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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 여자
넘버4
2013-07-24 오후 2:46:43 Hit. 16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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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무서운 일을 겪었다.
처음에는 누군가에게 이야기조차 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많이 안정되었기 때문에 글로 남겨보려 한다.
우리 집은 츄고쿠 지방의 깊은 산 속에 있는 시골이다.
나는 이 곳에서 작은 자연 애호가 클럽에 소속되어 있어서, 여러 이벤트를 기획하거나 참가하고 있다.
우리 집에서는 차로 20분 정도 걸리는 곳에 OO산이라는 산이 있다.
주로 그 산에서 클럽 멤버들과 등산이나 캠프를 하곤 했다.
그리고 그 OO산에서, 일반인 참가자들을 모집해서 클럽 멤버들이 산행 가이드를 하자는 기획안이 올라왔다.
OO산의 매력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지역 주민들에게 널리 알리자는 뜻에서였다.
나는 그 기획에 찬성해서, 내가 이벤트의 사전 준비를 맡게 되었다.
내가 맡게 된 것은 필요한 도구들의 준비와 가이드 할 장소의 선정이었다.'
몇 번이고 올랐던 산이다 보니 거의 모든 것을 알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역시 한 번 직접 가서 실제로 걸으면서 생각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휴일에 혼자 OO산으로 향했다.
그 날은 날씨도 좋아서 등산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었다.
나는 한 손에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가이드 안내 책자에 넣을 사진을 곳곳에서 찍으면서 등산을 즐기고 있었다.
그렇게 해서 목표 지점의 반 정도 왔을 무렵, 약수터에서 조금 쉬고 있는데 날씨가 심상치 않게 변하기 시작했다.
그만 돌아갈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행사 당일에는 이 곳보다 더 나아갈 예정이었던터라 조금 더 가다가 날씨가 나빠지면 내려올 생각으로 서둘러 길을 올랐다.
그리고 그 때였다.
[......]
[응?]
무슨 소리가 들렸다.
사람의 목소리 같다는 생각에 주위를 둘러봤다.
나는 평범한 등산로를 걷고 있었다.
딱히 다른 등산객을 만나도 이상할 것은 없겠지만,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바람 소리가 목소리처럼 들렸던가 싶어서 나는 다시 발걸음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
그런데 그 소리가 또 들렸다.
들려온 쪽은 등산로에서 벗어난 저 너머였다.
남자인지, 여자인지는 알 수 없지만 가냘프고 약한 느낌의 소리였다.
[누구 있어요?]
어쩌면 부상이라도 당한 등산객이 있는 게 아닐까 싶어, 나는 소리쳤다.
하지만 아무 대답도 없다.
조금 주저하다가 나는 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가보기로 했다.
그냥 바람 소리라면 다행이겠지만, 만약 도움을 구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냥 지나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누구 계십니까?]
크게 소리를 치며 앞으로 나아갔다.
풀숲이 크게 우거져있다보니 몸집이 작은 사람이라면 그냥 가려질 수준이었고, 만약 사람이 쓰러져있다면 찾을래야 찾을 도리가 없어보였다.
나는 풀숲을 밀어 헤치며 주의 깊게 주변을 확인해 나갔다.
그리고 그러던 도중, 나는 갑자기 넓게 트인 장소에 도착했다.
거기는 OO산에 어릴 적부터 오르던 나조차도 처음 보는 곳이었다.
그토록 무성하게 우거져 있던 풀숲이 갑자기 사라지고, 축축한 지면에 나무가 같은 간격으로 뚝뚝 떨어져 있었다.
나무에는 제한 표시줄 같은 것이 붙어 있었다.
그리고 그 나무들이 둘러 싸고 있는 곳 가운데에는, 낡은 오두막집이 하나 있었다.
마치 어느 집에나 있을 법한 헛간 같은 모습의 오두막이었다.
나는 한동안 멍하니 서 있었지만, 다시 그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
분명히 오두막에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확인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동시에 왠지 기분 나쁜 느낌도 들었다.
우선, 이 오두막은 대체 뭘까?
지금까지 몇 번이고 이 산에 올랐었지만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은 들은 적도 없었다.
주변의 나무들로 인해 빛이 차단되어 어슴푸레해져 기분마저 나빠지고 있었다.
[......]
그런데도 확실히 사람의 목소리는 들려오고 있었다.
사람이 있다면 어쨌거나 확인해야만 한다.
그렇지만 도저히 큰 소리를 지를 기운이 나질 않았다.
나는 숨을 죽이고 발소리가 나오지 않게 조용히 오두막으로 다가갔다.
그렇지만 오두막 앞까지 와서 나는 후회했다.
오두막 문에는 너덜너덜한 부적이 빽빽하게 붙어 있던 것이다.
원래는 희었을 그 부적은, 완전히 갈색으로 변해 있어서 멀리서 봤을 때는 문과 분간이 안 됐던 것이다.
문에는 작은 자물쇠가 걸려 있었다.
