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했던 어제를 뒤로 하고, 저와 제 동생은 [저보다 어린] 조카들을 이끌고 이미 20년 전에 폐교가 된 초등학교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학교로 발걸음을 옮기던 중, 문득 저는 외삼촌의 심부름이 생각나서 섬 남쪽의 부둣가로 가야했습니다. 동생들은 한발 먼저 학교로 가기로 하고 말입니다.
사실, 어제 섬을 어느 정도 둘러 본 뒤였기에 혼자서도 학교로 다시 찾아올 수 있겠지 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학교를 바라보며 계속 걷기 시작한 저는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어 시계를 바라봤습니다.
이미 심부름을 다녀온 지 두 시간이나 지나 있었습니다. 30분도 안 걸리는 거리였는데 말입니다.
...게다가 주변을 둘러봐도 학교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분명 학교를 바라보며 걷고 있었는데, 시계를 바라본 후 주위를 보니 그 어디에도 학교가 없는 것입니다.
분명 길을 잃어버린 게 틀림없었습니다. 그래서 불안한 생각에 어차피 섬이니 해안가를 따라 돌아보면 다시 부둣가가 나오겠지 라고 생각하곤, 해안가로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곤 갑자기 하늘이 점점 어두워지고 바람이 차가워졌습니다.
그제서야 상황이 위급한 걸 깨달은 저는 정신없이 앞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언제라도 비를 쏟을 듯한 구름을 쳐다보자 점점 더 다급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곤 한참을 달리고 있을때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저는 달리고 있는 게 아니였습니다.
오르고 있었습니다.
저는 해안가의 절벽에 매달린 체 절벽을 오르고 있었던 것입니다. 정친을 차렸을 땐 이미 돌아갈 길은 없어진 상태였습니다. 천길 낭떠러지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높은 절벽의 한가운데 아슬아슬하게 발을 걸치고 눈앞에 튀어나온 돌덩이에 몸을 의지한 체 밑에서 들려오는 거친 파도소리를 들으며 저는 와들와들 떨고 있었습니다.
다행인지도 그때 저는 뭔가에 홀린듯 절벽을 미친듯이 기어올라서 절벽끝에 도달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비행기만 타도 벌벌떠는 제가 어떻게 그 절벽을 기어 올라왔는지 알수 없습니다.[지금도 그때의 기억이 없습니다]
그리고나서 정신없이 눈 앞에 보이는 길을 따라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다행히도 그 길은 눈에 익은 길이었습니다. 섬에 도착한 첫째 날 제사를 지내러 가던 길 이었기 때문입니다. 외삼촌댁이 그리 멀지 않음을 느낀 저는 필사적으로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등에서 땀이 베어나올정도로 달리고 돌맹이에 굴려 넘어지고 턱까지 차온 숨을 몰아쉬면서, 정말 죽지 않으려고 미친듯이 달렸습니다.
그리고 그날 저녁... 낮에 나간 큰 녀석이 7시가 다 되가도록 돌아오지 않는 것에 외가어른들은 조바심나서 밖으로 찾으러 다니셨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참을 찾아도 보이지 않다가 결국 외삼촌이 절 발견해주셨습니다만. 외삼촌이 절 발견했을때...
전 공동묘지의 이름모를 커다란 무덤주위를 계속해서 빙글빙글 돌며 미친듯이 달리고 있었다고 합니다.
결국 이름을 불러도 대답도 안하고 무덤주위를 돌면서 달리고 있던 저를 외삼촌이 붙들어서 매치고는 집까지 업어왔다고 합니다. 저는 그때 외삼촌에게 매치기를 당한후 기절해 있었기 때문에 그 후로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제가 다음날에 들은것은 학교로 향하는 길이 작년의 태풍으로 커다란 고목나무가 여러그루 쓰러져서 길이 막혀버린 바람에 동생과 조카들은 학교로 가는것을 그만두고 일찌감치 집으로 돌아와서 자고 있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