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중학교 3학년 때 일입니다.
겨울이었습니다.
하루 일과는 단순했습니다. 중학교 2학년 때 학원을 끊고 독학했으니까요.
아침 늦게 일어나서 놀다가 저녁 9시에 특공무술 도장 가는 게 전부였습니다.
사건은 도장에서 수련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벌어졌죠.
저희 집에 가기 위해선 완만한 언덕길을 지나야합니다.
산이었던 지형을 깎아 건물을 지은 모양입니다.
저녁 11시쯤 집으로 가기 위해 언덕길 초입에 들어서는데.
여러분도 경험하셨을걸요?
혼자서 밤 늦게 걷고 있을 때 뒤가 싸해지면서 간지럽고 그와 동시에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지는 것을요.
누군가가 절 따라오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뒤를 돌아보니 하얀 옷을 입은 사람이 터벅터벅 걷고 있더군요.
전 시력이 좌우 0.6이라 멀리 있는 건 흐릿하게 보입니다. 그래서 하얀 형체라고 설명하겠습니다. (실제로도 그랬으니까요.)
저는 게의치 않고 계속 올라갔죠.
근데 뒤를 한 번 돌아보고. 또 힐끔 돌아볼 때마다 공포가 몰려왔습니다.
그 하얀형체는 뒤돌아볼때마다 점점 저에게 가까이 왔습니다.
걷는 동작은 그대로인데 여고괴담의 한 장면처럼 순간이동하듯이 저에게 다가오는 겁니다. 뒤돌아볼 때마다 하얀형체와 저 사이의 거리는 빠르게 좁혀졌습니다.
전 그제야 큰일이 났다 싶어 전력질주했고 간신히 언덕을 넘어 집 경계에 이르렀는데.
그 하얀 형체는 언덕길 끝나는 지점에서 더는 가지 못하고 제자리걸음하고 있었습니다.
(후에 물어보니 어떤 귀신은 언덕길을 통과하지 못한답니다.)
전 너무 무서워서 씻는 둥 마는 둥 하며 방에 불 다 키고 억지로 잠에 들었습니다.
내일은 토요일이었습니다.
그래서 늦잠을 잤죠.
점심 지나서 일어났습니다.
어제 만났던 기묘한 일은 더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어머니와 행복한 주말을 보내고 토요일을 빠르게 넘겼습니다.
그리고 일요일 날 아침.
저는 오랜만에 일찍 일어나 산책이라도 할겸 트레이닝 복으로 갈아입고 나갈 채비를 하는데.
어머니는 외출하셨는지 보이지 않았습니다.
전 전화를 했죠.
그리고 기절했습니다.
뚜~ 뚜~ 뚜~ 뚜~
"엄마?"
-응, 왜?
"어디 갔어?"
-내가 말 안 했니? 금요일날 나가면서 말했잖아. 교회일 때문에 토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집에 못 들어간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