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때. 친구가단독주택으로 이사를 했다. 하지만 그 집 터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귀뚜라미가 엄청나게 많이 돌아다녀 엄마가 하루종일 귀뚜라미 잡느라고 고생이라고친구는 불평했다.툭툭 튀어다니는, 바퀴벌레처럼 거무튀튀한 색의 불쾌한 곤충이, 그것도 한 두마리도 아니고 떼로. 왠지 싫다는 느낌이 들었다.
반년쯤 지나 그 친구의 집에 놀러 갔다. 가기 전, 문득 그 생각이 났지만 설마-했다. 단독주택으로, 정원이 딸린 오래된 집이었다.하지만 감탄도 잠깐.
현관을 열자마자방 마루에 한 마리의 귀뚜라미. 정말 저것도 큰일이구나 하고 생각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거실에서는 위이잉- 하는 모터 소리가 났다. 그 소리가 그치자 안에서 친구의 어머니가 나왔다. 거실 식탁 위에는 조금 큼지막한 믹서기가 덩그러니 놓여있고, 그 옆에는과자가 진수성찬처럼 쌓여있었다. 믹서기 안을 흘낏 보니까 뭔가 위화감을 느꼈다. 유리의 내용물은 뭐지? 참깨? 한방약?
그후 친구의 어머니가 어디에선가 돌아왔다. 손에는 대량의 귀뚜라미. 그것을 믹서기에 넣고 스위치ON. 그리고는 가만히 그 광경을 응시하는 친구의 어머니.
「응, 우리 엄마, 조금 머리가 이상해졌거든」
친구는 조금 곤혹스러운 얼굴로 나를 바라보더니 태연하게 과자를 베어 물었다.
제 생각엔 친구마저도 정신을 놓아버린듯.. 근데 그 귀뚜라미는 뭐하려고 갈아버린걸까요?
친구는 무엇으로 만든 과자를 먹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