젠 시간이 많이 흘러서
그 사건을 기억하는 사람은 이제 그곳에 없는지 향이 놓여진 것은 못보게되었습니다.
그치만 한 여름날.. 소름끼치게 오싹했던 그 기억은 선명하네요.
그리고 나중에 제가 영환지 드라마인지에서 봤는데..
제가 꿈에서 들었던 가락이
무당 작두탈때, 굿할때 나는 소리와 비슷한것같았습니다.
그리고 그 기괴한 움직임이 무당의 춤이 아닐까 싶네요..
향냄새에 얽힌 다른 이야기는 다음기회에 해보겠습니다..
불량게시글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