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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2
에수리
2014-01-04 오전 5:59:43 Hit. 1949
그 후 여름이 지나 추석을 보내고 이직을 하면서 옮긴 회사가 버스로 이동하기 애매 한 홍대 쪽이라 지하철을 이용하게 됐고 우시장과는 정반대의 마장역을 오가면서 시장을 지나는 일은 거의 없게 되었죠.
그렇게 1년 가량 지나면서 고양이 일도 차츰 기억에서 멀어졌고 돌을 넘긴 큰애는 잔병치레 없이 건강하게 잘 커가고 재롱 부리는 맛에 이게 행복이구나 하며 평범한 일상을 누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늦가을 어느날 처가 어른들께서 시골 할머니댁에 가시는데 우리 큰아이 보여드리고 싶다며 제 아내에게 같이 가지 않겠냐며 하시길래 아내와 아이는 장인, 장모님 따라 시골로 3박 4일로 떠나게 되었고 평일이라 저는 참석하지 못해 아쉽긴 하긴 개뿔 간만에 총각 시절로 돌아간듯한 홀가분함에 친구들 만나 늦게까지 술도 쳐묵고 집에서 짱공유 뒤져가며 얏홍도 다운 받아 기술 연마에 매진을 했었더랬죠. 그땐 짱공유에 참 좋은 자료 많이 짱공유 됐는데... 자꾸 삼천포로 빠져 ㅈㅅㅈㅅ
드뎌 그리웠던(?) 가족 상봉의 날 밤 그 어느때보다 아내와 평온하게 등돌리고 잠을 잤고 주말을 맞이하여 동생 내외 초대해서 삼겹살 파티를 열었죠. 아내와 딸이 시골 다녀온지 이틀째 되던 날이었어요. 삼겹살에 소주 한 두잔 걸치고 분위기 무르익을 무렵, 딸아이가 칭얼대기 시작합디다. 첨엔 졸려서 그런가 하고 젖병에 분유 타 입에 물리려 했더만 자지러지게 발악을 하며 엄청 울더라구요. 들어 안아 토닥거려도 얼굴 빨개 지도록 울길래 얘가 왜 이러지 싶어 얼굴을 만져 봤더니 이마가 뜨끈뜨끈하더라구요. 체온계로 열을 재어 보니 39도에 가깝게 고열이 있어 부랴 부랴 애 옷 버기고 미지근한 물에 수건 적셔 열 내리기를 해 주는 데 너무 울어서인지 토를 하고 그런 자신의 상태가 겁났는지 울음 강도도 세지고 어찌 할 바를 몰라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근처 대학병원 응급실로 내립다 내달렸습니다. 하룻밤 묵을 계획이던 동생 내왼 걱정하며 병원까지 오려 했지만 그냥 담에 또 놀러와라 하고 돌려 보냈고.... 뭐 응급실 경험하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외관상 심각한 상태 아닌 이상 신경 많이 안 써줘요. 애가 하필 병원 오니 진이 빠져서인지 울음도 가라 앉고 우리 내외도 맥이 빠지고 간호사는 집에서 했던 수건에 물 적셔 닦아 주라 하고 열도 살짝 내리고 애도 잠들었고 해서 허무했지만 다행이다 생각하고 집으로 왔습니다. 근데 일요일엔 열이 40도 까지 올랐고 애는 먹지도 못하고 설사를 지리고 해열제 먹이고 하루 종일 열내리기 해 주고 하루 간신히 버텨 담날 회사에 긴급 반차 내고 오전 일찍 병원에 진료 받으러 갔습니다. 병원 의사 소견으론 장염 같다며 최근 먹은거며 여행 다녀 온 적 있냐 묻다가 시골 다녀 온거 얘기 했다가 몸 구석구석 살펴 보더니 등짝에 무엇에 물린 자그만 상처 보더만 상처 알았냐 언제 생겼냐 묻길래 상처가 난 것도 우린 몰랐기에 어버버 했더만 시골 풀밭에서 애기 놀렸냐 묻길래 아내가 그렇다 하더라구요. 의사가 아무래도 쯔쯔가무시 걸린거 같다 하고 피검사 하고 입원 권해 수속 밟고 애 물 수건으로 닦아 주고 옷 갈아 입히고 여차저차 항생제 맞히고 링겔 꽂고 여차저차 난 애간수 똑바로 못했냐고 핀잔주고 애 엄마 입 나오고 여차저차 해서 일주일간 입원 했었습니다. 약간의 호전기가 보이나 싶더니 먹은것도 없이 삐쩍 말라가는 애가 또 로타바이러스까지 걸려 하루 하루 안 쓰런 나날을 보내다 애 엄마가 큰 결정을 내리고 애를 퇴원 시켰습니다. 퇴근하고 돌아 오면 아빠빠 하고 반기던 방실한 녀석이 최근들어 눈가가 촉촉해서 우웅(ㅜ0ㅜ) 하고 날 보고 울며 애린양 피우는게 넘 안 쓰러워 가슴이 시렸습니다. 그렇게 퇴원하고 사흘인가 지난 어느날 밤, 애도 약간 입맛이 돌아서인지 어린것이 살려고 발악을 하는 건지 맘마는 꾸준히 찾는데 먹는 족족 설사해서 따뜻한 보리차로 배불리고 재운 후였고 애 엄마는 지쳐 애 옆에서 잠든 밤이었습니다. 시간은 대략 11시 25분쯤 됐을거라 기억나네요. 전 거실에 백열전등 켜 놓고 쇼파에 기대 앉아 당시 엘지 싸이언 플립 핸드폰에 다운 받아 놓은 게임을 하고 있었습니다. 애 아픈데 뭔 게임이냐 하겠지만 심란할때 종종 게임을 하면서 당분간이라도 고충을 잊어 버리곤 합니다. 