하지만 오래 되어 녹이 슨 탓인지, 완전히 부서져서 고리만 걸려 있는 상태였다.
그 탓에 문이 조금 열려서 틈새가 보이고 있었다.
[......요ㅡ......]
소리가 안에서 들려왔다.
이 때 솔직히 나는 울 것 같이 무서웠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무서워서 도망치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서는 유령이나 괴물 따위 있을리 없다는 생각도 하고 있었다.
노숙자일지도 모르지만, 산에서 헤매던 등산객이 다쳐서 이 오두막에 들어갔을지도 모르겠다는 데 생각이 미쳤던 것이다.
잠시 고민한 끝에, 나는 확인하기 위해 문에 손을 댔다.
살짝 밀자 끼끼긱거리는 소리를 내며 먼지 투성이인 문이 열렸다.
안에는 사람이 있었다.
나에게 등을 보이며, 방 가운데 서 있다.
...여자다.
너무 낡아서 흰 헝겊 같아 보였지만, 기모노를 입고 있었다.
머리는 허리 근처까지 내려온 부시시한 장발이었다.
묘하게 검은 머리 사이 사이에 흰 머리가 섞여 있었다.
찢어진 옷 틈새로 보이는 손과 발은, 무서우리만큼 여위어 있었다.
그 발 밑에는 개인지 너구리인지 모를 동물의 시체가 널려 있었다.
죽은지 얼마 안 된 것인지, 마루에는 검붉은 피가 흐르고 있다.
[...테...테...카...요...]
그 여자는 무엇인가를 소근소근 중얼거리고 있었다.
노래인 것일까?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일정한 템포가 느껴진다.
아, 이건 위험하다.
현실과는 동떨어진 것 같은 광경을 보며 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왠지 봐서는 안 될 것을 봐 버린 것 같다.
가까이 하면 위험하다... 도망치자!
내가 한 걸음 뒤로 물러서자, 여자는 기우뚱 흔들리더니, 얼굴을 좌우로 흔들기 시작했다.
흔들흔들.
흔들흔들.
흔들흔들흔들흔들...
진폭이 점점 커지며 긴 머리카락이 이리저리 흩날린다.
[테테샤이카요.]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었다.
나는 도망쳤다.
온 힘을 다해 왔던 길을 따라 달렸다.
묘하게 얼굴은 무표정한 상태였다.
모든 감정이 얼어 붙은 것처럼, 아무 생각 없이 도망칠 뿐이었다.
무엇이라도 하나 생각하면 그 순간 입에서 터져나오는 비명과, 정신의 공황상태를 막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어쩌면 본능이었는지도 모른다.
풀숲을 밀어 헤치며, 원래 등산 코스로 돌아온다.
거기서 숨을 고르며 온 길을 되돌아 봤다.
그런데, 20미터 정도 떨어진 풀숲 속에, 검은 머리가 나와 있는 것이 보였다.
온 몸이 굳었다.
머리 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그 백발 섞인 머리카락은 조금 전 그 여자였다.
쫓아오고 있었나?
나는 곧바로 쏜살같이 도망쳤다.
등산로를 계속 달려간다.
달리면서, 목만 돌려서 뒤를 봤다.
등산로 옆 나무 그늘에, 흰 옷이 보인다.
아까 전보다 가까워졌다.
미친 듯 달리다 다시 뒤를 돌아 보았다.
조금 전보다 더욱 가까워졌다!
[으으... 으으...]
공포로 신음소리가 새어내온다.
구르듯 미친 듯 달려서 산을 내려온다.
전력으로 도망치고 있는데도, 그 놈은 지친 기색 하나 없이 아까보다 더욱 가까이 와 있다.
조금만 더 가면 산기슭의 마을에 도착한다...!
이제 그 놈은 바로 3미터 정도 뒤에 있다.
순간적으로 얼굴이 보였다.
눈매는 찰싹 붙은 머리카락 때문에 보이지 않았지만, 입이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
앞만 보고 달리고 달렸다.
더 이상 뒤를 볼 용기가 없었다.
다음에 뒤를 돌아보면 내 등 바로 뒤에 있을 것만 같았다.
가쁜 숨을 내쉬며 마을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가까운 집으로 달려가 초인종을 미친 듯 눌렀다.
[제발, 제발!]
내가 소리를 지르자 집 안에서 할머니 한 분이 나오셨다.
[뭐여, 무슨 일 있는겨?]
할머니는 깜짝 놀란 것 같으셨다.
[죄송합니다... 저기, 혹시 제 뒤에 누가 따라오지는 않나요?]
[...아무 것도 없는디?]
살짝 뒤를 돌아보니 확실히 그 여자의 모습은 없었다.
이게 내가 겪은 일이다.
클럽에 있는 사람들에게 말해볼까 싶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무서워서 그만 뒀다.
기획하고 있던 OO산 이벤트도 참가하지 않았다.
도대체 내가 봤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지금은 공포심도 많이 옅어져서, 내년 즈음 한 번 찾아가 볼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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