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은 축구를 무척 좋아했다.
방과 후에 친구들과 하는 축구로도 부족하여, 매일 한밤중에 아무도 없는 학교 운동장에서도 혼자 축구연습을 했다.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연습 중에 실수로 운동장 구석으로 공을 차버렸다.
빛이 들어오지 않는 곳이라 조심조심 어둠 속으로 향했다.
그러자 어둠 속에서 공을 차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는 점점 다가왔고, 보이지 않는 존재에 공포를 느꼈다.
이윽고 희미한 빛 속에 드러난 것은 두 개의 다리였다.
다리는 절묘한 드리블과 발놀림으로 소년을 앞질러 공을 찼다.
골인!
학교 축구부에서 에이스로 활약하는 소년은 순간 라이벌의식이 생겨 무서움도 잊고 다리에게 과감하게 덤볐다.
시합을 반복할 때마다 소년과 다리 사이에는 기묘한 우정이 생겼다.
한밤중의 시합은 매일 이루어졌고, 둘 사이의 우정은 더더욱 깊어갔다.
그런 어느 날, 아버지의 전근으로 소년은 일주일 뒤에 전학가야 했다.
그날 밤 소년이 다리에게 그 소식을 고하자, 다리는 놀라 그대로 어디론가 달려가 버렸다.
"기, 기다려!!!"
다리는 듣지 않고, 계속 달려갔고…….
그 후, 다리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사하는 날.
소년은 우울한 기분으로 뒷좌석에 앉았다.
이삿짐을 모두 챙기고 출발하려는데, 갑자기 어머니가 소리 질렀다.
"아, 아니 저게 뭐야!?"
뒤를 돌아보니 다리가 뒤쫓아 오고 있었다.
열심히 뒤쫓아 오는 다리…….
소년은 울면서 외쳤다.
"이사해도 잊지 않을게!!!"
그 때였다.
이삿짐 차를 운전하던 기사가 백미러에 비친 다리를 보고 놀라 맞은 편 차선에 침범했다.
운 나쁘게도 맞은 편 차선의 대형트럭과 부딪쳐 일가는 전원 즉사.
기묘하게도 소년의 시체는 다리가 잘려져 있었다나…….