아무튼 한창 게임에 집중하고 있는데 시야 중앙은 핸드폰에 가 있는데 제 앞쪽에 뭔가가 시커먼게 나머지 시야에 들어오더라구요. 뭐지 하고 고갤 들어 보니 시커먼 성인 고양이가 주먹만한 쥐새끼를 입에 물고 절 쳐다 보고 있는 겁니다. 완전 뻥 같죠. 저도 핸드폰 보느라 눈까리가 맛이 갔나 싶을 정도로 눈 앞에 광경이 일종의 착시 현상이라 믿고 싶었습니다. 눈을 깜빡거리고 현관문이 열렸나 현관쪽으로 눈을 돌려 보아도 잠긴 문은 굳건하고 괭이 들어올 루트를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진정 언빌리버블한 광경이었습니다. 고양이는 가만히 절 보다가 머릴 쓰다 듬어 달라는 제스쳐 마냥 머릴 숙여 까딱까딱 했지만 전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그냥 그자리에 얼어 있었습니다. 첫번째 괴 존재의 고양이가 무서웠고 두번째 입에 흉칙하게 물려 있는 쥐새끼도 역겨웠고 세번째 그 자리에 저 혼자 뿐이라는 사실도 숨소리조차 낼 수 없을 정도의 공포 그 자체였습니다. 속으로 제발 꺼져줘 라고 되 내고 있자 고양인 몸을 돌려 베란다 쪽으로 사뿐사뿐 걷더니 이내 닫혀 있던 베란다 샷시 문을 투과 하고 13층인 우리집 베란다를 마치 1층 높이 마냥 가볍게 뛰어 내려 시야에서 사라진 것까지.... 소름 돋아 내린 몸뚱일 어찌 할 바를 모르고 멍 때리다 냅다 안방으로 뛰어 들어가 자고 있는 아내를 조심히 깨워 흐규 흐규 거리며 거실로 소매 잡고 나와 엉엉 나 이상한거 봤어 하며 내 본 것들 있는 그대로 말해 줬더만 아내 눈은 역시나 반쯤 짜증나 있는 눈으로 한 마디 하더라구요 '퍼뜩 자라'
생전 잊을 수 없는 미스테리한 일로 머리 가득 생각하다 이내 잠들었고 아침에 압력 밥솥의 치카 치카 하는 소리에 눈이 떠졌고 애는 잘 있나 싶어 방을 쓰윽 훑어 봤는데 애 엄마도 없고 애도 안보이길래 거실로 나와 보니 애엄마가 아이에게 죽을 떠 먹이고 있더라구요. 아이 얼굴로 보나 장난감을 손으로 쥐고 노는 모습이 어제완 사뭇 다른 모습이고 오랜만에 보는 낯설지만 반가운 모습에 애 컨디션 좋아 보인다 했더만 애 엄마 한다는 말이 애기가 먼저 깨서 자길 깨우더랍니다. 앙증 맞은 손으로 애 엄마 손을 잡고 거실로 데리고 나가더만 다 나은 것 마냥 자기 장난감 통으로 엄말 데리고 가서 뚜껑 열어 달라 하고 놀더랍니다. 열을 재보니 살짝 미열이 있긴 했지만 안심할 정도로 열도 많이 내렸고 좀 놀다가 맘마 맘마 하길래 후다닥 미음 끓여 설사할까 두려워 조금만 퍼서 줬는데 후딱 헤치우고 더 달라해서 두번째 먹이고 있는 중이랍니다.
다행이다 싶고 병마와 힘겹게 싸워 이긴 아이가 대견해서 버쩍 안아주고 싶었지만 먹은 거 혹여 게워 낼까 조심스러워 머리 한번 쓰다듬어 주고 화장실 볼일을 보러 앉았다가 문득 어제 밤 고양이 기억이 나더군요. 어제 고양이 귀신 봤는데 오늘 애가 멀쩡하게 나았다 어떤 연계성이 있나 생각 해 보니 고양이가 입에 물고 있던 쥐새끼가 아이를 괴롭혔던 병마였고 검은 고양인 1년여전 양아치 넘들의 철없는 행동으로 죽은 새끼고양이 어미가 아닐까 싶기도 하고 암튼 믿을수 없는 하룻밤의 일로 하여금 아이가 무사히 완쾌 된 일이 이 이야기의 결말이랍니다.
쓰고 보니 읽으시는 분들께 괜히 김 세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읽힐까 두렵고 부끄러워 지네요;;
이 경험담을 친구들 부부동반으로 캠핑 갔다 한번 들려 줬을땐 반응이 괜찮아서 무게에 도전을 해 본 것인데 워낙 무서운 이야기에 내공이 쌓이신 분들이라 글을 올리려 하니 알몸으로 거리를 배회하는 듯한 이 초라함은 뭐람.
Lv.7 / 하사 . 에수리 (fore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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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봉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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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04 09:40:55
눈이 아파서 못읽겠네요. 읽는사람 배려좀 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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